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즐링 친밀도 로그
문전박대라고 해도 좋았다. 당당히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살금살금, 몰래몰래. 냐미링의 염동력으로 창문의 걸쇠를 열어 두 포켓몬은 겨우 에셸의 방으로 들어갔다. 가방 안이 부산스럽게 달그락거린다. 빨리 꺼내 달라고, 안 꺼내주면 저주해버린다고 징징거리는 바나링부터 코끝으로 톡 건드리고 이어서 저글링, 후와링, 다즐링까지 볼에서 나왔다.
하가링만이 웃어른답게 점잖게 볼 안에 있길 택했다. 제가 나가면 어떤 소동이 벌어질지 아는 것이지. 저로 인해 집이 무너져버리면 제 트레이너가 그렇게 꺼려하는 집에서 나올 수도 있겠지? 스케일이 다른 짓궂음으로 그런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었으나, 여기선 트레이너를 믿고 얌전히 있을 타이밍이다. 둔치항의 바닥을 지배하던 포켓몬은 때와 장소를 가리는 노숙함이 있었다.
후와링은 에셸의 방에서 리본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걸 몸에 휘감은 채 창밖으로 둥실둥실 떠올랐다. 달링가의 지붕 위로 둥실라이드 하나가 연이라도 된 것처럼 제 몸을 리본끈에 묶은 채 날았다. 높이높이 매달린 포켓몬은 SOS 신호 같을까? 그럴 의도는 아니었으나. 에셸이 보이지 않자 서러움이 차오르는 바나링은 저글링이 도닥도닥 달래주었다. 냐미링은 입을 다문 위키링을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아무것도.
그 사이 다즐링이 에셸의 방을 빠져나갔다.
다즐링은 자신을 유혹하는 차향을 따라 저택을 날았다. 이 집은 곳곳에 다양한, 아주 좋은 차향이 배어 있었다. 이 찻잎은 아쌈, 저건 다즐링, 닐기리 향도 배어 있다. 상큼한 실론, 그 중에서도 진한 우바, 와인향의 키먼, 부드러운 윤난. 이곳은 다즐링의 천국만 같았다. 잠깐, 트레이너. 날 두고 혼자서 이런 차를 독점하고 있던 거야? 실망이야! 에셸에게 한소리 해야겠다고 그를 찾아 한참 저택을 돌았다. 그러다 발견한 저의 트레이너는…….
“얼마나 걱정을 끼친 줄 아니. 에셸. 네 걱정에 한숨도 못 잤어.”
“죄송해요, 어머니.”
“둔치에 도착하고서도 바로 집에 오지 않고.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으응…, 여러 가지로 일이…….”
“자유와 방종을 구분 못할 나이는 아니지, 에셸 달링. 네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말만 그러는 건 아니고? 그래, 어쨌든 다음 마을로 돌아가기 전까진 당분간 집에 있으렴. 할 이야기가 아주 많아. 네에, 그럴게요. 꼭 닮은, 그보다 연상의 여자와 꼭 붙어서 인형마냥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바보! 차가 식고 있잖아! 인간들의 분위기라곤 읽어낼 줄 모르는 포켓몬이었으나, 다즐링은 저 좋은 차가 덩그러니 식어가는 모습을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단일고스트 그만 데려왔어야 했는데 하면서도 캐릭터랑 너무 어울려서 데려오지 않을 수 없던 친구였는데 정말 잘 어울렸고 자캐랑 짱친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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