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도 로그::후와링
후와링의 몸이 하늘에서 환하게 빛났다. 자신의 포켓몬으로서는 처음 보는 진화의 빛이었다. 아찔한 빛을 어떻게 눈치 챘는지 바나링이 자신의 천으로 트레이너의 눈을 가려주었다. 어둠대신의 뿔은 인간의 기분을 감지한다 했던가? 덕분에 에셸은 포켓몬의 진화를 앞두고 기절하지 않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바나링.”
목이 메듯 힘겨운 목소리로 답을 하고 어둠대신을 두 손 위에 올렸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치고는 아이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면 위키링보다도 클 정도. 에셸의 생각을 읽은 듯 위키링이 훅, 바나링의 아래에 촛불의 열기를 비치는 시늉을 한다. 공기열에 바나링의 천이 펄럭였다. 잠깐, 얘들아. 장난치지 말고요.
불켜미를 옆구리에 끼우고 에셸은 진화해버린 흔들풍손, 아니 둥실라이드를 보았다. 어느새 하늘은 새파란 색에서부터 붉은색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타들어가는 하늘을 따라 둥실라이드는 좌로, 우로 기우뚱거리며 흔들렸다.
「해질녘, 무리를 지어 바람에 날리듯 이동하는 포켓몬. 석양을 나르듯 땅거미를 따라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후와링──, 그 이름을 불러야 하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르면 네가 내게 와줄까? 너는 사실 내게 오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시선이 아득하다. 둥실라이드는 너무 높이 떠 있었다. 커다랗게 부푼 기구 안은 영혼을 원료로 한 가스가 채워져 있다고 도감에 나와 있었다. 영혼을 뱃속에 가득 채우고 두둑해진 그것이 하늘을 빙그르르 돈다. 둥실라이드의 그림자가 에셸의 머리 위로 응달을 만들었다. 한기가 느껴져 에셸은 위키링을 더 꼬옥 안았다. 혼자 멋대로 진화까지 해버리고, 역시 저 포켓몬은 저 자유롭게 활공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에셸은 포켓몬을 몬스터볼에서 놓아주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몬스터볼을 가장 처음 쥘 때 배우는 것 중 하나다. 장갑 낀 손이 볼을 만지작거렸다.
그 때였다.
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둥실라이드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길동무를 바라는 걸까. 내려오는 그 거대한 몸체를 따라 그림자가 점점 짙어져 갔다. 응달진 곳의 한기가 피부를 싸늘하게 했다. 내려오는 동안 둥실라이드의 기분은 읽어낼 수 없었다. 에셸은 멍하니 제게 다가오는 커다란 기체를 응시했다. 기묘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동시에 누가 시킨 것처럼 입술이 멋대로 움직였다.
“전 당신을 따라가지 않을 거예요. 대신에…… 당신이 절 따라와 주세요, 후와링.”
멋대로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풍선을 터트리며 진화하고,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들어 이윽고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언제쯤 네가 날 두고 떠날까 어찌 보면 무심한 가정을 하는 에셸과 다르게 후와링은 그의 시야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떠올려보면 한 번도, 단 한 번도. 아무리 천장이 있는 곳이라면 에셸의 눈 닿지 않는 곳으로 날아간 적이 없다. 도통 감정을 읽을 수 없고 생각도 알 수 없지만 그가 보여주는 단 하나의 분명한 의사표시였다.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은 에셸은 코앞까지 내려온 거대한 둥실라이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돌아갈까요?”
하늘 높은 곳까지 떠오르길 좋아하고, 신출귀몰하게 곡예하길 좋아하고, 그럼에도 결국 트레이너 곁으로 돌아오는 사랑스러운 기구 포켓몬. 여전히 그를 채 다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교감에 반드시 이해가 동반하지 않음을 이제 에셸은 알았다. 정원을 내려온 에셸은 후와링과 피로슈키를 나눠먹었다.
후와링...과 즐거운 서사 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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