모두 함께 나무열매 수확을 도우러 과수원에 발을 들였어요. 그러자마자 나온 건 자연스러운 탄성이에요. 꽃향기마을은 꽃밭으로 덮인 곳이라서, 물론 과수원도 있지만 살비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거든요. 이곳의 비옥한 땅은 그리운 고향, 혹은 그 이상일 것만 같아서 저는 서둘러 사진부터 찍었어요.
“아빠에게 보여줘야지.”
과수원은 키우는 나무열매의 종류에 따라 종으로 횡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같은 색의 열매들이 열을 이루는 건 정말 말로 다 설명 못할 만큼의 장관이었어요.
“아앗, 잠깐. 테토! 맘대로 먹으면 안 돼. 테마리 너도 뭘 글러브도 닦고 있는 거야! 이건 우리 먹을 거 아니니까.”
잠-깐-만, 테오, 스토오옵!! 저 날다람쥐 녀석! 제가 날아서 쫓아가지 못한다고 저렇게!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데 포켓몬을 잡다가 손이 부족해지게 생겼지 뭐예요.
그 때예요. 텟샤가 나무덩굴을 길게 풀어서 애들을 하나하나 붙잡아버린 건. 굉장해, 텟샤. 아직 작은 샤비의 몸인데. 제 감탄에 텟샤는 우아하게 빙긋 웃으면서 손닿는 곳의 열매를 시범을 보이는 것처럼 똑 땋았어요. 멋진 교본이야, 텟샤!
제가 박수를 치며 텟샤를 칭찬해주자 그제야 제멋대로 굴던 애들이 슬금슬금 돌아오더라고요. 저는 텟샤를 앞세워서 모두에게 열매가 상처나지 않게 조심조심 따는 법을 가르쳐주었어요.
“자, 다들 봤지? 이렇게 따는 거야. 오늘치 할당량을 다 끝내면 브리더 씨가 삐라슈끼랑 열매를 나눠주신다고 했으니까 모두 힘내서 하는 거야. 오~!”
이렇게 딴 열매는 키우미집에 가서 포켓몬들의 식사로 바뀔 예정이에요. 카레도 만들고 포핀도 굽고, 비록 제 요리에 자신은 없지만 이번만은 괜찮아요. 왜냐하면……
“브리더 씨이이~~~~~!”
“어서 오세요, 디모넵 씨~~~~!”
깍지산맥에서 만난 브리더 씨가 함께해줄 예정이거든요. 후후. 저는 브리더 씨와 두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며 친애를 다지다가 영차, 등에 바구니를 메고 일어났어요. 키가 작은 아이들은 수레를 밀며 거기에 열매를 담고 큰 친구들은 제가 멘 바구니에 열매를 채워 넣어줄 거예요. 이 바구니가 무거워지는 만큼 키우미집의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겠죠? 저는 아주 의욕적이 되었어요.
그 두 번째, 키우미집 체험!
어느 지방에나 키우미집이 있기 마련이죠. 신오지방에서는 신수마을에 키우미집이 존재해요. 신수마을 같은 경우에는 그곳에 키우미집이 존재한다기보다, 키우미집이 생기면서 거기에 마을이 형성된 것에 가깝지만요.
연고시티를 동쪽으로 나와서 로스트 타워를 지나면 북쪽으로는 봉산마을, 동쪽으로 더 들어가는 길목에는 장막시티 가는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요. 신수마을은 바로 그 길 위에 난 마을이에요. 독특하죠? 본래는 그저 평범한 길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곳에서 포켓몬들을 돌봐주고 키우는 집이 생기면서 그 주위로 차츰차츰 사람들이 늘어나 마을을 이루게 되었대요. 연고시티나 장막시티처럼 큰 도시는 이미 그 시작을 찾아볼 수 없지만 신수마을은 여전히 마을보다 부락에 가까워서 정말 단란한 느낌이 강한 곳이에요.
신수마을에 가본 건 두 번, 아니 세 번인가? 연고시티까지도 저한테는 꽤 먼 길이어서 그 너머를 갈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곳에는 신수유적이 있거든요. 천관산에 들어갈 볼 용기는 없던 어린 시절 한 번 아빠 몰래 유적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겉보기엔 크지 않은 유적이 의외로 아래로, 아래로 깊어서……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길을 잃어서, 안농들 사이에서 엉엉 울던 걸 신수마을 분이 구해준 기억이에요. 어린애가 혼자 들어가는 게 신경이 쓰여 보러 와주셨다나 봐요.
키우미집에 가본 것도 그 날이에요. 포켓몬도 없이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냐며─테리는 두고 왔어요. 테리까지 같이 사라지면 아빠에게 더 빨리 들킬 테니까요─, 키우미집 할머니는 제게 여러 알들을 보여주셨어요. 만약 그 때, 그 중 한 알을 받아왔었더라면 라이지방에 데려온 파트너 포켓몬은 테리가 아니었을지도요.
물론 저는 테리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작은 테리와 정말 추위가 혹독한 라이지방을 같이 여행해도 될지 걱정이었거든요. 지금은 테리가 있어 너무너무 듬직하지만요.
할머니가 주시려던 그 알은 누구였을까요? 지금에 와서 궁금해지네요.
“자, 얘들아. 간식 먹을 시간이야~”
옛날 생각에 잠시 잠겨 있다가 테리가 톡톡 두드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포핀을 꺼냈어요. 다행히 타진 않은 것 같아요. 살비마을은 따스하고 포근한 공기 덕에 과수원의 과일들도 얼마나 풍성한지 아까 갓 수확한 열매를 씻고 손질해서 같이 포핀을 만들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제 포핀의 맛이요? 그건 문제없답니다. 우수한 선생님, 브리더 씨가 함께해주었으니까요. 이번엔 틀림없이 맛도 100점 보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