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61) 02.22. 꿈을 먹을 시간

천가유 2022. 4. 30. 01:11

더보기
냐미링 진화 로그 (몽나->몽얌나)

 

호숫가에서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그 날 저녁, 에셸은 냐미링과 둘이서 방에 있었다. 조용한 방 안은 수많은 인형들과 꿈과 평화로 가득했다. 이곳은 정말이지 좋은 꿈을 꾸기에 제격이다. 살비마을이라는 곳 자체가 그랬다. 모든 봄이 이곳에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알들이 모여 잠자는 곳, 무수한 여행자들이 발길을 멈추고 쉬어가는 곳.

저 멀리 관동지방에는 시작의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한다. 라이지방에서 그 이름을 붙인다면 살비가 아닐까. 부드러운 파도가 밀려오고 쓸려나가고, 라이지방의 어느 곳보다 따스한 기후가 각자의 시작과 휴식을 반긴다. 그래서 이곳이 알맞았는지 모른다. 냐미링은 에셸에게 달의 돌을 건네주었다.

돌의 표면을 매만진다. 벌써 사둔지 한 달은 족히 된 돌이었다. 비비안느의 포켓몬이 진화하는 것을 보고 이어서 캠프에서 수많은 진화의 빛을 보았다. 제 포켓몬도 언젠가 성장을 꿈꿀까요? 당연히 저도 그런 기대와 꿈을 안았지. 그랬는데 기묘하게도 에셸의 포켓몬들이란 늘 트레이너와 호흡을 맞추기보다 앞서 달려가곤 했다. 후와링이 그랬고, 바나링과 위키링이 그랬다. 트레이너가 느린 탓인가. 그래서 궁금했다. 함께 속도를 맞추는 진화란 어떤 느낌일까.

솔라리스 씨는 포켓몬들이 진화할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사실 직접 관리하는 아이들은 진화할 시기가 조금 눈에 보이는 편이라 나도 모르게 크리스마스 기다리는 아이 같아진다네!

크리스마스까지 하루하루 세는 기분은 어떤 걸까. 고대하던 그 날이 바로 오늘인 것 같았다.

준비는 되었나요, 냐미링?”

냐미링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 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고도 미루어왔던 진화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몽얌나. 언제나 선잠을 자며 꿈을 꾼다.

냐미링은 잠꾸러기였지만 그렇게 오래 자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몽나는 예감할 수 있었다. 진화하게 된다면 본능이 그를 꿈속으로 이끌 것이다. 하루 종일 꿈에 잠겨 꾸벅꾸벅 졸겠지. 소중한 트레이너나 아름다운 여행의 향취.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목소리. 깨어서 느끼는 꿈이 잠들어 있을 때의 꿈보다 좋았다. 그래서 한참 진화를 미뤘다.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예감이 몽나를 찾아왔다. 어떤 벽 하나를 넘어서듯 경험이 쌓이자 지금이라면 모습이 달라진다 해도 하염없이 쏟아지는 잠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꿈에 잠겨 꿈꾸는 존재를 넘어서 꿈을 먹는 존재가 될 거야. 악몽을 삼키고 아름다운 연기만을 보일래. 포켓몬의 의지에 공명하여 달의 돌이 빛난다. 달이 차고 지는 것처럼 나의 잠도 차오르고 비우길 반복할 거야. 그 때마다 에셸, 내 상냥한 트레이너.

앞으로도 좋은 꿈을 부탁해.

네가 보여주는 상냥한 꿈을 기대하며 잠들게.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몰랐던 우리애.

'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63) 02.25. 목새 체육관 입성  (0) 2022.04.30
62) 02.24. 알아가는 시간  (0) 2022.04.30
60) 02.22. 상담 시간  (0) 2022.04.30
59) 02.22. 숨겨주었다?  (0) 2022.04.30
58) 02.21. 좋아하는 너  (0) 202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