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65) 02.26. 살비 체육관 내방

천가유 2022. 5. 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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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대신 시절에 다크펫나이트에 많은 관심을 보이던 바나링은 진화하고 나자 신기할 정도로 메가스톤에 관심을 뚝 끊었다. 에셀의 물건을 숨기던 버릇도 사라진 것으로 보아 메가진화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물건이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었던 걸까. 에셸로서는 다행이었다. 만약 바나링이 메가스톤을 탐냈다면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조금 막막한 기분이었기에.

메가다크펫에 대한 도감 설명은 알에서 바나링이 태어났을 시절부터 이미 몇 번이나 읽어둔 항목이었다. 메가진화를 염두에 두어서 한 것은 아니며 단지 제 포켓몬이니 빠짐없이 알아두어야지 생각했을 뿐이다. 메가진화를 할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 돌을 선물로 받았을 때는 고민이 깊었다.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란 에셸은 포켓몬을 아끼는 만큼 포켓몬이 저를 향해 보내오는 애정에 의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바나링이 자신의 의지로 제게 해를 끼칠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려웠던 건 아이가 받는 바깥의 영향이었다. 한 단계 더 힘을 개방했을 때 열어젖힌 지퍼 안쪽으로 쌓이고 모일 인간들의 원념, 저주, 질척질척하고 눅눅한 감정들. 그것을 스스로 걸러내기에는 아이는 마냥 스펀지만 같았다.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말테지. 그렇다면 트레이너의 역할이었을 터이나, 에셸은 바나링이 메가진화 하였을 때 속수무책으로 터져 나오고 반대로 흡수할 수많은 힘의 고삐를 쥘 자신이 아직 없었다. 아이가 변화했을 때 낯설어지고 말까 두려웠다.

굉장히 기대하는 얼굴이네요, 바나링.”

다정하게 말을 걸자 다크펫은 평균보다 조금 더 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히- 웃는다. 이번 살비 체육관에 함께 출전한다는 걸 알고부터 아이는 체육관 도전이 소풍이라도 되는 것처럼 들떠 있었다. 혜성 체육관에서의 경험이 재미있었던 거겠지. 뒤에서 위키링은 그거 다 이 형님이 앞서서 물벼락 맞아준 덕인 거 아냐? 우쭐거렸다. 그러고 보면 위키링과 바나링은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았다. 혜성체육관에서는 위키링이 바나링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었고, 두 번의 더블 배틀에서 역시 바나링보다 먼저 움직여 따라오도록 이끌어주었지.

메가스톤을 받았을 적의 위키링의 반응을 떠올린다. 이 포켓몬은 에셸조차 의아할 정도로 서운해 하거나 질투하는 법이 없었다.

-그걸 왜 이상해 해. 그야 너한테 최고는 나잖아. 내가 좀 깨지고 떨어진대도 다 괜찮은 건 네가 있어서 그런 거야. 돌로 증명하지 않아도 내가 네 옆에 있을 건 변하지 않아. 그럼 됐지, ~

두 포켓몬을 불러 오늘은 눈가에 렌즈를 하나씩 부착해준다. 기술을 보다 잘 맞추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을 끼워주자 둘 다 어딘지 인텔리한 느낌이 들었다. 낯선 것에 두리번, 두리번 신기해하는 바나링의 목가의 리본을 고쳐주며 에셸은 리본 가운데 빈 자리를 보았다. 메가스톤을 끼운다면 여기가 되겠지.

잘 어울리네요! 후후.”

이어서 저글링에게는 두툼한 조끼를 입혀준다. 어제 제대로 힘을 써보지 못한 저글링은 자기 주먹을 쿵, 두드리며 오늘에야말로 마음껏 움직이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오늘은 모쪼록 모두가 활약할 자리를 잘 만들어줘야지. 세 포켓몬에게 상대 엔트리와 작전을 느긋하게 설명한 에셀은 마지막으로 바나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민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트 씨는 바나링의 알을 제게 준 사람이네요. 기억하고 있나요?”

알속에 있었음에도 어렴풋이 기억하는 걸까. 두 손이 살랑살랑, 기억하고 있다고 끄덕여온다.

이만큼 잘 컸다는 것도 보여주고 와야겠죠.”

이시싯. 돌아오는 웃음소리에 재차 가방 깊숙한 곳의 메가스톤을 떠올린다. 메가진화는 유대의 힘. 너와 내가 서로를 믿고, 그 막대한 힘을 함께 컨트롤해낸다면 그 돌을 써도 좋겠지. 진실을 말하자면 자신 없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선 그것을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달링의 신조가 아니었던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도해볼 것.

고삐를 쥐는 건 트레이너만의 역할이 아니다. 바나링이 저를 도와준다면 분명히. 또 다른 포켓몬들이 함께 받쳐준다면 틀림없이. 강함의 증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유대를 증명하기 위해 세 포켓몬의 시선에서 분명한 신뢰를 느낀 에셸은 결심을 굳혔다. 무릎을 굽혀 포켓몬과 키를 맞춘다.

바나링. 이번엔 당신이 제일 먼저 나갈 거예요. 매번 다른 친구가 선두로 나선 뒤를 따라갔는데, 이번에는 혼자여서 조금 쓸쓸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가방 안쪽의 메가스톤을 꺼내 보인다. 트레이너를 닮은 분홍색 돌에 다크펫이 활짝 웃으며 반긴다. 그래요, 당신 거예요. 두 팔을 뻗어 매달리는 아이를 안아주고 목가의 리본 정가운데에 달각, 돌을 맞췄다. 아이와 이마를 꼭 맞대자 몹시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 안을 오직 애정으로만 채울 수 있다면.

혹시 그 지퍼가 열리더라도, 당신의 것이 아닌 힘이 파도처럼 몰려들어도 무서워하지 말고 저를 믿어주세요. 우리 이 두 손은 서로 껴안아주려고 있는 거죠?”

에셸을 꼭 끌어안아오는 포켓몬에게서 씩씩한 답이 돌아왔다.

──살비 체육관은 문이라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탁 트인 들판, 자연 그대로를 만끽할 수 있는 야외무대. 비행타입을 다루는 오트를 위해 준비된 것일지 모르나 뻥 뚫린 하늘 아래 경관은 평화로움 그 자체여서 저도 모르게 웃음부터 나왔다.

안녕하세요, 오트 관장님. 오늘은 당신과 포켓몬을 겨뤄보고 싶어서 챌린저로서 방문한 둔치시티의 에셸 달링이에요. 바나링이 특히 굉장히 기대한 것 같은데, 부디 잘 부탁드릴게요.”

예쁘게 리본을 묶은 세 포켓몬과 함께 느긋한 한 발을 내딛는다. , 그럼 오늘도 함께 호흡을 맞춰볼까요?


메가진화를 할까말까 고민했는데 마침 지원컷씬이 도착하기도 했고, 바나링이랑 어떻게 할래? 대화해보니 말이 통해서 메가진화 도전~ 후훗. 기쁜 승리를 거두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