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마을의 라이브 하우스에 당도하였을 때 에셸이 제일 먼저 느꼈던 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이었다. 옆에서는 환호성을 지르고 머리를 흔들고 두 팔을 높이 뻗은 채 땀과 에너지를 쏟아내는 이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환호와 즐거움, 그들이 느끼는 짜릿함을 공유하기에는 두통이 앞섰다. 전자음이 지잉- 울리는 멜로디를 감상할 여유도 없었다. 다음에는 이곳에서 체육관 도전을 해야 하는 건가. 체육관 관장 데코가 다루는 전기타입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선글라스부터 필수인데 대하기가 참 난처할 것 같다. 그런 생각부터 가졌다.
그러다 폐전력발전소에서 헬릭스단과 조우하고 여러 일들을 거치며 체육관 도전 이전에 제 발로 먼저 라이브 하우스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데코의 초대가 있던 덕이지만 제안처럼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도 사실이라, 한 번 더 겪고 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스스로 걸음을 옮겼다.
라이브 하우스까지 가는 길은 변함없이 치안이 좋지 않은 슬럼가였다. 하필 발령받은 곳이 이런 곳이라 실망하진 않았을까. 그의 능력이라면 더 화려하고 멋진 곳으로 가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것도 가능할 텐데. 궁금증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막상 찾아간 라이브 하우스는 전과 다른 인상을 주었다. 여전히 무대 위에서 울리는 소리는 가히 공격적일 정도로 무자비하게 덮쳐왔지만 전보다 한결 수월하게 소리가 주는 파도에 몸을 맡겼다. 파격적인 음이 귀를 때리고 마음에 겹겹이 쌓인 유리와 비슷한 것을 산산이 부숴주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라 그럴까. 해선 안 될 일을 저지르는 것과 비슷한 불안하면서 두근거리는 묘한 박동을 만들었다. 취향인지를 묻는다면 여전히 답하기 곤란하나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데코 또한 비슷했던 게 아닐까. 처음 샛별마을에 도착해 이 아무것도 없던 허름한 땅을 보고 나쁘지 않다고. 그리고 지금부터 더 좋게 만들어 보겠다고.
이미 만들어진 무대 위에 서는 대신 내 무대는 내가 만들겠다고. 가장 잘하는 것으로.
조금 알 것 같았다. 에셸 또한 이곳이 좋아질 예감이 들었다.
오늘은 체육관 도전일이다. 어쩌다 보니 데코의 체육관을 처음 방문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스스로 처음인 것만으로도 떨리는데 데코의 시합 자체를 보는 것도 처음이라니 이래도 되는 걸까, 약간의 주저와 걱정을 안고 문 앞에 섰다. 더듬거리는 손이 선글라스를 쓴다. 다행인 점은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전기타입 앞에 서는 것도 그새 적응하게 되었단 점이다. 저에게 있어서는 누구보다 밝은 빛을 지닌 캠프의 누군가 덕분이겠지.
“오늘은 샛별 체육관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번쩍하는 곳에 간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해주던 건 바나링이었다. ‘에셸, 번쩍- 약한데에.’ 정작 체육관에 나서는 세 아이들은 이제 그가 많이 의연해진 것을 안다는 듯 별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에셸은 우릴 믿어주잖아.’ 그렇지. 오늘도 에셸은 제 세 포켓몬을 믿으러 간다. 에셸을 따라하듯 선글라스를 쓴 바나링과 서머링을 옆에 잘 내려놓고 후와링에게 둘을 부탁한다. 그리고 오늘의 선발 멤버들에게 언제나처럼 해야 목표로 하는 지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작전을 설명했다. 마지막에 할 말은 언제나 같았다.
“이번에도 믿고 있을게요. 저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셋도 최선의 기량을 뽐내주세요.”
요란스러움에는 영 소질이 없는 얌전한 포켓몬들이었지만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 되면 뭐 어떨까. 우리의 색을 보여주고 와야지.
매 체육관마다 ㅇㅇ체육관 ㅇㅇ로 맞추던 걸 좋아했는데, 샛별체육관이 끝이 되었네요. 조금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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