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올리버
멋진 합작 주소는 여기! https://t.co/oW6ntLNEYu
LA LA LAND
MAKE FILM
by
Gayu, HS
October. 2023
FADE IN.
INT. 극장 - 밤
조명이 꺼진 어두운 극장, 커다란 스크린이 하얀빛을 뿜는다. 제작사 로고를 위한 긴 애니메이션이 지나고, 영화의 로고와 함께 음악이 재생된다. 풍성하고 웅장하다. [트랙1: 서곡]
사람들의 설렘 가득한 표정을 카메라 워크로 훑어내리다가, 이윽고 초점이 스크린 안으로 빨려든다.
빛이 뚝, 끊긴다.
INT. 인터뷰 룸 - 낮
같은 장소, 하지만 다른 시간. 두 사람이 각각 인터뷰하는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인터뷰어: 우선 자기소개부터 해볼까요.
올리버: 올리버 워렌입니다. 음, 배우 겸 감독이라고 해야 하나. 감독 겸 배우라고 해야 하나. 지금은 배우입니다! 하하.
신디: 신디예요. 모델이고, 얼마 전에 데뷔 30주년 기념 기획전을 열었죠. 오, 지금은 배우라고 해야 하네요.
두 사람의 커리어와 필모그래피가 스크린에 지나간다. 올리버 워렌, 33살. 한때는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배우였으나 현재에 와서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할 정도로 쉬지 않고 다양한 배역과 무대를 달려온 카멜레온 같은 매력의 배우다. 어떤 배역을 맡든 완벽한 역할 분석을 통한 실감나고 매력적인 연기를 보이며 그가 맡은 모든 캐릭터가 오래도록 사랑받게 만드는, 그야말로 감독의 선호하는 배우상이다. 한편 신디, 33살. 올리버에 비해 터무니없이 짧은 필모그래피─오, 어디까지나 연기 한정이다─. 대단한 주연 하나 없다.
다른 시간대의 두 사람을 나란히 이어 붙인 화면, 그들의 머리 위로 문장이 떠오른다.
『Q. LA LA LAND의 주연으로 캐스팅되었을 때, 감상이 어땠나요?』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중 신디에게만 조명이 비친다. 올리버, 조명 꺼진 화면 안에서 얌전히 경청한다.
신디: 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과연 이게 대중에게 먹힐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신디’에게 또 실패한 필모그래피를 남겨주려는 건 아니지, 하고 말이에요.
신디, 짓궂은 농담을 하며 깔깔 웃는다.
신디: 하지만 진심이에요. 대중은 해피엔딩을 좋아하잖아요. 남녀가 만나 찐하게 사랑을 하고 행복하게 맺어지는 결말을 보려고 영화관에 앉을 텐데 엔딩이 이게 뭐람. 정말 이걸 대중에게 설득시킬 수 있다는 걸까, 하고…… 그래요. 좀 흥미로웠네요. 그런데요.
분위기가 달라진다. 턱을 괴는 여자, 표정이 뾰로통해진다.
신디: 문제가 있다면 이런 대본을 가지고 캐스팅한 게 나란 말이죠. 설마 주인공인 미아가 연기를 지지리도 못해서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지는 것 때문에 캐스팅한 건가 싶었다니까요? 내가 정말 연기를 못하면 어떻게 책임지려고요?? 오, 이러려고 저 사람과 함께 캐스팅했나?
조명 스위치, 올리버에게 빛이 들어오고 신디가 팔짱을 끼며 어두운 화면에 머문다. 올리버, 흥분을 참지 못하고 들떠서 팔을 허우적거린다.
올리버: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땐 정말 기뻤어요! 내용이 정말 좋았거든요. 환상적인 로맨스를 표방하면서도 그 안에 녹여낸 미아와 세바스찬의 삶과 꿈, 두 사람의 사랑은 정말 현실적이었죠. 가장 현실적인 것을 수많은 영화적 장치로 연출하고 꿈 같은 음악으로 표현해요.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꼭 내가 하고 싶었어요!
곧 진정한 듯 머쓱하게 웃으며 구부정하게 몸을 기울인다. 한결 차분해진 몸가짐.
올리버: ──방금 조금 들떠버렸네요. 하하, 신디와 함께하게 된 건…… 정말 의외였어요. 한 번 함께 페어를 맡았던 배우들을 똑같이 캐스팅해주는 일은 잘 없잖아요. 어떤 면이 우리 둘을 떠오르게 했을까요? 이전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많았지만,
한 박자 쉬고, 표정만으로 여유와 자신감이 비친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미소.
올리버: 일단은 기대됐다고 밖에 할 수 없겠네요. 아시겠지만, 전 여전히 신디아를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최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 여기 다 모였잖아요! ……지켜봐 주세요. 저희가 연기하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삶과 꿈을.
올리버, 자신의 말을 마치고 자세를 편안히 한다. 그의 자리에 다시 불이 꺼지고 신디의 자리에 불이 켜졌다.
신디: 올리버와 함께 캐스팅된 건 걱정도 있었지만 대본을 읽어보고 납득한 것 같아요. 우리 둘을 한 데 묶어서가 아니라 미아와 세바스찬이 각각 저와 올리버에게 어울리는 이미지였거든요. 그만큼 미아에게 공감했고 그녀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네요. 과거의 페어가 생각나진 않을 거예요, 자신해요. ……그러니까, 음. 일단 봐주세요.
조명 on. 양측의 조명이 모두 밝은 상태로 두 배우, 정면의 카메라를 보며 인사한다. 화면 전환.
『Q.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INT. 까만 배경.
두 사람의 목소리만 들린다.
올리버: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요? 첫 장면이에요. 그곳에서 모든 걸 설명하거든요.
신디: 우리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 장면을 골라버리면 보여줄 수 없잖아요, 바보 올리버.
올리버, 무시하고 떠든다.
올리버: 노래 가사도, 주인공들의 첫 등장도요. 대본을 읽으며 정체된 도로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미아의 모습과 미아에게 경적을 울려 나아가게 하는 세바스찬. 방금 전 신디의 말처럼 ‘어라, 주인공들이 거기에 나왔던가?’ 싶다면 다시 한번 관람해도 분명 좋을 거예요!
신디: 나참, 내가 출연했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내 말은……
EXT. 101 고속도로 – 낮
101번 도로의 끔찍한 교통체증. 내리쬐는 태양, 뜨거운 열기 속에서 아스팔트가 반짝인다. 타이틀 카드:
WINTER
영화의 첫 장면이 지나간다.
INT. 까만 배경.
두 사람의 목소리만 들린다.
신디: 제가 제일 마음에 든 장면은 가을이에요. 의도적으로 FALL이라고 쓴 그 가을 말이에요. 낙엽이 떨어지듯 두 사람을 휘감았던 로맨틱한 밤공기의 마법이 풀리고 나자, 그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던 순간이었죠. 사실 처음엔 말이죠. 대본을 읽으면서도 이 두 사람이 싸울만 해서 싸웠단 생각을 했어요. 처음부터 성격이나 가치관, 취향, 그런 사소한 것들이 맞지 않는 사이란 걸 알고 있었잖아요.
올리버: 서로 달라도 좋아할 수 있잖아요!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는 말도 있는데.
신디: 네, 네. 올리버의 사랑관 잘 들었어요. 뭐…,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지가 중요하겠어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지. 미아와 세바스찬도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덮여 보이지 않다가 뒤늦게 불협화음이 도드라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대사를 몇 번이나 내뱉고 나서야 그것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올리버: 오, 바뀐 생각이 궁금한데요. 이건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예요.
INT. 세바스찬의 아파트 – 저녁
CLOSE ON: 플레이어에 레코드를 올리는 조심스러운 손길. 60년대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아와 세바스찬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잠시 다정한 시간이 흐른다.
요리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대화가 이어질수록 클로즈업되는 세바스찬의 불안한 표정, 혼란과 짜증, 이어서 미아가 말한다. 내뱉은 뒤에야 후회하는 미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보며 세바스찬이 방금의 말을 따지고 든다. 상처받는 미아.
대화가 이어질수록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장면의 마지막엔 미아의 등 뒤로 큰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과 매캐한 연기 사이로 타버린 요리를 내려놓은 세바스찬이 잡힌다.
INT. 까만 배경.
두 사람의 목소리만 들린다.
신디: 이 장면의 충돌은 두 사람의 성격이나 가치관 문제가 아니었어요.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보상심리?
올리버: 오, 신디.
올리버, 탄식한다. 툭 치는 소리가 들린다.
신디: 조용히 있어 봐요. 미아는 번번이 오디션에 떨어지고 자신의 길에 회의감을 가져가던 중에 세바스찬이 해준 한 마디에 영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자신의 꿈을 좇기로 결심하죠. 반면 세바스찬은 미아가, 오 물론 직접 세바스찬에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란 말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굽혔어요. 미아에게 세바스찬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지만, 세바스찬에게 미아는…… 일종의, 내가 너를 위해 이만큼 양보했으니 너도 내게 이만큼 양보해달라는 요구가 가능해진 거예요. 그래서 미아가 리허설 이야기를 꺼낼 때 자기를 택해 달라고 말하죠. 그런데 미아가 자신에게 양보해주지 않으니까 화가 나서 ‘내가 무직이던 시절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 같은 말을 하는 거예요. 최악이었죠.
올리버: 듣고 보니 정말 최악이네요. 제 연기도 최악이었어요?
신디: 조용히 좀 하라니까요. 당신 연기는 최악이어서 최고였어요. 아무튼……, 원래도 성격적으로 가치관적으로 맞지 않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생긴 것도 맞겠지만 이 장면이 결말의 두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기점이란 느낌이 들더라고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 꿈과 현실, 혹은 꿈과 사랑 중에 선택해야만 한다면…. 하지만 어째서 둘 다 고를 순 없는 걸까. 맙소사, 말이 너무 많아졌네요.
EXT. 야외무대 – 낮
세바스찬의 밴드 공연을 촬영하기 위해 무대와 악기, 관객들이 준비 중이다. 멀리서 메이크업을 고치고 밴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올리버가 보인다.
신디, 자신의 장면까지 대기 중. 올리버를 바라보고 있다.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보자 놀라다가 곧 웃는다.
신디: 저한테만 하는 질문이 있다고요? 오, 좋아요. 뭐든 물어보세요. ──촬영하기 가장 어려웠던 부분과 쉬웠던 부분? 맙소사, 올리버에겐 어려운 부분 같은 건 없었을 거라서요? 네, 자격지심이에요.
드세게 말하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다. 신디, 미소를 유지한 채 다시 올리버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딘지 온화하다.
신디: 몸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다 쉬웠어요. ‘라라랜드’는 뮤지컬 형식의 영화잖아요. 올리버가 말하길, 제가 다른 건 다 나아져도 대사를 말할 때 국어책을 읽듯 어색한 부분이 잘 사라지지 않는대요. 노래로 표현하면 그런 걱정도 없고, 춤은 특히 많이 맞춰보았거든요. 원테이크 촬영도 많았어요. 벤치에 앉은 미아가 신발을 갈아신고 두 사람이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정말 잘 나왔어요. 한 번에 통과했지만 여러 각도에서 찍어야 해서 몇 번 더 춤을 췄는데 그때마다 즐거웠죠. 어려웠던 부분은……
자료화면이 송출된다. 세바스찬과 미아가 플라네타리움에서 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면이다. 여러 번 NG를 내는 신디, 웃음을 참지 못하는 신디와 진지한 올리버의 표정이 대비된다.
신디: 가장 어려웠던 건 두 사람이 뜬금없이 하늘을 날아오를 때였어요. 대본을 볼 때부터 이해가 안 됐는데 정작 감독님과 올리버는 왜 이 장면을 이해 못 하는지 저를 모르겠다고 보더라고요. 로맨틱해야 하는데, 올리버가 제 허리를 감싸고 와이어에 매달려 몸이 떠오르는 순간, 자꾸 몰입이 깨져서 그 장면은 영영 촬영 못 하는 줄 알았어요.
자료화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거듭되는 NG, 잠시 휴식을 갖자는 감독의 말이 떨어지자 올리버의 신디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향한다. 두 사람의 뒷모습만을 쫓는 카메라. 조금 뒤, 두 사람이 표정을 달리하고 돌아왔다. 순조로운 촬영, 한 번에 ok 받는다.
신디: 뭘 하고 왔냐고요? 음……, 그건…… 올리버에게 물어보세요. 아하하. 그의 연기 비밀을 제가 함부로 공개할 수는 없잖아요.
카메라가 올리버에게 향한다. 무대 아래에서 폭죽이 터지고 올리버가 심란한 표정으로 키보드와 DJ를 오간다. 신디, 천천히 화면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원경으로 바뀌는 카메라.
INT. 미아의 방 – 낮
침대에 걸터앉은 채 창밖을 지켜보는 신디. 바깥에서는 올리버가 오픈카를 끌고 도로를 운전 중이다. 클랙슨을 울리는 순간 놀라고 찌푸려지는 올리버의 표정, 그가 황급히 신디 쪽을 보자 신디가 괜찮다고 손을 흔든다.
신디: 기억에 남는 장면이요? 좋아하는 장면이나 그런 건 다 말했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바로 여기서요. 세바스찬이 미아를 데리러 와서 같이 오디션에 가자고 설득하잖아요. 그때, 용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미아를 두고 “어린애처럼 떼쓰지 마.”라고 하는데, 순간적으로 진짜 화가 나서 올리버를 때렸어요.
자료화면이 나온다. 빠르게 올리버의 명치를 가격하는 신디, 순간 웁스, 하고 휘청거리는 올리버. 카메라 감독이 NG라고 말도 못하는 사이 신디가 미안해하며 올리버를 감싼다.
화면 아래로 자막이 지나간다. 「올리버: 정말 아팠어요. 세바스찬은 저 말을 들은 상대가 신디가 아니라 미아여서 다행인 줄 알아야 해요.」
신디: 엄살은. 아, 그 촬영 때 웃긴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그래서 세바스찬이 아침에 데리러 오잖아요. 그리고 미아는 8시 반이 넘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죠. 기다리는 동안 초조해하는 세바스찬을 촬영하는 사이 저는 여기, 집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올리버가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몰입하는 동안 스태프들이랑 그가 이번 영화로 자동차 광고가 들어올지 들어오지 않을지 내기를 했죠. 보고 계시나요, 광고주님? 저 꽤 큰 돈 걸었으니까 꼭 연락하세요.
암전. 이윽고 화면이 밝아오며 영화의 남은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이 흐른 뒤 세바스찬과 미아가 각자의 길을 가게 된 장면, 두 사람이 떠올리는 만약의 가정. 그러나 결국 미아는 지금의 남편과 팔짱을 끼고 나가고 세바스찬은 자신의 재즈 클럽에서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한다.
INT. 극장 – 밤
관객들은 아무도 없이 텅 빈 극장. 올리버와 신디, 두 사람만이 앉아 있다. 엔딩 롤이 올라간 스크린에 문장이 떠오른다.
『Q.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디: 이 질문 나올 줄 알았어요.
올리버: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릴만한 결말이었으니까요. 저는 좋았지만요.
신디: 올리버는 처음 대본 읽었을 때부터 쭉 그 얘기였죠?
올리버: 신디도 좋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야, 제가 좋다고 한 거랑 다른 의미긴 하지만. 음, 그럼 저부터 말해볼까요.
올리버, 객석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무대에 오른다. 신디, 앉은 다리의 방향을 바꾸며 또 뭘 하려고요? 그를 응시한다.
올리버: 저는 개인적으로 이야기 속이기에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동화와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만, 뭐랄까……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는지, 혹은 소화할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건지. 이 대본 속의 결말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멋진 해피엔딩이었고, 환상 속의 쌉싸름함을 계속 입안에서 곱씹게 되어서. 그들은 영화 속 인물인데도 두 사람이 선택하지 못한 어떠한 미래를 필름을 통해 보죠. 가장 비현실적인 장면인데도 그들 또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인 것만 같아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다 떠나서 아름다워요. 편집본을 처음으로 신디아와 함께 보았을 때 받았던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하하.
스크린 앞을 뚜벅뚜벅 걸으며 그가 이야기를 잇는다.
올리버: 이 결말이 두 사람을 영화 속 인물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주었어요. 그들이 약속한 영원한 사랑은 지속될 수 없었고 각자의 삶을 찾아가며 행복을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각자의 삶과 행복을 돌아보시면 좋겠어요. ……다음은 신디 차례예요.
올리버가 선 스크린 뒤로 문장이 바뀐다. 『Q. 만약 이게 우리의 이야기라면, 당신이 남자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신디, 손가락으로 그의 어깨 너머를 가리킨다.
신디: 아직 당신 차례라는데요?
올리버: 아, 그렇네요. 이게 우리의 이야기라면……. 글쎄요. 세바스찬이 아닌 올리버였다면 미아와 멋진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세바스찬의 그 모든 선택과 행동은 미아를 사랑했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모든 연인들은 그 순간 각자의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죠. 저이기에 이 결말이 다를 수 있다면, 그건 제가 미아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디아에게 최선의 선택을 했기에 다른 것일 거예요.
어느새 무대에 올라온 신디, 올리버. 이야기를 마치고 신디와 부드럽게 포옹한다. 신디, 그의 귀에 뭐라고 소곤거리지만 들리지 않는다. 올리버, 웃음을 터트리고 관객석으로 퇴장.
신디: 이제 제가 결말에 대한 감상을 말할 차례죠? 위에서는 대중의 감성이 아니라고 혹평해버렸지만 저는 좋았어요. 그야, 처음부터 보이지 않았나요? 두 사람이 지독하게 맞지 않는단 걸. 그런데도 바보같이 상대에게 끌리고 말아서…… 이 인터뷰를 읽을 팬 여러분은 선선한 밤공기에 누구랑 함께 걷지 마세요, 로맨틱한 감정에 취하기 쉬워요. 그러니까 영화 동안 보여준 두 사람의 로맨스는 꼭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밤공기가 준 마법이 걸려 있는 동안만 가능했던 거예요. 그리고 운명만 같았던 세 번째 만남이 끝나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죠.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좋았어요.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갖고 있는 아련한 과거의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참 좋아했는데… 좋아하는 마음만으론 되지 않았던 관계 같은걸요.
CLOSE ON: 신디의 말을 듣는 올리버의 표정. 라라랜드의 주제가가 흐른다. 올리버, 눈가에 주름이 잡히도록 활짝 웃고 신디 또한 웃는다.
이어 스크린 뒤로 문장이 바뀐다. 『Q. 만약 이게 우리의 이야기라면, 당신이 여자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신디: 저였으면 애초에 세바스찬 같은 남자는 만나지 않아요.
신디의 한 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관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신디, 혀를 낼름 내민다.
신디: 하지만 ‘내가 미아였다면’이 아니라 이게 ‘우리의 이야기’라면, 하고 가정하면 이야기가 다르네요. 올리버처럼 모든 연인이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예를 들면 그 재즈 클럽에 찾아갈 때까지 저는 솔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만으로 이야기는 꽤 달라지겠죠.
다시 올리버가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 나란히 빈 관객석을 향해 선다.
올리버: 영화를 봐주시고 시사회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마워요! 신디아와 함께 이 영화를 위해 정말로 노력했고, 멋진 결과가 나왔노라고 자부합니다. 이 별들의 도시에 여러분을 초대할게요!
신디: 오늘 영화와 시사회가 만족스러웠길 바라요. 제 연기가 몰라보게 나아진 것 같다면 관객평도 잘 좀 써주시고요. 괜히 영화 보고 나서 추억에 젖어서 전 애인에게 연락하려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고요? 그리고, ……당신이 선택한 지금의 현실이 당신의 베스트일 거예요. 행복하세요.
두 사람, 허리 숙여 인사한다. 동시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 어느새 관객석이 꽉 차 있다. 조명이 따스하게 내리고 두 사람이 계속해 손을 흔들며 관객들에게 인사한다. 두 사람을 담은 화면이 점점 멀어지면서 빛이 어두워지고……
FADE OUT.
THE END
※ 메이킹 필름의 대본 및 편집 방향은 배우의 의도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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