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다 했더니 3주 만의 체육관 도전이었다. 캠프를 시작하고 3주 동안은 쉬지 않고 챌린저를 하다가 갑자기 3주를 덩그러니 쉬었더니─엄밀히 쉬지는 않았다. 에셸은 체육관이 아니더라도 바빴다─허전할 만도 했다.
특히 지난주에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도전하지 못해서 큰 아쉬움을 느꼈다. 새로운 체육관, 멋진 관장님과 잘 훈련된 포켓몬, 도전, 할 수 있는 데까지 온 힘을 다해 팔을 뻗는 경험을 눈앞에 두고 하지 못하다니. 캠프 동료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생각보다 직접 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아 서먹할 정도였다. 멋지다……. 눈부시게 도전하고 승리를 거머쥐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마음만 가졌지.
스스로도 몰랐던 즐거움과 도전정신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지난 한주는 값지게 지나갔다. 도전하지 못한 걸 후회하진 않았다. 몇 번이나,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서도 한 말이지만 지난주의 에셸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도전을 하고 싶은 거지 만용을 부리려는 게 아니다. 참고 기다려야 할 때였다. 그리하여 다시 한주를 꼬박, 미뤄둔 만큼 부족하지 않도록 포켓몬들과 손발을 맞춰가며 준비했다. 슬슬 진화를 할 순간임을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워서 쫓아가지 못한 진화나 포켓몬들간의 갈등 등 살비마을의 온화한 공기를 느낄 새도 없이 숨 가쁘게 보낸 일주일이었으나 노력한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다는 만족감을 마음 한구석에 담았다.
──그렇다면 인내한 만큼 꽃피우러 가볼까?
오늘 목새마을로 가는 건 에셸 혼자뿐이었다. 물론 포켓몬들이 함께 가지만 제 앞으로도 뒤로도 도전자가 없는 건 제법 고독할지도 모르겠다. 긴장감을 안고 한 명의 도전자를 위해 준비된 묵직한 문을 열었다. 안쪽은 고요했다.
“안녕하세요, 팔름 관장님. 오늘은 박사님의 고견을 듣거나 연구소 일을 거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전자로서 체육관을 방문했답니다.”
지난주에 약속드렸죠? 다음엔 챌린저로 찾아뵙겠다고. 그의 얼굴은 곧장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그림자가 길게 졌다. 『온화한 대지』 그 명성에 걸맞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차분한 대지 위로 우뚝 선 거대한 산만 같은 그의 앞까지 천천히 나아간다. 과연 이 산을 넘어, 그 너머의 풍경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떨림이 남은 손을 주무르며 평소처럼 웃기 위해 애썼다.
“이제껏 이토록 지독하게 한 분만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얼마나 팔름 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마침 오늘은 저밖에 방문자가 없는 것 같으니, 팔름 씨도 제 생각만 해주신다면 기쁠 거랍니다.”
평정심을 중시한다고 하셨던가. 그런 것치고는 상대가 당황하는 수를 찌르기 좋아하는 짓궂은 분만 같아 보인다. 다행히 평정이라면 에셸 또한 덕목 삼는 것이었다. 당신이 만약 굳건한 대지처럼 평온하다면 저는 어떤 순간에도 변함없이 온화함을 담은 봄바람이 되어, 그 들판을 건너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는 곳까지 떠오르고 싶어요. 포부와 함께 세 개의 볼이 각각 열려 에셸의 곁에 섰다.
“다시 한 번 소개할게요. 저는 둔치시티의 에셸 달링, 그리고 이 아이들은 달링의 파티를 지키는 아주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대들보와 기둥과~…아랫목이랍니다.”
어떤 의미인지는 지금부터 배틀로 보여드릴게요. 한 번 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도전자를 응원하듯 아직 채 닫히지 않은 문틈으로 순풍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에셸 인생 최고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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