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도전::혜성
몬스터볼이 담긴 가방을 손에 들고 호텔을 나와 체육관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제법 낯설었다. 극장에 별관이 있고 거기가 체육관인 것까지도 얼추 알고 있었지만 그곳을 방문하는 일이 생길 거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관객도 아니고 챌린저로서 도전이다. 벌써 세 번째 체육관이었지만 에셸은 묘한 긴장과 고양을 어쩔 줄 모르고 느꼈다.
오늘의 엔트리는 그가 보일 수 있는 전부였다. 위키링, 저글링, 냐미링, 후와링, 바나링. 상대는 셋이고 이쪽은 다섯이라니 숫자만 봐선 도전하는 쪽이 치사하기 짝이 없는데 마음가짐은 제가 불리해도 한참 불리했다. 하지만 언제는 이길 승산을 안고 겨루었을까. 어깨의 힘을 푼 에셸은 대기실에 도착해 포켓몬들을 꺼내고선 다 같이 웃는 시간을 가졌다.
“로렐 씨가 그랬어요.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마음’이라고. 북새체육관은 화산이 웅장한 몹시 뜨거운 곳이었는데 이번 체육관은 새파랗고 시원한 수영장에서 열리더라고요. 물이라면 호텔 스파에서도 잘 즐기고 나왔죠? 낯설어 할 것 없어요.”
장소가 어디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줄 테니까요.
“자, 그럼. 벤더 관장님이 해준 말씀을 다시 구호삼아 파이팅해볼까요? 침착하면서 저돌적으로. 우리는 도전하는 자이니 가릴 것 없이 맹렬하게.”
다 같이 손을 번쩍 들고 오─! 기합을 넣는다. 겨우 어제 처음으로 배틀이란 걸 해본 바나링은 그게 무엇이든 마냥 재밌어 보였다. 저글링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로렐의 공격이 뼈아플 아이들이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주저하고 걱정했지만, 그럴 때일수록 에셸은 초심을 곱씹었다.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에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즐기기 위해.”
전날, 천궁에게 피드백을 받기 전까지 엔트리에서 뺄 생각이었던 위키링이 에셸의 말에 작은 손으로 톡톡 두드려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맞아, 그거면 돼.
“휴. 그러면 옷도 갈아입어볼까요. 젖은 채로 돌아가면 곤란하니까──”
이리나와 함께 고른 분홍색의 원피스형 수영복. 잊지 않고 가져오긴 했다. 그래도 역시 수영복 차림으로 시합장에 서는 건 제법 부끄럽네요. 그 생각에 옷을 쥔 손이 머뭇거릴 때 대기실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들어오세요. 에셸의 허락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예술극장에서 잘 아는 스태프들이다. 응원이라도 해주려고 온 건가, 환영의 인사를 주려는 찰나, 스태프들의 손에서 무언가가 줄줄이 나왔다.
“달링 씨. 체육관 도전하신다면서요!”
“의상은 준비해두셨어요?”
“네? 의상이라면……”
“모처럼 단장님 앞에 서시는데!”
“그냥 보낼 순 없죠!”
“네? 네에???”
자, 잠시만요. 이건 좀. 꺅. 아니, 저기요~!!! 트레이너의 비명 소리를 뒤로 하고 위키링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렇게 예정 없는 쇼의 출연이 결정되었다.
지인분에게 수영복차림도 지원받고... 이때부터 자캐에게 허벅지가 끝내준단 설정값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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