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틀은 지고 말았어요. 여러 가지로 수읽기에서 실패한 것도 있고 테마리가 생각보다 마비에 약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테마리는 어제 자기가 두 번이나 움직이지 못한 것이 분통터지는 것 같았어요. 씩씩거리며 그깟 쥐가 다 뭐냐고 애꿎은 피카츄를 잡으러 가겠다고 날뛰는 통에 말리느라 고생했지 뭐예요.
그렇지만 마비는 정말 무서운 기술이네요. 저도 그걸 위해서 텟샤에게 뱀의 눈초리라는 기술을 알려주었지만─물론 그게 아니어도 알려주고 싶은 기술이었어요. 샤로다에게 정말 어울리는 기술 아닌가요?─결국 써보지 못하고.
살비전 때도 생각하지만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거나 그런 과감한 전법은 제게 정말 어울리지 않나 봐요. 저는 ‘이번엔 껍질 안 깨?’ 하고 눈으로 묻는 테스티아를 꼭 끌어안은 채 이번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숨을 내쉬었어요.
테마리는 자기가 이번에는 미리 준비 운동을 잘 할 테니까 절대 쥐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맡기라고 가슴을 뻥뻥 두드리고 테루테루는 생각보다 공격이 견딜 만 했는지 헤헤 웃으면서 다음엔 좀 더 과감하게 덤벼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텟샤는 오버히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포켓몬 센터에 다녀오고도 탄내가 나는 것 같다고 꼬리를 만지작거리는데 그 옆에서 테이가 다시 닦아주었어요.
테토는 저한테 계속 약점보험을 손에 들고 와서 ‘내가 있지. 아주 끝내주게 보험금을 타낼 수 있는데.’ 란 눈빛을 하는데 부담스러워서 도망 다니게 되더라고요. 테갈라가 이잉, 쯧. 나는 전기가 싫어. 하고 털을 고르면 바로 옆에서 테갈라를 따라하며 테오가 나는 전기가 아쥬 좋은데에~? 하고 알짱거리는데, 저 애 분명 눈치가 없지 않을 텐데 고의인 걸까요? 볼 안에서 얌전한 테논만 빼면 모두 왁자지껄 자기 할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끼지 못하는 건 테레지아뿐이었어요.
테레지아는 아무래도 배틀을 좋아하지 않는 얌전하고, 꽃밭을 모두 제 것으로 할 생각으로만 가득한 야망이 큰 포켓몬 같아요. 샛별시티의 전력이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이 땅, 저 땅 구경하면서 어디 땅값이 가장 비쌀까를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말 다 했죠.
저도 배틀에 관련이 없는 테레지아를 굳이 배틀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모두가 대화하는 중이니까요. 테레지아를 슬쩍 불러서 물어보았어요.
“네 생각은 어때, 테레지아?”
모두가 배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도를 펼쳐 놓고 땅 구경을 하던 테레지아는 제 물음에 작은 턱을 꼬오옥 괸 채 곰곰이 생각하더니 제게 손을 내밀었어요.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