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안드레이
아직 성장할 곳이 많이 남은 꽃봉오리 같은 땅이었다, 이곳 라이지방은. 지금도 이것만으로 많이 개발되었지만 그가 어릴 적에는 더 아무것도 없이 텅 비고 척박했지. 그 환경이 너와 그에게 서로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누군가는 그래서 이 땅이 꽃피길 바라며 다른 세계를 보고 왔고, 누군가는 그래서 이 땅에 뿌리 내리길 바라고 찾아와 터전을 바꾸었다. 그러나 서로 꿈꾸는 바는 달라도 결과는 같은 것으로 이어진다 생각했다. 행복이다.
다른 이가 아직 차지하지 않은 땅, 손대지 않은 파이. 헐벗은 곳을 갈고 엎어 씨 뿌리고 일궈내면 온전히 나의 성과로 삼을 수 있는 땅. 말은 매력적으로 들리나 그 길이 결코 쉽진 않았을 것이다.
나고 자란 땅을 떠나와 뿌리 잃은 나무처럼 배회하다가 겨우 자리잡기까지 어떤 메마른 길을 헤쳐 나왔을까. 그 과정에서 네가 지나쳐야만 했던 무수히 많은 기회들도 채 다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면서 깎여나갔을 너의 마음 또한 말이다. 커피는 그런 네게 좋은 위로와 격려였을까. 캠프를 시작하고 어느덧 두 달, 그는 네 커피향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네가 일궈낸 땅이 궁금해진다.
“아내 분께서 좋아해주셨다니, 그 이상 기쁜 말이 없어요. 안드레이 씨.”
네 손에 들린 건 반대로 그가 이루어낸 것이었다. 10년이 넘게 배를 멀리해놓고는 결국 스스로 배에 올라타 낯선 지방을 방방곡곡 누비고 마침내 발견했다. 겨우 차 마시는 문화가 늘어가는 고향에 더 맛있는 차를 골라주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차를 접하고 기호를 늘리길 바랐다. 차에 대해선 제법 잘 안다고 자부하고 호기롭게 더난 길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차의 산지는 모르는 것투성이라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겨우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자란 차가 왜 맛이 다른지, 볕이 들고 물이 흐르는 사소한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는지 배울 것이 산더미였다. 협상은 또 얼마나 어려운지 이국의 방문자를 보면 한 몫 잡으려 하거나 경계하거나 만만하게 보는 시선들 사이에서 말을 고르는 일도 한참이었다.
그러한 끝에 얻어낸 그것은 그의 자랑이자 동시에 상징이었다.
“제일 잘 나가는 품목이고 또 가장 친숙한 맛이기도 해요. 어떤 분이셨을지 상상이 가네요.”
네 아내가 좋아했다는 차는 프리미엄 라인은 아니었다. 너라면 아내에게 더 좋은 것을 사주기도 어렵지 않았을 텐데 아내의 취향은 검소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동시에 제일 잘 나가는 품목이기도 했다. 친숙하고 다정한 맛. 어떻게 우리든 일관된 맛을 내주는 것. 그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을까. 병상에 앉아 있는 동안 매일 같이 차를 내려 나누는 너와 아내를 그린다. 창가로 쏟아지는 노을이 꼭 찻잔 안의 색을 닮았으리라 연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 시간이 서로를 향한 위안이 되었길.
“아직 상자에 차가 남았다면…… 다음에 제가 방문할 때 내려주시겠어요?”
너와 추억을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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