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는개마을 아르바이트
또박산에서 돌아온 능란은 소파에 늘어지려는 순간, 저의 포켓몬에게 붙잡혀 억지로 일으켜 서야 했다. 이제 좀 쉬려고 했는데? 억울하게 돌아보면 어느새 길쭉이 자란 빼미스로우가 부리로 무언가를 건넸다.
“그으러니까……”
나보고 지금 이걸 하라는 거지? 능란의 시선에 나나는 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볼 때는 가장, 가장해도 솔직히 귀엽기만 했는데─실질적 가장은 당연히 밥주는 사람인 이몸 아냐?─진화하고 나더니 어딘지 모르게 아빠 같아졌다고 해야 하나.
지금만 해도 봐라. 포켓몬이 건넨 것은 웬 전단지였다. 『급구! 피규어 구매대리』라면서 알아보기 힘든 무지개빛 폰트를 사용한 내용은 구구절절한 나머지 읽기 어려웠지만 어렵게 한 자, 한 자 해석해보니 이어롭 피규어를 사달라는 듯했다.
능란으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라이트 오타쿠’, 소년점X 따위를 즐겨보고 가끔 만화의 명대사를 외치기도 하지만 진성 오타쿠의 마음을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나 배달을 이해해야만 하나?
“마침 전문가인 이몸에게 잘 찾아왔구만.”
주문받은 물건은 무엇이든 나른다. 가끔은 옆 가게와 합 배송까지도 한다. 두 집 배달, 세 집 배달도 물론이고 신속하기까지 하다. 나나가 가져온 전단의 의뢰를 수행하는 건 하등 문제가 없단 말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뺌.”
마치 백수 딸래미를 보듯 어서 일하러 가라고 재촉하는 포켓몬이다. 엥? 이몸이 백수 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나 빼미스로우는 가차 없었다. 한층 더 굵고 튼튼해진 발톱이 능란의 양 어깨를 아프지 않게 잡더니 질질질질, 바깥으로 내몰았다. 잠깐, 나 이제 막 들어왔다니까. 나나의 행동을 본 위위가 까륵까륵 웃으며 능란의 머리 위에 올라 따라서 밀었다. 찬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한 채 어엇, 어어엇~!?
─아니, 그야 나도 알고 있다니까. 더 훈련시키라는 거잖아. 당연하지, 내가 그런 준비도 안 하고 가겠냐고. 그, 그런데 왜 트레이닝을 훈련받는 본인이 챙기는 거냐니까!? 나나, 진짜 이몸에게서 가장 자리를 빼앗을 셈이야??
결국 능란은 오밤중, 가게가 문을 닫기 직전 달려가 “한정판 1/6 스케일 이어롭 피규어 하나 주세요!”를 외쳐야 했다. 무사히 마니아에게 물품을 배달하자 손에 들어온 TR을 노리는 빼미스로우의 눈빛이 시아버지처럼 매서운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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