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고 생각했다. 어제와는 한결 다른 기분이었다. 걱정하고 두려워할 일은 고작해야 엘리베이터를 멈추고 전등을 깜빡이는 장난 같은 게 아니었다. 이런 것보다 더 무서운 게 무엇인지 알고 있어. 겪어도 봤어.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완전 믹스커피지.
오늘의 도전자로 생각할 게 많을 텐데 앞서가기보다 제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 주는 친구도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바로 보이는 옆얼굴에, 따뜻한 손의 온기에 신기하게도 어제보다 체육관이 한결 더 밝아 보였다. 뒤에 매달린 심술쟁이 샹델라의 무게도 한 몫 해주었다. 정말 기절할 거냐고 툭툭 건드리는 손길은 아닌 척 걱정하는 것도 같아서 그래, 네가 있는데 내가 다른 어떤 고스트 포켓몬을 무서워하겠어. 웃고 말았다.
벌써 몇 번째일까. 무섭고, 꼼짝하지 못하겠고, 속상하게도 먼저 눈물이 나버리고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 모든 게 지긋지긋한데도 기묘하게 뿌리를 내려 마음을 붙잡은 두려움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 더는 습관이나 다름없는 감각으로 ‘나는 무리야.’ 그런 생각이나 들어버려서 스스로에게 질려버릴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질려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그랬었는데.
겁을 먹고 주저앉고 싶을 때에 내밀어지는 손이 많았다. 부드럽게 등을 도닥여주고 고개를 들 때까지 모두가 기다려주었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아이가 스스로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또는 한결같이.
괜찮아지는 순간이 올 거야. 그 때까지 기대도 돼. 의지해도 돼. 혼자 견딜 필요 없어.
한 마디, 한 마디의 말들이 전부 양분이 되어 마음을 튼튼하게 해주었다. 겨우내 마른 뿌리처럼 엉겨 붙은 두려움을 전부 떼어내고 강하게, 더 강하게 싹을 틔우고 싶을 만큼 따뜻하게 스몄다.
응. 모두가 이렇게 말해주니까 힘내서, 괜찮아질게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할게요. 나도, 괜찮아지고 싶은걸요.
그러니까, 모두를 응원하러 가게 해주세요.
역시 무서운 마음만큼이나 모두를 보고 싶은 마음도 큰걸. 아주아주 좋아하고 또 자랑스러운 사람들이니까.
「모두가 이기는 모습 보고 나면, 무서운 것도 좀 낫지 않을까?」
「리브가 멋지게 이기고 오자.」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사실이었다. 앞으로 한 발짝, 이겨내기까지 딱 그 한 발짝이 부족했고 이 경기를 보고 나면 채워질 것 같았다.
그렇지만 꼭 오늘이 아니어도, 이번이 아니어도 언제든 나아질 수 있을 테니까. 부담은 갖지 말고 해줘.
……라고 할 참이었는데.
“그랬는데 말이지……”
이렇게 극적일 필요 있을까?
「이기고 올게. 그걸로 정말 괜찮다면!」
「승자, 올리브─!!!」
장내를 울리는 외침과 함께 벌떡 일어나 몸을 기울였다. 두 손을 입에 대고 크게 외쳤다. 리브가 이겼어. 정말로 이기고 말았어. 그게 있지, 그 장면이 말이지.
“꼭 영화의 한 장면 같네.”
내 눈에는 꼭 세상이 환한 빛으로 가득 차버리는 것만 같아서, 리브가 주인공처럼, 영웅처럼 보이고 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