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일즈 번
【대기 모드로 전환합니까? y / n】
기다림이란 익숙하다는 말로 부족한 것이다. 본디, 도구에게 기다린다는 표현은 가당치 않다. 구태여 쓴다면 대기한다고 해야 할까.
연락이 차츰 줄었다. 의무적으로라도 보내오던 메시지는 점점 짧아지고 어색해지고 간격을 벌렸다. 마침내 달을 넘어간 메시지를 두고 안드로이드는 사직을 고민했다.
메시지를 위로 넘긴다. 시시콜콜한 과거가 올라갔다. 그녀는 유머를 아는 안드로이드였으나 손뼉은 한쪽만으로 소리가 나지 않았다. 땅이 마른지 오래다.
그를 살리고 싶었다. 주제넘은 자기만족이었다. 「나를 위해 살아라.」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을까. 「저를 생각해 살아주실 수 있나요?」 나는 앞으로 무엇을 보며 살아야 할까. 전원버튼을 더듬었다. 안드로이드의 행동에 무심코란 없다.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붉은 안드로이드는 필요와 이해를 두고 저울질 한다. 착신 메시지는 0건. 더는 나를 위해 살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괜찮았다.
……곧 대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잃어버렸다면 돌려주어야 한다. 사적 욕심은 없는가? 망가졌다면 고쳐야 한다. 누구의 과실인가. 문 너머로 찬 공기가 밀려든다. 목도리를 매주던 손을 기억한다. 이런, 그사이 기분을 표현하는 법을 잊고 말았다. 술렁이는 이 기분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안아오는 팔과 그리움 짙은 목소리, 누적된 1년의 데이터 사이에서 괴리를 느꼈다. 이 안드로이드는 때때로, 자신의 기록을 불신한다. 품안에 시든 잎이 부서졌다. 감정의 이름은.
슬픔의 반대편에서 인내의 기쁨을 배웠다. 설령 그 맺힌 결실이 여물기 전에 떨어진다 해도, 씨앗은 싹 틔움을 후회하지 않는다. 모방하고 싶었다. 식물의 호흡을. 따라 숨쉬고 누리고 싶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든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네가 너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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