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19) 01.25. 냐미냐미 타임

천가유 2022. 4. 21. 00:24

냐미링 친밀도 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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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타입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모로 기울일 수밖에 없다.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아직 잘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해서 알고자 하고 있다. 알고 난 뒤에는 좋아하게 될까, 혹은 무서워하게 될까. 사실은 이미 전자이리라 자신하고 있었다. 지금도 에셸은 위키링을 사랑하기에.

분홍색을 좋아하냐고 물어본다면 이번엔 조금 더 자신 있게 좋아한답니다. 웃으며 답한다. 달리 여지가 없는 선호색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포켓몬을 고르진 않는다. ──저글링과 냐미링에서 그다지 설득력 없는 말일지도 몰랐으나 말이다.

두 친구 모두 운명이었는걸요.”

냐미링은 오늘도 에셸의 근처를 두둥실 떠 있었다. 이 미스테리 몽나의 하루는 반의 수면과 반의 부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잘 때는 직접 볼에 들어가고 싶다고 에셸에게 사념을 전해 왔고 깨면 늘 그의 곁에 두둥실 떠 똘망돌망하게 눈을 뜬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했다.

아마도 먹이를 찾는 시선이 아닐까 짐작한다.

몽나. 꿈먹기 포켓몬. 사람이나 포켓몬이 본 꿈을 먹는다. 즐거운 꿈을 먹으면 핑크색 연기를 내뿜고, 나쁜 꿈에 시달리면 그것을 먹어버리는 포켓몬.

즐거운 꿈도 나쁜 꿈도 먹어버리다니 편식하지 않는 아이예요.”

먹어버리면 먹힌 쪽은 꿈을 잊어버린다지만, 꿈이란 본래 휘발되는 게 아니었나? 언제나 조금 잠이 부족한 상태인 에셸은 잊어버리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꿈을 꾼 기억이 그다지 없었다. 그러니 만약 몽나가 제 꿈을 먹는다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와 같은 면을 리체나 에셸의 어머니는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양이었으나 에셸로서는 안이해도 좋은 마음이다.

이런 것도 일종의 덜렁이인 면이려나?”

손짓해서 부르자 몽나가 얌전히 에셸의 품에 들어와 안긴다. 몽글몽글 말랑말랑, 이 포켓몬은 만지면 깜짝 놀랄 만큼 부드럽고 또 말랑거렸다. 도감에 적힌 몸무게는 품에 안기에 마냥 가볍지 않았는데 스스로 떠오르기 때문일까? 에셸이 품에 안은 동안에도 무게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첫 만남부터 이처럼 얌전하고 에셸에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지그시 시선을 보내왔었지. 텔레파시라는 드문 특성 덕분인지 냐미링은 유난히 얌전했다. ,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아도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를 테면 명확한 단어나 문장으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뇌리로 꽂히는 감각으로 좋다거나 싫다거나 기분이 어떻다거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들을 뿐이었다.

그건 참 어떤 경험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신기한 경험이다. 의지가 글자 대신 색이나 맛이나 향으로 전해졌다. 지금도 몽나는 에셸의 손길이 기분 좋다는 의지를 문장 대신 우유를 잔뜩 쓴 스펀지케이크의 감각으로 전달하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몽나와 더 친해지면 그의 말이 명확한 문장으로 전달되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면 당신의 말을 인간의 말처럼 이해하게 되는 걸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걸 요즘은 알 것 같아요. 더 가까워지면 지금과 같은 텔레파시에 제가 더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거겠죠.”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다. 포켓몬은 포켓몬의 말을, 그럼에도 어떠한 장벽 없이. 그러니 제게 더 많이 말 걸어주세요. 냐미링이 원하는 달달한 맛을 찾아 피로슈키를 반으로 가른다. 안쪽으로 라즈베리 잼이 듬뿍 든 그것을 입에 넣어주자 몽나는 분홍색 연기를 몽글몽글 뿜어내며 피로슈키를 기쁘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