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마을 의뢰 배틀 카페의… 메이드!?
열차에서 벌어진 소동의 뒷수습에 트레이너 캠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배틀 카페의 일손 부족을 돕기 위해 대타를 뛰는 일이었다. 단순한 카페 아르바이트라면 누림마을에서도 해본 일이다. 어려울 것 없어 보였지만, 이번 아르바이트는 몇 가지 수행할 사항들이 있었다. 하나는 이곳이 배틀 카페이다 보니 배틀을 신청하는 트레이너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였고 또 다른 하나는 카페 유니폼이 바로 메이드복이란 점이다.
“우리 딸아이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유니폼이 부끄러운지 단칼에 거절하지 뭔가! 핫하하!”
딸에게 메이드복을 입히려는 아버지란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메이드복에 불타오르는 캠프도 대단하다 해야 할까. 전에 없이 의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에셸은 슬그머니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대타는 문제가 아니었으나 열차 내부라는 장소가 문제였다.
열차의 외관을 보는 것까진 괜찮았지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 아직 그에겐 몹시 버겁고 힘들었다. 과거에도 한 번 겪었던 일이다. 무의식중에 몸이 거부하였다. 저기 들어갔다간 또 무서운 일이 생기고 말 것이라는 강렬한 암시와 학습이다. 어릴 때야 멋모르고 공포가 새겨졌다고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사리분별이 가능한 성인인데, 헬릭스단인지 헬스단인지가 더는 열차에 없다는 걸 알아도, 그 때와 같은 섬광이나 폭발이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머리가 아는데도 몸에 밴 공포란 쉽사리 걷히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속상한지.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래서야 곤란하다. 며칠 있으면 열차의 수리가 끝마쳐지고 캠프는 함께 다음 마을로 향하게 될 것이었다. 에셸은 캠프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이 고집스러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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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배틀 카페에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영업이 끝난 심야 시간에 손님을 찾아 돌아다니는 메이드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메이드는 발목이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한 긴 치마를 입고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열차에 남은 손님을 찾아다니는데. 그의 손은 언제나 티끌 하나 묻지 않은 흰 장갑으로 덮여 있고, 손에 든 촛대의 불은 꺼지는 날이 없다던가.
그 기괴한 소문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일부러 심야까지 남아 메이드를 찾으면 기척도 없이 나타난 고스트 포켓몬이 야습을 가해오는 통에 된통 당하거나 깜짝 놀라 도망가는 사람도 한둘이 아니랬더라. 사실은 발소리조차 내지 않는 메이드 본인이 고스트 타입의 포켓몬이라는 소문까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위여부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얼마 못 가 목격담이 사라질 소문임은 틀림없었다. 기차의 수리가 끝나는 순간 더는 볼 수 없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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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씨가 찾아온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이런 시간에 돌아다녀선 안 되겠죠?”
부드러운 카펫 위로 발소리도 없이 카페를 돌아다니며 에셸은 얕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밝을 때는 무리다. 일부러 캄캄할 때, 열차 극복 훈련을 겸하여 남아 있는 손님을 찾아 돌려보내는 일을 받았을 뿐인데 소문이 와전되어 가는 것 같았다.
난처하게 뺨을 긁적이던 에셸은 또 다시 야습을 가하러 튀어나가는 바나링을 말리기 위해 허둥지둥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바나링. 또 저렇게 멋대로……! 근래 바나링은 에셸의 말을 듣지 않고 튀어나가는 일이 잦았다. 반항기인 걸까. 바쁜 메이드를 대신해 위키링이 남겨진 초를 후, 불어서 껐다.
어느새 객실엔 아무도 없었다.
PTSD로 인한 캐어필을 일주일간 열심히 했어요. 일부러 늦은 시간에 탐색 가고 극복연습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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