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 디 이노센트 제로

82) 03.13. 비상

천가유 2022. 5. 1. 11:25

For.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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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손을 잡고 항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그의 체력이란 한줌뿐이라 소년보다 서서히 뒤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밧줄은 싫어요. 조그맣게 거부하면서도 꾸준히 힘겹게 걸음을 이어나갔다. 날씨가 화창했다. 바람이 잘 부는 계절이었다. 발 디디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다내음에서 멀어져, 바람에 점점 차갑고 시린 산의 냄새가 실려 갔다. 찬 공기는 몸을 가볍게 하는 힘이 있다. 산행을 하는 트레이너의 발걸음도, 따라 오르는 포켓몬도 부웅 떠오를까.

이 바람을 타고 소년의 수많은 포켓몬들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차지하겠지. 날지 못하는 친구들도 물론 있었지만-소년은 날개보다 부리에 집중하곤 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주고 싶은 선물이다. 폴라가 아직 작은 네이티일 적부터 생각해두었던 것이다.

-. 다 왔어요.

그렇게 말하며 소년과 함께 도착한 곳은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패러글라이딩 장이었다. 라이지방을 가르는 산맥으로 이어지는 작은 산등성이, 그 중간 즈음에 탁 트인 드넓은 평지에 난 이곳은 아직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곳이었는데 소년만큼이나 모험이나 익스트림스포츠 등에 흥미가 많은 여자는 처음 생겨날 적부터 언젠가 꼭 와봐야지 결심하고 있던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났다.

-당신이 폴라와 함께 활짝 나는 풍경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탐험도 모험도 좋아하는 소년에게, 날개와 하늘을 주는 상상을 했다. 두 달, 그 사이 부쩍 자란 소년이 앞으로도 이 세계를 여행해나가는 것이 온통 즐겁기만 하도록 푸른 하늘과 함께 축복해주고 싶었다. 당신이란 작은 새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펼쳐질 세계가 아름다웠으면 했어요. 물론 소년에게는 공중날기를 할 수 있는 새가 많았고 하늘을 나는 경험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깨를 잡아주는 도구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 나는 감각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일단 전 다를 것 같았거든요. 의미만은 거창하기 짝이 없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체력을 다 소모해버린 여자는 땀을 닦으며 이내 활짝 웃었다. 선물은 마음에 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