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링 친밀도 로그
「스스로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본능적으로 피하지 않았겠지.」
「그러고 싶지 않는 게 맞나요?」
「금방, 다녀오셨으면 좋겠네요. …기다릴게요!」
여러 목소리들을 안은 채 든든하게 집으로 향했다. 한 번도 집에 가는 일이 두렵다거나 무섭다거나 심지어는 꺼려진다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아직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결심은 내리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을 안고 대문을 넘어 현관까지 향하자 할머니가 바깥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서성거리던 할머니는 2달 만에 보는 손녀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셔서 에셸을 껴안아 왔다.
“내 강아지, 바깥에서 험한 일만 당하고 와서 어쩌누. 아가.”
성인인 손녀도 그의 눈에는 마냥 6살 어린아이였다. 제일 먼저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며 장갑 낀 손을 꾹 쥐었다. 그래, 잊지 않았구나. 다행이다. 다행. 자, 어서 집으로 들어가자. 그러다 이제서야 발견한 듯 위키링을 보시는 것이었다. 이 커다란 애는 누구니? 위키링이에요, 할머니. 이렇게 컸어요.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이래선 천장을 태우지 않겠니. 위험하겠어. 할머니의 말에 에셸은 말문이 막혔다. 이제껏 캠프를 다니는 두 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다. 왕짱이나 무아지경처럼 물이 필요한 포켓몬들은 아무래도 환경을 고려해야 했지만 단순히 크기가 문제라면 캠프의 수많은 친구들이…….
볼 안의 바나링이 달그락거렸다. 나오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애써 표정을 고치고 웃은 에셸은 자신의 가방을 위키링에게 걸었다. 위키링, 알죠? 제 방. 창문으로 들어가서 거기서 기다려요. 혹시 혼자 못 열까봐 냐미링도 볼에서 꺼냈다. 트레이너와 떨어지는 게 여간 싫지 않아 보이는 바나링을 볼 너머로 달래며 에셸은 아직 작은 서머링만 품에 안았다. 위키링은 도통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눈을 하고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배웅할 새도 없이 에셸은 할머니의 손길을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신기하지. 이 집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달라진 건 저일까? 익숙하고 그리운 집의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품안의 아이를 꼭 안는다. 서머링, 제게 굴러온 행복의 알. 우리의 행복이 무엇인지 함께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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