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78) 03.10. 굴러가는 행복의 방향은

천가유 2022. 5. 1. 11:09

더보기
서머링 친밀도 로그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본능적으로 피하지 않았겠지.

그러고 싶지 않는 게 맞나요?

금방, 다녀오셨으면 좋겠네요. 기다릴게요!

여러 목소리들을 안은 채 든든하게 집으로 향했다. 한 번도 집에 가는 일이 두렵다거나 무섭다거나 심지어는 꺼려진다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아직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결심은 내리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을 안고 대문을 넘어 현관까지 향하자 할머니가 바깥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서성거리던 할머니는 2달 만에 보는 손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셔서 에셸을 껴안아 왔다.

내 강아지, 바깥에서 험한 일만 당하고 와서 어쩌누. 아가.”

성인인 손녀도 그의 눈에는 마냥 6살 어린아이였다. 제일 먼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며 장갑 낀 손을 꾹 쥐었다. 그래, 잊지 않았구나. 다행이다. 다행. ,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그러다 이제서야 발견한 듯 위키링을 보시는 것이었다. 이 커다란 애는 누구니? 위키링이에요, 할머니. 이렇게 컸어요.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이래선 천장을 태우지 않겠니. 위험하겠어. 할머니의 말에 에셸은 말문이 막혔다. 이제껏 캠프를 다니는 두 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다. 왕짱이나 무아지경처럼 물이 필요한 포켓몬들은 아무래도 환경을 고려해야 했지만 단순히 크기가 문제라면 캠프의 수많은 친구들이…….

볼 안의 바나링이 달그락거렸다. 나오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애써 표정을 고치고 웃은 에셸은 자신의 가방을 위키링에게 걸었다. 위키링, 알죠? 제 방. 창문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기다려요. 혹시 혼자 못 열까봐 냐미링도 볼에서 꺼냈다. 트레이너와 떨어지는 게 여간 싫지 않아 보이는 바나링을 볼 너머로 달래며 에셸은 아직 작은 서머링만 품에 안았다. 위키링은 도통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눈을 하고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배웅할 새도 없이 에셸은 할머니의 손길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신기하지. 이 집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달라진 건 저일까? 익숙하고 그리운 집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품안의 아이를 꼭 안는다. 서머링, 제게 굴러온 행복의 알. 우리의 행복이 무엇인지 함께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