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주노
그간의 시간은 어떻게 보면 일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시간이었어요. 3개월 동안 30명도 넘는 인원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 마치 유목민이라도 된 것처럼. 거대한 하나의 덩어리처럼 함께 움직이는 게 당연했죠. 우리의 캠프 일정은 시작과 끝이 분명했고 그 안에선 무엇이든 허락될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니까──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요. 어디든 같이 가달라든지 손을 빌려달라든지 발 닿는 곳마다 손잡고 걷는 그 일이.
캠프가 끝난 뒤에는 그래서 조금 고민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이유가 필요한 걸까 하고 말이죠. 제 마음은 이미 당신과 함께 라이지방을 한 바퀴 더 돌고 있는데, 그저 같이 보냈으면 좋겠다는 걸로는 안 되는 걸까요. 우리는 아마도 나란히 고민했겠죠.
“실은,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때가… 에셸 씨랑, 있다면… 기쁠… 것, 같아서.”
그러다 눈을 깜빡… 또 깜빡.
간극 사이에 든 생각은요. 당신의 말이 꼭 라이지방이 아니라 조금 더 먼 곳을 둔 것처럼 들린단 거였어요. 섣부른 생각이 아니었을지 화들짝 놀라면서도, 당신과 함께라면 좋을 것 같아서. 어느새 저는 반기고 있어서, 시선을 아래로 감춘 채 괜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진정시켰어요.
그런데 있죠. 마음속 기대가 읽히기라도 한 것처럼 당신에게서 꼭 같은 말이 나와서, 굉장히 놀라고 또 기뻐서. 이번에도 스스로는 꿈에도 모를 표정을 하고 웃어버렸어요.
“나중엔 아예, 다른 곳에도… 잘 가볼 수 있으려나…~”
아마도 당신에게만 보였겠죠. 고대하던 선물을 연 것처럼, 속내를 들킨 아이처럼, 봄 햇살에 만개하는 꽃처럼, 소리 없이 쌓이는 눈꽃처럼 활짝 웃으면── 째깍째깍, 오르골의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뒤섞여 희미하게 들리고, 태엽이 다 감긴 오르골이 다음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나올 대답이라고는 하나뿐이어서.
“그 때도 같이 가주실래요?”
언젠가 미래에, 묻어두었던 수많은 의문과 고민에 답을 찾아야 할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그 미래가 짧을지 길지도 모르는 채 지금처럼 웃으며 답하길 바라며.
계속 함께 있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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