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루버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데미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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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새와 같았다. 언제나 그 곁을 함께 하는 작은 새와 꼭 닮아 있었다. 날아오르고 싶어서 날개를 키우고 비상하기 위해 아직 젖은 그것을 활짝 펴 힘을 주곤 했다. 아이는 노력가였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 목표를 하늘 높이 정해두고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그러다 무엇을 놓치고 잊었을까. 아이는 요령이 없었다. 그저 위만을 바라보느라 자신의 세상이 높을 뿐 아니라 넓다는 것을 몰랐다.
그런 아이가 겨우 위가 아니라 앞을 보게 되었다. 누구든지 꿈꾸려 하는 자는 다른 이의 세계까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아이의 눈에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이 넓어졌다. 여자는 이제 갓 모자를 벗고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받아들이려 하는 소년의 날갯짓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저는 웃는 얼굴을 좋아해요.”
그를 위한 첫 마디다. 소년이 익히 알고 있는 것, 동시에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테지.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알고 있나요? 기분만이 표정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반대로 표정이 기분을 움직일 수도 있죠.”
힘들어도, 지쳐도, 기운이 나지 않아도, 울적해도, 한 번 입꼬리를 당겨 미소를 그리면 그것만으로 훨씬 기분이 나아진다. 거울을 보고 한껏 웃으면 미소가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기분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눈앞의 소년이 저처럼 기분을 컨트롤하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소년은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에 솔직해지지 못해, 그것을 억누르는 법부터 익혀버린 상태다. 에셸은 그에게 감정을 내보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기뻐하는 법, 슬퍼하는 법,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 받아들인 감정을 삼키는 대신 표출하는 법. 아이가 아이답도록.
이것은 그 중 하나의 이야기다.
“하지만 좋은 얼굴이 꼭 웃는 얼굴은 아니에요. 루버 씨, 저는 당신의 ‘좋은 얼굴’이 보고 싶다고 했어요.”
지난주의 당신의 얼굴은 좋지 않았냐고요? 그랬답니다. 아주 몹시, 매우 말이죠.
“체육관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고 했죠. 신기하게도 우리 캠프 사람들은 참 솔직하고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지 않겠어요. 지면 분하다, 또 슬프다. 강한 적을 앞에 두고 두렵다, 걱정된다. 이기면 기쁘다.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숨김없이 내비치는 감정은요.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어요.”
사람에게도, 포켓몬에게도. 네 포켓몬이 네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이미 했더랬다.
지난주의 루버의 표정은, 정말이지 괴로움뿐이었다. 누림체육관에서 잡은 승기, 그 당시의 고양감, 또 기쁨. 그와 비례하는 북새를 향한 두려움, 잘해내지 못할 거란 냉정한 비관, 그럼에도 잘하고 싶은 부담, 잘해내서 멋을 부리고 싶은 마음까지. 활약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허영심이라 하지 않는다. 허영심이 나쁜 것도 아니다 멋없이 물러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은 그에게 있어 중요한 줄기 중 하나다. 에셸은 그마저도 좋았다. 괴로웠던 건,
“그 감정들을 하나도 밖으로 털어놓을 줄 모르고 혼자 다 삼켜내는 표정이 좋지 못했어요. 머릿속으로는 오만 생각을 다하면서 끝으로 혼자 어떤 결론을 냈나요? ‘두렵다. 하지만 표낼 수 없다. 무모한 도전을 벌인 내 잘못이다. 한심하다. 이런 모습이 창피해서, 더 숨기고 싶다.’ 이를 테면 이런 생각들을 하진 않았나요.”
목소리는 감정을 따라 격앙되는 일 없이 조곤조곤, 차분히 흘렀다. 여자는 말하면서도 아이를 너무 자극하지 않도록 간간이 표정을 살폈다. 그를 몰아붙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다만 그의 입을 열고 싶었다.
“꼭 웃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면 분하고 속상하면 울고, 볼품없어도 무모하게 도전하고 노력하고. 저는 그런 것마저 좋은 표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루버 씨에게 기대하는 표정은 그러니까.”
이번 주도 확신이 없다고, 아이는 자신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만약 또 지게 되면 금방이라도 세상이 무너질 듯 어깨를 움츠리고 땅만 보게 될까. 여자는 그를 바라지 않았다.
“어떤 표정이든, 내가 잘못했다는 얼굴을 하지 않는 거예요.”
아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금세 제 눈높이를 뛰어넘어 비상하겠지. 그럴 때에, 저 멀리 높은 곳에 있을 그 표정이 하늘에 어울리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눈앞의 소년은 제 말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찬찬히 그 표정을 눈에 담으며 말갛게 웃는다. 비상하려는 이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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