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붉은 등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르는 거리가 있다. 제국의 꽃, 혹은 밤의 태양이라 불리는 이트바테르. 그 중에서도 어느 한 골목, 화려하고 눈부신 홍등가의 뒤편에서 쓰레기로 쌓은 탑을 지나 거기서 다시 짙게 드리운 그림자 너머를 살펴보면 아이가 있었다.
웅크린 아이다. 넝마에 가까운 옷, 고약한 냄새, 달 부스러기가 떨어진 듯 노란 빛이 드문드문한 짧은 머리카락은 기름과 흙과 핏자국으로 엉켜 있었다. 흘긋 고개를 들면 엉망이 된 얼굴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운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울기엔 무뎌졌을 뿐이다.
아프지 않다는 건 편리하다. 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아이는 입술을 깨문 채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러면 낄낄 웃으며 그들은 폭언을 날렸지. 역시 사일란이야. 재수 없는 것. 네가 이런 꼴을 당하는 건 전부 네 탓이니까, 태어난 걸 원망하지 그래?
이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어때?
그래서 챠콜은 죽지 않았다. 죽으라는 말을 듣고 얌전히 죽어줄 리가 없잖아. 어떻게든 아등바등 살아야지. 내가 죽어준다고 울어줄 사람 따위 없으니까 더 살아야지.
사실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살고 싶어 했는지, 왜 필사적으로 살고자 했는지 어린 아이는 알지 못했다. 다만 이대로 죽기엔 너무 억울할 것 같아. 그 뿐이었다.
그런 아이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나타났다.
『나와 함께 가자.』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행복했느냐 묻는다면 글쎄……. 겁이 많은 사내였다. 정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두려워했다. 충동적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서툰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에슬리…… 아가. 미안하다. 내가 널……, 널 지켜주지 못해서……」
남자는 가끔 술에 취해 아이를 껴안고 울었다. 죽은 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며 엉망으로 울었다.
서툰 사람. 아이는 저보다도 눈물이 많은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늘 헤맸다. 그런 사람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남자와 지내는 동안 행복했는지는 몰라도 즐거웠다. 맞지 않아도 괜찮았고 등을 대고 잠들 곳과 제대로 된 식사가 나왔다. 검을 쥐는 법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아이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살아있는 기쁨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죽어버렸지.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남자는 살아가는 것에 지쳐 있었다. 언제든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걸 숨기지 않았고 아이 또한 모르지 않았다. 「죽음을 슬퍼하지 마라. 미련도 갖지 마.」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인지. 저는 죽은 딸에 대한 미련으로 생을 살아가놓고 아이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게 퍽 우스웠지만 아이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겨두었다. 그렇게 그를 떠나보냈다.
어차피 삶은 혼자다. 아무도 곁에 있어주지 않는다. 그게 15년을 살아오는 동안 아이가 터득한 진리였다. 그럼에도, 결국 혼자 살아가고 말 것임을 알면서도 왜 포기하지 못하는지, 어째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치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다 겨우 알게 되었을까. 아이가, 에슬리 챠콜이 살고 싶었던 이유를. 찾고야 말았을까.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이유를.
겨우 알게 되었는데,
「할 말 없나요?」
「정말 그것뿐입니까?」
「대단한 게 아니라면 말해줄래?」
입 밖으로 냈다간 사실이 될까 두려워. 소리가 형태를 갖추었다간 짓눌러 올까봐 무서워. 그저 숨을 멈춘 채 귀를 기울인다. 흐르고 녹고 떨어지고 새어나가는 그 소리를, 멈추는 법을 찾지 못한 채.
길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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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록은 되도록 두 글자 제목으로 맞추고 싶었다.
앞부분에서 챠콜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폭력은 사실 조금 더 자세히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아동폭력의 트리거를 당길 수 있는 요소라 제외했다.
살고 싶었던 이유는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는 막연함, 절망했음에도 다시 일어나 살고자 욕심부린 이유는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