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체육관에 도전하기 전날의 이야기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에셸은 포켓몬들을 데리고 샛별에서 둔치로 넘어가는 근방을 걸었다. 저기로 가면 저희 집이 있답니다. 유일하게 에셸의 집을 아는 위키링은 조금 더 으스대며 언덕을 넘어 어렴풋이 보이는 등대를 가리켰다. 저 등대 다음으로 높은 곳에 에셸의 집이 있어~ 위키링의 설명에 포켓몬들은 우와아, 귀를 기울였다. 가보면 안 돼? 지금, 지금. 에셸의 팔에 흔들흔들 매달린 바나링에게 지금은 좀 힘들어요. 우리 단체 활동 중이기도 하고, ……집에 갔다가 잡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어머니는 열심히 참고 있었지만 언제라도 에셸을 잡아올 생각이 만만했다. 곧 둔치라는 걸 어머니도 아실 텐데 이를 어쩐담. 생각하며 그만 돌아가려던 에셸의 눈에 보인 건 길목에서 잠들어 있는 데코였다. 왜 여기서? 데코의 곁에는 렌트라가 익숙하게 곁을 지키고 있었다.
“데코 씨? 거기서 뭘 하고 계세요?”
“으응…… 후아암. 어라, ……순찰 어디까지 돌았더라~?”
“순찰을 돌고 계셨군요.”
그러고 보니 오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치안이 안 좋은 샛별마을을 위해 순찰을 돌고, 마을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라이브 하우스를 만든 것도 데코라고 했던가. 마을을 위해 주는 마음에 괜히 저까지 감동을 받으면서도 어쩌다 타지에서 이렇게 애쓰게 된 걸까 궁금증이 들었다. 물끄러미 쳐다보자 시선을 오해한 걸까? 아니면 그저 얼굴색이 그래보였던 걸까.
“얼굴이 힘들어 보이네. 이따 슈팅스타로 올래? 오늘도 연주할 거거든. 시끄러운 음악과 춤에 몸을 맡기다 보면 그 쌓인 것도 다 날려버릴 수 있을 거야~”
난 그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든. 시원시원한 데코의 목소리를 따라서 에셸은 스트레스 해소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초대해주시는 거예요? 후후, 그러면 안 가 볼 수 없는데. 이따 들러볼게요.”
자신은 보통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풀었더라? 욕조에 물을 받아 거품목욕을 하거나, 잔뜩 신 레몬홍차를 마시거나 타르트를 잘라먹고 마지막으론 산책을 나갔던 것 같다. 바람을 쐬고 느긋하게 흘러가는 풍경을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저를 무겁게 누르던 것들이 바람에 날려가곤 했다. 거기까지 떠올리고 나서야 아, 그래서 포켓몬들과 함께 마을을 벗어나는 길목까지 멍하니 걸어왔음을 깨닫는다. 제 다리가 여기까지 움직이게 한 것이구나. 그야, 여러 가지로 무거운 감정들이 쌓이지 않을 리 없겠지. 늦은 자각과 함께 멍하니 미간을 누른 에셸은 라이브 하우스의 스케줄을 찾아보았다. 그런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본 적은 없는데, 가보면 어떨까? 다른 것보다 기절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았다.
슬슬 출근은 앞두고 있고 서사는 풀어야 하고 바빴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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