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차 리포트
쉴 새 없이 울리던 워치가 비비안느 덕분에 잠잠해진 사이 에셸은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의 그는 어린아이였고 굉음과 섬광을 따라 정처 없이 흔들리고 휘말렸다. 지면은 안전하지 않았고 한쪽에서는 뜨거운 바람이 계속해 불었다. 열풍이 아이의 몸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 이럴 거면 차라리 흔들풍손의 손을 잡는 게 나았다. 아니면 그가 흔들풍손이 되어버리거나.
악몽이었다. 그러나 악몽이라고 느낄 만큼 고통스럽진 않았다. 어디선가 분홍색 눈동자가 계속해 지켜봐준 덕일까. 그 눈동자는 때로는 소용돌이치는 몽나의 눈동자였고 때로는 흰 별이 반짝이는 벗의 눈동자였다. 그 사이 몽나가 트레이너의 꿈을 빨아들였다. 몽나의 이마가 하염없이 뜨거워져만 갔다. 그럼에도 쉴 틈이 없었다. 빨아들여도 빨아들여도 악몽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에셸은 흔들풍손을 손에 쥔 채 미로에 빠져 있었다. 섬광과 굉음이 먹먹하게 멀어졌다. 마치 그 모든 것이 남의 일인 양. 나갈 길을 찾지 못하는 새까만 공간에서 코주부 안경을 쓴 이가 나타났다. 옛 기억이다. 「냐미링은 자기의 악몽을 열심히 먹어주고 있어?」 그런가? 깨어나서는 잘 기억나지 않아서요. 아니, 맞았다. 몽나는 에셸을 따라간 이후부터 그의 오래된 꿈들을 먹어 왔다. 케케묵은 불안과 공포였다. 물론 좋은 꿈도 있었다. 그 몽나는 늘 분홍색 연기를 달고 살았으니까. 그러나 행복과 불행의 총량이란 신기하게도 균형을 맞춰가기 마련이어서 몽나가 마신 분홍색 연기만큼 의식하지 못한 수면 아래 불안과 공포도 점점 크기를 줄여갔다. 이 리본머리 트레이너의 곁은 만족도 높은 자리였다. 그의 꿈은 늘 솜사탕처럼 달았고 눈이 질끈 감기도록 시기도 했다. 그런 평화만 계속될 줄 알았지.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몽나의 이마가 계속해 뜨거워졌다. 또 까맣게 물들어갔다. 그 곁의 작은 불켜미가 몽나를 말린다. 그만해. 그래도 몽나는 빨아들이길 그치지 않았다. 이 악몽을 다 삼키지 않으면 트레이너가 깨어나지 못할 거야. 이럴 때 제 힘이 더 강해진다면 그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진화하고 싶어요?” 제 상냥한 트레이너가 물어보던 것처럼. 몽나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냐미링은 아직 잠들어 있고 싶지 않은 거죠. 그렇다면 괜찮아요.” 맞아. 하루 종일 선잠에 들기보다 너와 같이 바깥을 걷고 싶어. 하지만 그러려면 네가 깨어나야 하잖아. 에셸. 내 트레이너. 네가 눈을 뜨고 내가 눈을 감는다면. 나는 그래도 좋은데. 몽나의 염동력이 달의 돌을 찾았다. 이게 있으면 너를 깨울 수 있을까? 달의 돌이 몽나의 마음에 공명하듯 반짝였다. 그 때, 밀랍으로 된 말랑한 손이 몽나의 이마를 때렸다.
순식간에 이마가 식고 돌이 바닥을 구른다.
「에셸이 기뻐하지 않을 거야.」
그러다 그가 영영 악몽에서 눈뜨지 못하면? 몽나가 물었다. 불켜미는 답을 할 수 없다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너를 지켰더라면. 그 생각은 몽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밤이 길었다. 포켓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트레이너 곁에 모여 다 같이 눈을 감았다. 이렇게 하면 트레이너의 꿈에 닿을 수 있을까. 악몽에서 일으킬 수 있을까 하였다.
개인적으로 저 이미지가 맘에 들어요. 이 한 주가 참 고난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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