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시티의 카페는 겨루마을이랑은 전혀 다른 엄청나게 세련된 분위기였어요. 오늘 만나기로 한 곳은 백화점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였는데 카페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이 엄마가 고를만한 곳이었다고 생각했지 뭐예요. 강변에 전망 좋고 디저트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 있다고 마침 저도 검색하다 발견했는데, 여긴 이 다음에 캠프 사람을 꼬셔서 가야겠어요.
신기하게도 엄마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에는 아무런 무게도 담겨 있지 않았어요. 겨루마을에서는, 금방이라도 꼭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말이죠. 와이는 이런 저를 두고 역시 아쉽다고 했는데요. 저는 그조차도 모르겠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나쁘지 않았어요. 어쩌면 오늘 날씨가 좋은 덕인지도 몰라요.
“그치, 테리?”
저번엔 나무지기 시절의 테이만 데려갔었는데 오늘은 테리와 함께예요. 테리는 엄마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제 저는 괜찮으니까요. 햇빛을 받으며 함께 카페에 들어가자 엄마가 보였어요. 마주 앉고 나자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요.
기분이 나아졌다고 해서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테리 발이나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어요. 괜찮냐고요. 저는 웃고 말았죠. 그렇게 우린 남은 아니고 그렇다고 친한 것도 아닌 미적지근한 상태로 쭉 대화를 이어갔어요.
엄마는요. 걱정을 하긴 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막 호들갑을 떨 줄은 모르겠고 괜찮은 걸 봤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엔 조금 놀란 것 같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평소의 상태로 돌아온 것 같아요. 프라네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좋은 표정 아니었을까요. 그런 사소한 이야기가 지나고 나서야 저는 엄마에게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어요. 아, 왜 낳았냐는 질문은 아니에요. 이젠 궁금하지 않으니까요.
아빠랑 왜 결혼한 거예요? 어쩌다 결혼했어요? 오래 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에 엄마는 건조한 얼굴을 하고 아빠가 한참 설득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반해서 쫓아다닌 건 알았지만 그래도 용케 허락했다 싶었어요. 제 표정을 보던 엄마는 느리게 테이블을 두드리다 말했어요.
“제게 돌아올 곳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평생 연구만 해도 좋고 떠돌아다녀도 좋으니 언제든, 제가 쉬고 싶을 때 돌아올 곳이 되어 기다리겠다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이죠.”
하지만 제가 엄마를 따라갔다가 다치고 난 뒤에 아빠는 한참을 고민하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나는 달리아 씨를 여전히 사랑해. 하지만, 그보다 더 디모넵을 지키고 싶어.」
저를 위해서 엄마와 이혼하기로 결심한 거라고요. 그리고 엄마도…, 이런 아빠의 말에 동의한 거래요. ……제가 엄마에게 바라는 것을 엄마는 채워줄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아예 헤어지는 게 좋을 거라고.
아빠엄마가 이혼하는 게 제 탓이라는 생각은 역시 틀리지 않았나 봐요.
“……저는 이제 괜찮아요. 저와 상관없이, 엄마는 이대로 아빠와 헤어져도 괜찮아요?”
그 말에 엄마가 보인 표정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여러 가지로 복잡한 표정이 스쳐 지나서, 미안함이란 감정이 가장 큰 것 같아서, 어려운 일이구나 했어요.
“저요. 이번 트레이너 캠프가 끝나고도 계속 여행을 할 것 같아요. 전설 속의 고대도시도 찾고 모든 지방을 돌아보기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엄마도, 이제까지처럼 가끔은 아빠에게 들러주세요.”
아빠는 계속 그곳을 소중히 할 테니까요. 엄마가 돌아올 곳을.
──엄마는 서리산맥 쪽으로 가본다고 해요. 제게 라이지방의 기원을 들은 엄마는 그쪽에 최초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포켓몬을 조사하거나 지층을 살펴본대요. 이게 다예요. 저는 이렇게 엄마와 안녕했어요.
커뮤니티를 뛸 때 재밌는 건요.
제가 일부러 의도해서 풀지 못한 서사가 자연스럽게 풀리고 엉켜 있던 실뭉치가 해결될 때인 것 같아요.
디모넵이 어머니에게서 벗어났다는 의미로 어머니를 "엄마" 대신 "달리아 씨"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걸 겨루마을 사건 이후 넣어보고 싶었는데 정작 디모넵은 무의식 중에 계속 어머니를 "엄마"라고 지칭해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나보다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