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나나 진화
꽃가람숲 깊은 곳, 그 중에서도 물레방아 움직이는 호숫가는 작고 약한 포켓몬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이자 쉼터였다. 물을 얻는 것이 용이하니 다양한 풀타입 포켓몬들이 머물렀고 부드러운 흙과 풀 덕분에 벌레타입과 땅타입도 다양하게 모였다.
더 크고 힘 센 녀석들은 굳이 태양 아래 고스란히 노출되는 호숫가를 쉼터 삼지 않았다.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서 머무르다가 사냥을 할 때만 어슬렁거리며 나왔다. 힘센 포켓몬의 등장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건 나몰빼미였다. 물레방아 꼭대기에 앉아 있던 새는 날카로운 눈으로 천적의 등장을 확인하고 뺌, 뺌, 휘파람을 불며 울었다. 그러면 옹기종기 모여 있던 포켓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사냥에 실패한 포켓몬이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돌아가는 것이 이 땅의 맏이 나몰빼미의 자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숲이 소란스러워졌다. 인간들이 찾아오는 일이야 전에도 없진 않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생태학자, 불법수렵꾼, 레인저, 산지기, 그러나 많아야 두서넛이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나몰빼미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었다.
하나, 둘, 셋. 열이 되기 전에 셈을 포기한 포켓몬은 숲지기 서향을 믿고 물레방아 너머로 조용히 웅크렸다. 때가 되면 돌아가겠지. 그때까지 잠시 들키지 않게 있으면 돼. 그다지 관심은 없던 것 같다. 저와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우리집의 가장이 되어줘!]
──그랬는데, 웬 여자아이가 손을 뻗어왔다. 그것도 마치 나몰빼미의 마음을 읽어내듯 동하지 않을 수 없는 말로. 가장(家長), 얼마나 좋은 울림인가. 집단을 이끄는 자, 타고난 리더의 재목인 저다. 이런 나의 재능을 알아보는 자가 있다니.
고민은 길지 않았다. 평생을 살아온 숲을 떠나기로 나몰빼미는 결심했다. 그날부터 그는 나나가 되었다.
트레이너가 생기고 난 뒤로는 그것 참 포생이 재밌어졌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동향의 알이 깨어나기까지 주절주절 떠들던 주인의 과거사는 참 흥미로웠고 그를 듣고 반응하는 다른 포켓몬의 반응도 재밌기만 했다. 먹을 것도 잘 곳도, 날아다니며 보이는 풍경도 새로웠다. 바깥세상에는 몰랐던 이야기와 몰랐던 감정들이 바람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세계란 이토록 넓고 흥미로웠구나!
두근거릴수록 나몰빼미는 지금 소속된 무리에 책임감을 느꼈다. 조금씩 제가 품기로 한 둥지가 소중해지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켜야 할 것은 또 무엇인지 손에 잡힐 듯했다.
어린 빠모를 발끝으로 톡톡 부른 나몰빼미는 아직은 이들을 다 품기에 작은 날개를 활짝 펼쳤다. ──진화하는 법을 모른다고? 그럼 가장인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이도록 하지. 빠모의 눈이 커다래지는 순간 나몰빼미가 빛나기 시작했다.
나몰빼미는 진짜 생각지도 못한 만남이었는데 귀여운 나머지 덥썩 잡았다가, 본래라면 캐릭터에 어울리게 차데스를 잡고 싶었고... 스타팅을 데려온다면 불꽃숭이나 아차모를 데려오고 싶었는데(격투) 인생은 알 수가 없어 나나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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