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안드레이
세 번째 체육관까지 그의 도전을 지켜보았다. 안드레이는 갓 새 출발을 한 청년만 같았다. 누림에서 북새로, 북새에서 혜성으로. 마치 태엽을 거꾸로 돌리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애도에 차 있던 남자는 아내가 마지막으로 열어준 길을 따라서 점점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늘에서 벗어나 음울한 표정을 지우고 뜨겁게, 또 열정적으로, 강렬하게, 때론 아이처럼.
캠프의 모두가 그를 환영할 것이 틀림없었다. 이곳은 누구나가 꿈을 찾아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그렇다면…… 새로운 길을 찾기 이전의 그를 알던 사람들은 어떨까. 이미 지나온 길에 남겨진 사람들이라면.
비극인 것 마냥 느낄까. 그를 잃었다고 생각할까. 두 길은 양립할 수 없는 걸까.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는 그와 포켓몬 트레이너로서의 꿈을 찾아 떠나는 그는 공존할 수 없는 사이인 걸까.
에셸은 종종 안드레이가 스스로를 벌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여기 온 것은 아내 릴리아의 유언 때문이다. 아내가 바라는 걸 마지막까지 알아주지 못한 무정한 자신은 앞으로 평생을 후회만 하며 살아갈 것이다.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때때로 행복해지다가도 그 다음 덮칠 죄악감이 저를 괴롭히겠지. ──그러한 느낌을 말이다.
그의 인생의 고작 1/3 정도를 살았다. 경험의 길이가 달랐다. 안드레이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거기 얽힌 수많은 지난 이야기들을 에셸이 다 헤아릴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난해함이 뒤따랐다. 어째서 그는 아내의 말을 철썩 같이 듣는 것일까. 아내에게 미안해하기만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도 유언을 따라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집착도 미련도 놓아야 한다는 것일까. 어른들은 때론 손쉬운 길을 두고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 구태여 선택해 돌아가곤 했다. 곧게 가기엔 얽힌 것이 너무 많다 하여 빙 돌아 한참을 걸리는 길을 택했다. 그도 그런 것일까?
적어도 그는 솔직하지 못하다.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의 뒤편에 실마리가 있을 것만 같은데, 잘 잡히지 않았다. 뺨을 콕 찔리며 에셸은 부러 그 찔린 곳을 부풀렸다. 결국은 안드레이 씨도 치사한 어른이고 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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