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의식이 들었을 때, 그녀는 디셈버 위에 올라타 있었다. 어라?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의 위에 올라앉은 채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왜? 하는 의아함. 내가? 하는 불신. 손가락이 파고드는 살갗이 서늘하다. 평소에도 그의 체온은 언제나 저보다 낮았지만 어쩐지 시체라도 되듯 차갑고 건조했다.
하얀 목 위로 제 열 개의 손가락이 단단히 파고들어 붉은 자국을 남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재차 물었지만 답해주는 이는 없었다. 대신 들려온 건 엉뚱한 말. 힘을 줘야지. 억눌린 목소리가 평소의 듣기 좋은 미성과 다르게 바닥을 긁듯 거칠게 새어나온다. 얕은 숨은 코앞을 스치며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목을 조르는 것은, 번거롭습니다.」
몇 번을 끊어 겨우 완성된 문장은 그녀가 듣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핏기가 가신 듯 평소보다 더 하얗게 보이는 차가운 손이 뜨거운 손등을 덮는다. 여길 이렇게 누르라는 양 퍽 상냥하게 속삭여오는 말에 멍하던 눈동자를 한 번 깜박이자 열이 오른 피부 위로 그보다 뜨거운 것이 뺨을 타고 흘렀다. 마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남겨진 자국만이 화상처럼 남아 열을 더한다.
그녀의 손을 덮고 그가 힘을 가한다. 어디서 이런 악력이 생겨난 걸까 의아할 정도로 강하게. 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뿌리칠 수 없었다. 제 손을 잡은 그의 손이 점점 더 강하게,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걸 다만 망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긴 속눈썹 아래로 붉은 눈이 느릿하게 이쪽을 향해온다. 잘 보세요, 내 목을 조르는 건 네가 아닙니다. 그렇게라도 말하려는 걸까?
아니, 잖아. 그런 게 아니잖아. 당신이 할 일은 그런 것이 아니잖아. 어째서 뿌리치지 않아? 왜 나를 막지 않아? 어떻게 그렇게 평온한 눈으로…… 아냐. 나는, 나는 이러고 싶은 게── 이런 걸 바란 적……, 제발, 누군가, 누군가 멈춰줘. 말려줘. 제, 발……──!!!!
“───욱.”
식은땀과 함께 튕겨 오르듯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내려오다 휘청거리고 주저앉았다. 꿈? 현실? 주저앉은 채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여전히 제 뺨에 눈물자국이 남은 걸 깨달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감촉이 생생한 것만 같아, 지금이 현실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 무릎을 누르며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향한 곳은 당연히 그의 침실이었다.
부드럽게 열리는 문을 밀고 노크도 없이 안으로 들어선다. 커다란 침대 위로 인영이 보였다. 자는 걸까? 죽은 건? 카펫 위를 발소리도 없이 달려 침대 바로 옆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붉은 눈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에슬리?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그가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무슨 일입니까? 손바닥이 전해주는 익숙함에, 깨달았을 때는 다시 두 뺨을 뜨거운 것이 적시고 있었다.
침대 아래 주저앉아 있던 그녀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넣어 어린아이를 다루듯 가뿐하게 제 품으로 안아든다. 악몽이라도 꾼 것입니까? 느릿한 물음과 함께 머리를 도닥여주는 손길에 에슬리는 가장 먼저 그의 목부터 확인했다.
희어. 깨끗해. ……다행이다. 안도와 동시에 그에게 기대자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머리를, 등을, 그녀가 진정하도록 도닥거려주었다. 아마 방금 전의 행동만으로 다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그럴 것이라 확신하며 처참하게 잠긴 목소리가 웅얼거린다.
“어째서… 뿌리치지 않은 걸까.”
“네가 그렇게 하는 거라면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나는, 그런 짓, 있을, 수 없는데.”
“그런가요.”
“……가만히 있지 마. 내 대신 해주려고도 하지 마. 난, 나는……”
의식만이 선명했다.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마치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신이 또 저를 갖고 놀려는 줄로만 알았다. 아이야 행복하니? 그가 소중하니? 그렇다면──, 네 소중한 것들의 끝에는 언제나 상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마냥 저를 비웃고 제 손으로 부서트리려는 줄로만 알았다.
그럴 리 없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오싹해져 몸 안의 피가 싹 식는 기분이었다. 제게 소중한 것과 상실은 언제나 머리와 꼬리처럼 떼어낼 수 없는 것이어서 이번에도 또 불행이 반복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너무나 두려웠다.
상념을 지우듯 저보다 조금 낮은 체온에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젓는다. 꿈은 꿈일 뿐이라 생각하면서도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미안해. 습관처럼 나온 사과에 그가 나직이 웃으며 무엇이? 하고 물어왔다. 저도 이유를 알지 못해 재차 고개를 젓고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에슬리는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