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24) 01.28. 이야기를 속삭여봅시다. ---부화 스텝 ④

천가유 2022. 4. 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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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나랑 눈사람 만들래? . 위키링은 초라서 무리죠. 그럼 위키링이 좋아하는 레몬 마들렌 만들기는 어때요? 대답 안 해줄 거예요? ──하아. 꾸준히 말을 걸었으나 위키링은 트레이너의 부름에 응해주지 않았다. 결국 에셸은 오늘의 모의전 후보에서 위키링을 제외했다. 언제나 유난스러울 만큼 함께 해온 파트너다. 위키링의 부재는 캠프 사람들의 눈에도 바로 보였다.

싸웠어요?

아주 간결하게 말하면 그 한 가지. 경위를 설명하자면 좀 더 복잡해지는 일이나 간단히 말해 싸웠다. 그 뿐이다. 몬스터볼을 들고 서성이던 에셸은 볼을 부화기 위에 올리고 그 앞에 쪼그려 조곤조곤 알에게 이야기를 속삭였다.

러블링. 오늘은 배틀을 하고 올 거예요. 저는 체육관 챌린지가 목표는 아니지만,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도전해보자고 스스로와 약속했거든요.”

위키링과도 약속한 바다. 포켓몬은 흥, 하고 못 들은 척을 하지만.

아마 러블링도 태어나게 되면 저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시합장에 서게 될 거예요. 물론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세우지 않을 거지만, 만약 즐길 것 같다면요. 우리 함께 닥쳐올 시련과 역경을 이겨보기로 해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생의 시련과 역경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에셸은 제 입을 찰싹 때렸다. 시계를 보자 모의전 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어떻게든 만회를 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생은 고통이라든지 삶은 달걀이라든지 살아가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자기 경험에 기반해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 말처럼 태어난 뒤에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일도 많아요. 예를 들어……

지금은 이렇게 알속에 있지만 만약 당신이 부화한다면 우리는 같은 시야를 공유하며 라이지방을 여행하게 되겠죠. 이미 몇 개인가 마을을 지나쳐 오고 말았지만 서운해 하지 말아요. 캠프가 끝나면 당신에게 그곳을 한 번 더 보여줄게요.

, 캠프가 끝나면 어쩌면 우리는 배를 타고 멀리 다른 지방까지 여행을 가게 될지도 몰라요. 낯선 풍광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처음 먹는 음식을 먹고 그럼에도 해가 지고 별이 떠서 우린 체온을 나누며 잠들겠죠.

위키링은 제가 일하는 곳에도 함께 하곤 하는데요. 당신도 원한다면 따라올 수도 있답니다. 그곳에서는 장난을 치면 안 되지만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요. 우리 캠프의 10대 아이들은 말이죠. 회사에 나가거나 직장을 갖거나 하는 게 무슨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상상하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무언가를 노력해서 얻어내는 기쁨이 있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아주 많아요. 그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싶어서 캠프에 참여하게 됐어요. 러블링, 당신은 알 바깥 세계에 어떤 기대를 안고 있나요?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제가 들려준 이야기만큼 당신이 돌려줄 이야기를.

──. 어느덧 시간이다. 에셸은 알에 짧은 키스를 남기고 시합장으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