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링 친밀도 로그
달링 파티에 새로이 들어오게 된 이 타타륜은 오랫동안 둔치항의 바닥에서 우두머리처럼 지냈다. 타타륜이 버티는 항구의 아래쪽은 어쭙잖은 포켓몬들은 가까이 오지 못했고, 덕분에 배가 편히 오갈 수 있었다. 그 중에는 달링의 배도 있었다. 심해 바닥에 가라앉아 해류에 쓸려가지 않게 닻을 박아 넣은 포켓몬은 굳이 물위의 인간들을 하나하나 기억하지 않았으나, 꼭 운명처럼 자신의 트레이너는 그 윤곽을 기억하고 있었다.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고 멀쩡한 배를 터트리기나 하던 자리에 그 또한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 뒤로 어린 인간이 바다나 배 근처에는 오지도 못하던 것이나, 그래놓고 극복을 하겠다고 바다 근처를 알짱거리던 모습, 결국은 조금 자란 인간이 스스로 배에 올라타 둔치를 벗어나던 걸 타타륜은 바다 밑에서 지켜보았다. 사색이 되어가면서 왜 스스로 배에 올라타야 했는지도, 잘 알았다.
“실적을 쌓아서 달링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해요. 그래야지… 어머니도 인정해주시지.”
저는 로맨틱한 사랑이 좋아요. 정략결혼은 싫어!
인간들의 삶이란 참 복잡하기도 하지. 무엇 하나 단순하거나 쉬운 게 없다. 바다 아래에는 그들이 버리는 희로애락이 꾸준히 가라앉아 쌓여갔다. 그들은 매번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중요한 것이나 소중한 것, 가까이 있는 것들을 못 보고 지나치고 때론 제 손으로 바다에 던져버리기도 했다. 참 알 수 없어. 타타륜은 그런 인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지켜본 건, 그런 사이에서 저 어린 인간이 퍽 열심히 움직이던 것처럼 소중한 가치를 잊지 않는 인간들도 간혹 보인 덕이다. 그런 이들의 안전한 항해를 바라며 멀리 떠나가는 배를 배웅했다.
작은 트레이너는 멋진 성과와 함께 귀환했다. 그리고 이대로 차근차근 노력해서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나려 했지. 하지만 운명이란 아주 재미나고 뜻대로 되지 않아 공들여 쌓아올리는 탑보다는 도미노의 형태로, 사소한 하나가 건드려지며 수많은 갈래의 길로 쌓아가던 것들이 쓰러지곤 했다. 그렇게 나비효과처럼 많은 것이 돌고 돌아 지금 현재. 프렌드볼 안에 편안히 기댄 채 타타륜은 바깥의 상황을 감지했다.
어느 날씨 좋은 오후, 에셸은 몸을 꼭 조이는 단정한 옷을 입고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자리다. 그의 입에선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하가링이라 이름 붙은 타타륜의 트레이너, 에셸 달링의 가족은 단란하고 화목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나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고민이 있으면 함께 나누고 의지하고 또 존중하고, 사랑한다. 인간의 복잡한 지점은 그것이 모든 각도에서 공평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단 것이다.
에셸은 모친에게 약했다. 6살의 테러 사건, 폭발에 휘말리는 그를 보던 모친의 끔찍한 얼굴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그 이후로도 다 나아 퇴원할 때까지도 자책하며 미안해하는 어머니를 더는 속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무엇이든 어머니 말에 순종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것은 또 그에게 있어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이제껏 자라오며 어머니 말은 틀린 게 없었기에.
에셸의 모친은 딸을 몹시 사랑한다. 딸의 행복을 바란다. 그래서 자신이 고른 상대와 결혼시켜 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그것이 딸을 위함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의 모친은 엄격한 동시에 너그러워서, 딸이 자신의 역할이나 책임을 잊지 않는다면 트레이너 캠프를 가든 잠시 상회 일을 쉬고 여행을 다니든 허락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결국 달링으로 돌아올 아이다. 그렇다면 이 안에서 부모로서 줄 수 있는 행복과 응원이란 전부 주어야지. 그는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딸에게 주려 했다.
에셸의 부친으로 말하자면 딸이 이 만남을 내켜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그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딸을 지켜본 아비의 입장에서 그는 잘 알았다. 제 딸아이는 로맨티스트 기질이 있는 동시에 철저하게 이해득실을 따지는 면이 있었다. 그 동안 숱한 만남이 있는 동안에도 딸의 마음을 흔드는 상대는 없었다. 결국 저 아이는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상대를 고르게 될 것이다. 그 최적의 상대는 곧 아내와 어머님이 고른 인물이 되겠지. 그리고 아이는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낼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 이 만남을 재촉할 생각은 없던 터라, 에셸의 부친은 그 하나만은 가족을 설득하는 것을 도왔다. 한참 캠프로 즐겁고 기분이 들떠 있을 아이에게 너무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니겠어요? 그러나 당장 만나서 결혼하라는 것도 아니고, 얼굴 보고 인사만 하라는 건데 뭘요. 오래 볼 사이라면 일찍 보는 게 낫지. 아내의 말을 이겨내진 못했다.
그리하여 화창한 토요일 낮, 에셸 달링은 둔치의 어느 커다란 호텔 라운지에서 처음 보는 정혼자와 만남을 갖기로 하였다. 본인의 의사는 어떻지? 타타륜은 자신의 트레이너의 생각이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봐야 볼안의 시야나 감각이란 무척이나 한정적이라 알 수 없었지만. 보이는 건 다만 꼭 예쁘게 꾸며진 인형처럼 웃는 모습. 인간사란 성가시고 번거롭고 또 복잡하기 짝이 없다. 트레이너, 나는 너와 먼 바다를 가기 위해 따라온 건데 길을 잃지는 않았어?
“오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 동안 다들 얌전히 있어주세요.”
포켓몬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웃은 에셸은 그들의 속도 모르는 채 커다란 피로슈키를 나눠주었다.
'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83) 03.17. 무사태평하고 성급한 (0) | 2022.05.01 |
---|---|
82) 03.13. 비상 (0) | 2022.05.01 |
80) 03.11. 난조와 만조 (0) | 2022.05.01 |
79) 03.10. 리필 다즐링 (0) | 2022.05.01 |
78) 03.10. 굴러가는 행복의 방향은 (0) | 2022.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