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불꽃이 솟구치는 광경, 이것으로 벌써 두 번째였다. 위키링, 거기서 뭘 하는 거예요?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달려가자 눈부신 진화의 빛이 에셸을 반겼다. 그와 동시에 새까만 팔 두 개가 그를 향해 뻗어 왔다. ──바나링? 모습이 달라진다고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마치 저를 끌어안고 싶기라도 한 듯 덮쳐오는 손에 무심코 팔을 내미는 순간 바로 뒤에서 인형의 팔을 붙잡는 검은 힘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가방 안에 있던 어둠의 돌이 공명했다.
그 돌은 에셸이 쓰러진 날 위키링이 직접 가져왔다. 어둠의 돌은 진화의 돌, 작은 불켜미는 이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있었다.
「위키링, 진화하고 싶나요?」
저 때문에? 제가 걱정을 끼쳐서요? 불켜미의 앞에 앉아 슬픈 얼굴을 하고 보자 위키링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아냐. 하지만 언젠가는.
그와 같이 지내는 십 수 년의 세월, 여러 번 물어봤었다. 위키링은 배틀에 나서는 포켓몬이 아니었지만 하고자 한다면 못할 것 없는 경험이 있었다. 원한다면 진화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늘, ‘필요 없어.’ 말랑한 손을 내밀어오기만 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 어둠의 돌을 가져왔다는 건 선명한 사인이었다. 에셸은 그 변화를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오래 망설였고 답을 내리길 머뭇거렸다. 눈앞에서 어둠의 돌이 램프의 불길에 화르륵 타버리는 순간까지도 말이다.
한 번 더 진화의 빛이 피어올랐다. 빛은 환하고 눈부시게 터지지 않았다. 이 밤을 흔들지 않으려는 듯 조용하고 은은하게, 신비롭게 일렁이는 자색과 청색의 빛으로 타올랐다. 자색의 돌이 램프 불의 연료가 된다. 유리와 같은 표면이 뜨겁게 타오르고 검게 구부러진 팔이 여러 개로 나뉘어갔다. 진화의 빛 안에서 불켜미의 초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선명히 타오르는 불꽃이 보였다.
아름다웠다.
동시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에도 부족하지 않았다. 저 불꽃은 무엇을 양분삼고 있을까. 망연하게 그 앞에 서있기만 한 트레이너에게 진화의 빛 너머에서 초가 손짓한다. 저를 부르는 손짓에 에셸은,
『샹델라. 권유 포켓몬.』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더는 표정을 읽어낼 수 없게 된 그것이 마치 웃은 것만 같았다.
《그야, 진화하고 싶지. 너 때문에. 네가 아니면 할 이유가 없어. 반대로 말해 볼까? 내 모든 이유는 너잖아. 에셸. 기뻐해도 좋아. 슬퍼해도 좋아. 알고만 있어.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나는 앞으로도 네 옆에 있을 거야.》
──너는 날 무서워하지 않을 거잖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앞으로도 쭉. 날 너무 좋아하는 작은 아가씨야. 내가 좋아하는 내 아가씨야.
메가진화니 유대니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로 증명할 것도 없는 너랑 나잖아. 그렇지?
메가진화 하지 않아도 네가 최고야. 설마 포켓몬으로 트레이너에게 고록부터 팔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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