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마메 귀하
왜 그랬어? 라는 질문에는 늘 답을 하기 어려웠다.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모든 자신의 마음에, 모든 자신의 행동에 사람들은 모두 명쾌하게 답을 내리고 사는 걸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반대로 어째서 나는 그러지 못하지? 생각의 꼬리는 늘 자기 비하로 치달았다.
왜 그랬어? 그럼에도 다시 한번 그 질문에 답하자면 결국은 도망치기 위함이었다. 저를 쫓아오는 이들을 가장 손쉽게 떨쳐내는 방법만 그 몇 년간 익혔다. 무엇인지 아는가? 쫓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런 기대 같은 건 하지 말라고, 나는 응원할 시간이 아까운 사람이라고 스스로의 가치를 땅에 처박는다. ──그래 놓고 사람들이 돌아서면 뒤돌아보고 마는 멍청한 인간.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는 거야?」
열정적으로 쫓아온 사람, 서로간의 체면이나 예의를 내려놓고 솔직하게 화내고 속상해 준 사람, 이해해준 사람, 또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 마메는 정말 마메했다.(まめな人だった。) 그럴수록 여자는 저열한 열등감에 차오르고 만다.
‘나는 당신이 부러웠다.’
도전한 자와 도전하지 않은 자, 도망치지 않은 자와 도망친 자. 동정하는 자? 동정받는 자. 선을 긋고 상대를 거부했다.
「동정하지 않았어!」
「네 눈에 나는 그저 무모한 레이스를 도주하고만 있는 바보로 보이고 있겠구나. 맞지?」
뻔히 보였다. 아니라고 해주길 바랐겠지. 그에 순순히 넘어가 주고 싶지 않았다. 유치한 힘겨루기다. 그래놓고 말하자마자 후회하는 건 구질구질한 습성이지만, 이제와 말을 고치지도 않았다. 그래, 처음부터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나. 저를 구제불능 취급하면서 상종도 하지 않는 것. 이대로 그가 여자를 포기해버린다면 성공한 것인데.
“더 이상 널 회유시킬 의지조차 없어졌어.”
“나와 순무를 무시하는 말은 절대 용서하지 않아.”
그런 주제에, 스스로 그것을 유도한 주제에 막상 떠나려는 모습을 두고 볼 수 없는 모순된 인간이었다. 멀어지려는 그의 모습에서 버림받던 순간이 겹쳤다. 붙잡았다. 사과했다. 과거에 끝내 하지 못했던 미련 가득한 행동을 이곳에서 풀었다. 이번에야말로 틀리지 않았을까? 행동에 빨간펜이 그어진다. 성대한 엑스.
“……잡지 마!!!”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어 상대를 보았다. 나만 아프고 나만 괴로운 것처럼 굴던 스스로가 부끄럽도록 만드는 표정이 거기 있었다. 웃게 해주는 사람이 되려고 했는데, 이번엔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끝내는 제자리다.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가지 말라고 붙잡지도 않았다. 확실히 알았다. 제게 붙잡을 자격이 없음을.
“……듣, 고 싶지 않으면 듣지 않아도 좋아. 그냥 가버려도 좋아. 그래도 하나만, ……멋대로 떠들게 해줘.”
벌어진 거리에는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빈자리가 있었다. 그 거리를 쓸쓸히 바라보며 구겨져 있던 표정을 애써 폈다. 눈앞에 끔찍한 표정을 한 상대가 있지 않은가. 저 표정을 만든 이는 다름 아닌 자신이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의 시선에는 웃는 얼굴이 비치길 바랐다. 헤헤, 따끔거리는 눈을 힘껏 뜬 채 바보같이 웃는다.
“만약에, 내가 당신처럼 6년 걸려 포기하지 않고 이겼더라면 치치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서, 그러면 치치도 내게 웃어줬을지 모르겠어서,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을지 모르겠어서, 포켓몬이 진화하고 나란 인간도 성숙해질지 모르겠어서……”
모든 게 모르는 것투성이다. 아는 게 없다. 당연하지. 겪어본 적 없으니까. 그런데 스스로 알 길을 놓고 말았다. 더는 치치와 함께 웃을 수 없었다.
“그 모든 걸 놓고, 포기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기보다 포기하고 도망치는 비열한 인간이 되어버려서, 영영 모르는 채 살게 되어서…….”
“그저 당신이 부러웠을 뿐이야.”
억지로 웃는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솔직해진다는 건 이토록 도망치기보다도 어려운 것이구나. 가장 알고 싶지 않은 지긋지긋한 내면을 누군가에게로 활짝 내보인다는 것은.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보다 상처 입은 자를 위해야만 했다. 그것이 어떤 면죄부도 되지 않더라도.
“……무시하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
“미안합니다.”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 자리에서 한 발 더 물러난다. 가지 말라고 할 게 아니었다. 제가 떠나야만 한다. 상대를 두고 가버리는 역할까지 책임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마지막 의사였다.
──배틀 코트에 서는 마메 언니가,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어. 포기하지 않고 끝내는 거머쥔 성취에 순수하게 존경심도 들었어.
그런 당신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아갔으면 하니까 하다못해 응원하게 해줘. 절대 바보 같지 않으니까.
친구랑 순 싸우기만 하고 친구에게 어그로만 끌고 정말 식은땀 나던 시절...
'포켓몬스터 : 피치럼블' 카테고리의 다른 글
024) 10.12. 동행同行 (0) | 2023.12.27 |
---|---|
023) 10.12. 충만한 애정 (0) | 2023.12.27 |
021) 10.11. 한정 판매!? 이어롭 피규어! (0) | 2023.12.26 |
020) 10.11. 일하는 가장 (0) | 2023.12.26 |
019) 가을바람의 꿈 飋夢 5 (0) | 2023.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