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41) 02.12. 곡예하는 출근길

천가유 2022. 4. 2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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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시티 의뢰! 인어의 경호원

 

이것은 에셸이 혜성시티를 떠나기 전의 이야기이다. 수상한 사람들이 혜성시티 근방을 어슬렁거린다는 보고 이후로 로렐의 경호인력은 배로 늘어 있었다. 하지만 인력을 늘리고 싶다면 우선 일할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서, 에셸이라면 무려 폴카 배지가 있는 트레이너잖아. 와주면 안 돼? 경호보다는 나랑 이야기 해주는 게 메인이지만~

무려 로렐의 스카우트다. 거절할 리가 없었다. 저녁이면 바로 출발할 수 있게 짐을 싸두고 에셸은 아침 일찍부터 예술극장을 찾았다. 에셸, 여기야~ 손을 흔드는 로렐의 곁으로 가자 경호팀장이 곁에 함께 서 있었다.

달링 씨에게 부탁드릴 구역은……

로렐은 자신과 이야기 해주는 게 메인이라고 했지만 경호팀장의 표정은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잠깐, 에셸은 오늘 내 전담인데! 안 됩니다. 지금 인력이 부족한 것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에셸 한 명만 있어도 되지 않아? 강한 분이라면 더 잘 됐군요. 가장 사람이 몰리는 출근길 쪽으로……. 로렐이 무슨 말을 해도 경호팀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런 강인한 마음이 있어야지 로렐 씨의 경호팀장도 할 수 있는 거군요. 매니저도 그렇고 경호팀장도 그렇고, 강철같은 자제력이다. 에셸 본인이었다면 로렐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 좋다고 홀딱 넘어가버렸을 것이다. 그런 에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선글라스 아래로 경호팀장이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출근길은 출근을 마치고 나면 비워져서요. 그 땐 어쩔 수 없죠. 로렐 씨 옆자리를 부탁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렐이 화색이 되었다. 밀당은 저렇게 하는 거구나. 에셸은 또 하나 배웠다.

일 끝났다고 먼저 돌아가면 안 돼? 이따 보기야~”

네에. 잘 지키고 있을게요. 로렐 씨도 트레이닝 힘내세요.”

만약 에셸에게 물 타입 포켓몬이 있었다면 로렐의 트레이닝을 보고 싶어서 기웃거렸을지도 모르지만, 에셸의 엔트리에 물 타입은 없어서 다행히도 직접 못 보는 게 많이 아쉽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고스트 타입 중에도 물 복합 타입이 있던가요.”

에셸의 포켓몬 중에는 불켜미와 둥실라이드가 각각 불과 비행 복합이지. 둘 다 첫 번째 타입을 고스트로 삼고 있다. 순수 고스트인 어둠대신을 옆에 두고 워치를 두드리자 고스트를 타입으로 갖는 목록이 쭉 나왔다.

고스트 타입은 굉장히 수가 적네요.”

메이저한 타입이 아닌 건 알고 있었지만 물 타입과 비교하자 한 줌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고스트가 첫 번째인 물 복합 포켓몬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숫자가 적으니까 연구도 부족하고, 고스트 타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겠다. 대부분의 고스트 타입의 도감 설명은 정보가 부족한 만큼 ~카더라 라는 소문에서 시작되어 아이들을 겁주려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내용이 많았다.

만약 좀 더 고스트 타입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경호를 서기로 해놓고 출근길목에서 다른 생각에 빠진 에셸을 대신해 일한 건 포켓몬들이었다. 길목을 넘어 로렐의 대기실까지 노리려던 몹쓸 극성팬들은 세 발자국 걷기도 전에 후와링의 곡예에 휘말려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덕분일까? 오늘은 어땠냐고 묻는 경호팀장에게 에셸은 해맑게 보고했다.

생각보다 팬분들이 예의를 지켜주시던 걸요. 특별히 매너를 잃고 들어오려던 분들은 보지 못했답니다.”

진실은 저 둥실라이드의 기체 속에 담겨 있었다.


자캐의 상태가 안 좋아도 오너는 의뢰를 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