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주노

10) Strawberry Moon

천가유 2022. 6. 14. 22:34

For.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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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딱 한 번, 6월에 뜨는 보름달은 평소보다 붉어서 스트로베리 문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다가오는 14일 밤, 우주 및 천문학 관련 매체 Space에서는 분홍빛 보름달이 떠오를 것을 관측하며……

614일은 키스데이라고 하죠. 연인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뜻에서 키스를 나누는 날로 이렇듯 매달 14일은 특별한 기념일로 꾸며져 있는데요…….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보들이 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했다. ‘오늘이야, 오늘. 아주 특별한 날. 로맨틱한 날.’ 새와 개구리와 토끼와 물고기가 입을 모아 노래하는 동화 속 세계관이었다면 에셸이 집을 나온 그 순간부터 연인을 만날 때까지 모든 만물이 이 리본머리 아가씨를 주인공 삼아 속삭이지 않았을까. ‘키스해, 에셸. 오늘을 놓쳐선 안 돼.’ 만약 오늘까지 첫 키스조차 하지 못해서 수줍게 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하다가도 화들짝 놀라 멀어지고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귀 끝이 빨개져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선향불꽃의 끝자락처럼 발만 동동 굴렸더라면, 단 하루 오늘을 위해서 립글로즈를 새로 사고 향수를 고르고 머리 모양을 고민하며 갖은 애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도 결국에는 다른 약은 수를 쓰는 대신 연인을 간절히 꼬옥 붙잡은 채 속삭이고야 말았겠지.

지금, 키스하면 안 돼요?

──당신과 키스를 꿈꾸고 있어요.

그러니까 즉, 그와 연애를 시작한지 70일 하고도 9일이 더해지는 날이었다. 첫 키스라는 경이로운 순간은 그 이전에 맞이했으나 여전히 입술이 스치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나날의 연속이다. 어떻게 숫자도 딱 79일까. 7은 럭키세븐이고 9는 신화 속에서 영원을 상징하는 숫자라고 하지 않은가. 오늘이 더더욱 특별해지는 것만 같다.

끼워 맞추기라고 어딘가의 냉정한 자아가 태클을 걸기도 했으나 뭐 어때요. 본디 사랑이란 사람을 유치하게 만들고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신비로운 농간이다. 에셸은 기꺼이 흠뻑 빠질 각오가 되어 있었다.

달이 익어가요. 달링, 그러니 어서요.

 

Q. 멀리서 그 사람이 걸어올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항상, , 찾으면얼른 다가가려고 하다 보니…….

-눈이 마주쳤다간 제가 먼저 한달음에 가버릴 것 같으니 눈 꼭 감고 참아볼까요?

 

사랑이 어지러이 떠다니는 밤, 한 발, 한 발 디뎌 나갈 때마다 사뿐히 날아올라 꽃잎 위로, 구름 위로 올라설 것만 같이 가벼운 기분. 저 멀리로 그가 눈에 들어오면 참지 못하고 다리를 움직일까 아니면 눈 감고 기다려볼까. 고민하는 시간마저 달콤하고 즐겁기만 했다. 그의 손에 들린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오면 보름달처럼 눈이 커져, 오늘은 또 어떤 꽃을 어떤 말과 함께 선물하려는 걸까요? 기대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우주가 흔들린다 해도 세상의 인력이 사라져 무중력에 훅 떠오른다 해도 하나도 두렵지 않겠지. 당신과 내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다 무섭지 않겠지. 머리 위로 떠오르는 거대한 붉은 달을 따라 딸기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퍼 올리고 그 위를 민트로 장식해. 피부로 달라붙는 후끈한 여름밤의 공기, 꿉꿉함을 이겨내고 어깨를 맞붙여 앉아 아이스크림을 한 입, 속삭임을 한 숨.

이보다 더 완벽한 삶이 있을까. 깍지 낀 손의 온도, 푸르고 흰 손에 감싸여 의식이 어디까지든 비행할 듯이.

오늘 다들 이 노래를 들으라고 추천해주더라고요.”

, 어떤 노래요?”

푸르른 우리 위로

커다란 strawberry moon 한 스쿱

나에게 너를 맡겨볼래 eh oh

펄럭이는 흰 천 위로 커다란 딸기색 달이 그려지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달을 따라 빙글빙글 흘러가는 노래,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없어지기 전에 속삭여야지.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요. 그런데 조금 욕심을 부려 여기에 하나만 더 곁들인다면──

우리, 키스할까요?”

로맨틱한 오늘을 기념하며 수많은 핑계들을 속삭여.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위로 달콤함을 한 스쿱, 거기에 사랑을 두 스쿱 더. 욕심꾸러기의 밤, 이보다 더 완벽하고 꿈만 같은 하루를 꿈꾸며 저물어.


신혼의 키스데이 놓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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