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과는 캠프 초창기부터 금세 친해졌던 것 같아요. 그야 린은 좋은 아이이고 누구와도 잘 지내고 우리는 동갑내기에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기도 했으니까 금방 친해지는 건 이상할 게 아니지만, 조금씩 교류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단지 그뿐만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됐어요.
우린 닮은 점이 많았어요. 겉보기나 관심사만이 아니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안쪽으로 말이죠.
「가족보다 다른 게 중요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거니까?」
「저는 디모넵 씨가 바라는 어머니는 되어줄 수 없습니다.」
린의 말에서 달리아 씨를 떠올렸어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건, 그게 다른 ‘보통’의 집안과 다르다는 건 마음에 깊은 흉을 남기는 것과 같아요. 아무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린을 사랑해주더라도 말이죠.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라는 게 생기고 마는 거예요.
그걸 우리는 결여라고 부르겠죠.
그 아이의 곁에 네로가 늘 함께하는 건 제가 테리를 언제나 품에서 떼어놓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일 거예요. 하나의 결여를 다른 하나의 것으로 채우는, 비록 그 형태가 서로 맞아 들어가지 않더라도요. 그렇게 우리는 늘 외롭고, 그 외로움에 지지 않기 위해 힘을 내어 왔어요. 저는 린의 힘내는 모습을 꼭 제 거울을 보는 것처럼 응원한 것 같아요.
세상이 조금 더 린에게 상냥하길 바랐어요.
그런데, 네로마저 린의 곁에서 보이지 않게 된 거예요.
「……떠나버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 없다고 저는 말하고 싶었지만 이럴 때는 제 목소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대신 주저하는 린의 손을 잡아서 샛별시티를 나왔어요.
도시는 밤이 깊도록 아름다운 불빛으로 가득 차, 꼭 지상에도 별무리가 내려온 것처럼 찬란하기만 했는데 도시를 벗어나자 숲은 놀랍도록 고요하고 어두워서 도심의 빛에 익숙해진 저희 눈에는 별빛조차 잘 비치지 않아 그저 새까맣고 깊기만 한 숲이 두려워서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던 것 같아요.
네로는 어디로 간 걸까요. 어째서 린을 두고 가버린 걸까요. 저는 만일 테리가 제 곁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면 꼭 제 발밑이 무너지는 것처럼 무섭고 두려워지고 말 거예요.
혹시 이제 제가 싫어진 걸까 하고 말이죠.
‘그러니까 네로, 어서 나타나줘. 돌아와줘.’
네로가 린을 두고 떠나지 않을 거라 믿어요. 네로에게도 린은 소중한 친구니까. 하지만 그 말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네로를 발견해야만 했어요.
“……앗, 저기 빛이.”
그 때, 장막이 내린 듯한 숲의 한 구석에서 돌연 자연적이지 않은 빛이 터지는 걸 발견했어요. 그리고 저희는 걸음을 서둘렀어요. 부디 저 빛이 우리를 인도해주는 길잡이이길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