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콩닥콩닥. 눈 내린 지면이 조금 차갑고 발이 푹푹 꺼져서 위태로우면서도 저는 설레는 얼굴로 모두의 앞에 지도를 펼쳤어요. 사실은 테레지아까지 데리고 다니기도 벅차서 새 친구를 늘릴 생각은 없었는푸헤취-!
“역시 불꽃 타입인가.”
불꽃 타입이라면 포장된 도로 쪽에도 있고 눈 덮인 숲 쪽에도 있었는데요. 마침 포장 도로 쪽의 불꽃 타입은 날쌩마인 걸 확인해서 눈 덮인 숲으로 가볼까 마음이 기울었어요.
따, 딱히 거기 풀 타입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진짜예요.
아무튼 엔트리의 친구로 사귈지 안 사귈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사나 하러 가볼까 생각하는데 어쩐지 아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요상했어요.
“왜 그런 표정이야?”
제가 그렇게 물어보면 테갈라는 푸르륵 거리며 고개를 젓고 테마리는 옆의 나무만 툭툭 쳐대고 테토가 발을 구르고 테이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여 왔는데요. 다들 왜 이런 얼굴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테리만 치리링, 테리링, 울며 그런 애들을 톡 톡 두드리며 얼굴 펴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왜 그러는 거람.
이라고 하기에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어요.
「제 챌린지는 여기까지예요.」
내가 그런 말 해버려서 모두 실망한 걸까. 속상한 걸까. 아이들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고 마른세수를 하자 테루테루가 그르렁거리며 제게 얼굴을 부벼 왔어요.
“테루테루…….”
저번 배틀에서 제일 고생해준 아이가 너인데. 그러고 보니 매 체육관마다 해주던 MVP 수상도 못 해주었네요. 그야 배틀에 나서준 모두가 MVP라고 생각하지만 그 중에서도 스페셜한 친구를 꼭 말해주곤 했거든요. 저는 각자 다른 방향을 보며 툴툴대는 아이들 몰래 제 품에 안긴 테루테루의 목에 리본을 묶어주었어요.
“사실은 좀 더 일찍 주었어야 했는데 미안해. 있지. 저번 배틀에서 네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라.”
몇 번씩이나 무리를 시켜서 미안해. 쓰러지느라 힘들진 않았어? 제 속삭임에 테루테루는 털색보다도 더 진한 분홍색의 리본을 목에 건 채 붕붕 고개를 저었어요. 그리고 까맣고 보드란 코를 제게 부비며 무어라 그르렁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미안하게도 그 말을 다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아요.
그 두 번째, 테스티아 한 번 더 껍질깨기 도전
제 엔트리의 포켓몬에게 이 아이는 디모넵의 포켓몬입니다. 하고 무언가 표식을 주길 좋아하는데요. 무얼 줄까 고민만 하다가 아직 몇 개 나눠주지 못했어요. 너무 거추장스럽지 않고 불편하지도 않고 귀여운 걸로 주고 싶은데 말이죠. 특히 테이와 테갈라에게는 메가스톤을 지니게 해주어야 하니까 더더욱 고민 중이고요.
“텟샤는 역시 꼬리가 좋을까. 테레지아는 팔찌든 화관이든 좋을 것 같고.”
테오는 이런 장신구를 좋아할 것 같이 생겼지만 의외로 몸이 가벼운 게 좋다고 그런 걸 거추장스러워 하는 편이라 더 고민되었어요. 꼬리든 목이든 무언가 피부에 닿는 게 익숙하지 않은가 봐요.
그리고 테스티아로 말하자면……
“어디에 뭘 줘야 할까.”
껍질에 니켈 씨에게 받은 스티커를 붙인 채 테스티아는 오늘도 해맑게 와아아, 촉수를 꼬물꼬물 움직였어요. 어디냐고 한다면 역시 이 껍질이겠죠. 이게 그, 수시로 깨지고 금세 부서지고 연약하긴 한데요. 그만큼 수복도 잘 되는 모양이니까요.
“흑.”
그래도 역시 무서워, 껍질깨기.
데코 씨가요.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갔으면 어땠을까. 그런 말을 해주셨는데 정말 과감한 전술을 취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뿐이에요. 전 테스티아에게 껍질을 깨달란 지시를 내리는 것도 매번 벌벌 떨며 하거든요.
“그, 그렇지만…… 실전 연습이 중요한 거겠지. 한 번 더 해보러 갈까, 테스티아?”
마침 저쪽에 크로뱃과 도련님이 있거든. 이기면 그 돈으로 네겐 무엇을 선물해줄지 고민해보기로 할게.
배틀보다 저랑 같이 하는 공부를 더 좋아하는 테스티아였지만, 현대에서 다시 눈을 뜨면서 돈의 중요성은 깨닫게 되었는지 그 말에 와아아. 좋아아. 의욕적인 촉수 움직임을 보여주었어요.
전 테스티아를 데리고 저어기 눈을 한쪽만 뜬 도련님에게 손을 흔들었죠.
그 세 번째, 테레지아의 아로마테라피
도련님과의 배틀을 끝내고 저는 잠시 테스티아가 껍질을 수복할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어요. 우린 다 같이 눈 덮인 숲의 한쪽을 거닐다가 곧 넓은 바위를 발견하고 그 위를 잘 청소해 앉았죠.
“읏, 차가워.”
바위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꽁꽁 얼어 있었고 앉자마자 엉덩이가 얼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테리를 껴안고 도와줘 테리. 하자 테리는 흰 눈을 하고 ‘제가 햇빛을 모으는 건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디모넵.’ 하지 뭐예요. 그래서 저는 얌전히 손수건을 접어 앉으려 했는데, 그 때 테레지아가 자기 잎사귀의 한쪽을 내주었어요.
여기 앉아도 돼? 하고 눈을 껌뻑이자 테레지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를 내어주더라고요.
플라엣테 시절의 테레지아는 조금 더 표로롱 하는 천진한 어린 아이 같은 이미지였는데, 진화하고 나자 갑자기 정신적 성숙이라도 이룬 걸까요. 텟샤가 타고난 우아함과 품격을 몸에 지니고 있다면 테레지아는 나긋나긋한 버들 같은 부드러움을 품게 되어서 새삼스럽게도 포켓몬의 성장은 진화와 함께하는 구나 실감이 들었어요.
아마 제나를 만나고 온 영향도 있겠죠. 그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어린 티가 났는데 지금은 뭐랄까. 스스로 애써서 어른스러워 지려고 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저는 테레지아에게 옆자리를 토닥이고는 조심스럽게 그 어깨를 도닥여주었어요. 나도 너도 아직 작은 아이인데,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고요.
조급한 건 저만인 줄 알았는데 테레지아가 이런 자극을 받을 줄은 몰랐지 뭐예요. 저는 테레지아와 나란히, 앉은 자리의 바위가 따뜻해질 때까지 아로마테라피를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