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태명을 지어주더라고요.”
까맣고 보라색인 알을 담요에 포근하게 감싸주고 에셸은 새로 사귄 흔들풍손까지 네 포켓몬들과 알 하나와 함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위키링이 함께 하는 한 에셸은 언제든 물을 끓일 수 있었고, 오늘도 향긋한 차가 여섯 생명이 있는 공간을 훈훈하게 데웠다.
그 사이 캠프는 알을 받은 멤버들이 부쩍 늘었다. 동시에 여전히 알을 받지 않는 멤버들도 있었다. 이해는 했다. 모친에게서도 들은 이야기다. 한 생명을 책임질 각오가 되었는지.
에셸은 스스로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제 집은 넓은 축에 속했고 캠프에서 식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한 아이 빼놓지 않고 사랑할 마음도 있었다. 외동이어서 그럴까. 에셸은 정을 주는 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알을 받아오기까지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앞으로도 포켓몬과 함께 계속 살아갈지 어떨지 스스로도 확신할 수 없을 테고, 누군가는 자신이 포켓몬을 거두는 신념과 알을 받는 일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각자의 사연이 있을 테지. 참 사연 많은 캠프예요. 중얼거리며 에셸은 오늘도 느긋하게 알을 문질렀다. 그런 신중한 모습이 도리어 보기 좋았다. 모친의 말처럼 가볍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
“마침 저도 슬슬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야생 포켓몬 서칭을 하다 보면 옆에서는 만나고 싶은 아이라든지 노리는 아이라든지 모두 포켓몬에 해박해 보이는데 정작 저는 약간의 계기가 늘 만남을 이루어주었다. 포켓몬과 만나는 건 운명이고 인연이라서 위키링을 제외한 세 포켓몬은 정말이지 계획에 없던 아이들이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제동을 걸 때다. 알이 태어난다면 벌써 가진 포켓몬이 다섯 마리. 보통 트레이너는 6마리를 지니는 게 가장 적정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늘리지 않는 게 저의 포켓몬을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현명하겠지.
그 첫번째로 단란한 가족간의 시간이다.
“그래서, 지금 제 아이들은 모두 ~링으로 끝나고 있거든요.”
위키링, 저글링, 냐미링, 후와링. 태어날 아이도 물론 ~링으로 붙여주고 싶었다. 후와후와링이라는 귀여운 추천을 받기도 했지만 그건 마침 찾아온 흔들풍손에게 붙여 주었고 칠흑의 황태자라든지 철우라든지 구마링이라든지, 다들 개성에 맞게 좋은 이름들을 추천해주었는데……
“태어나면 분명 아가 포켓몬이겠죠? 그럼 절대 사랑스러울 거예요.”
여러 후보를 놓고 에셸의 마음에 쏙 든 것은 말라카이에게 추천받은 러블링. 어찌나 사랑스러운 이름인지. 이 안에서 태어날 아이가 어떤 타입에 어떤 성격을 하고 어떤 표정을 보이더라도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이미 콩깍지가 씌일 준비가 되었다.
“러블링, 러블링. 여기 친구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이 태어나는 날에는 우리 다 같이 파티를 즐기기로 해요. 그 때까지 조금만 더,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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