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아토시티 아르바이트
365일 흥겨운 축제의 도시일 것 같지만 막상 아토시티도 언제나 축제이지는 않았다. 평소의 도시를 말하자면 생업에 충실히, 타오르는 태양 빛과 열을 식히는 강물 사이에둘ㅇ서 하루하루를 땀 흘려 일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 그런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이 축제 시기만 되면 그간의 묵은 피로와 쌓여 있던 감정, 기분을 털어 보내고 모두가 함께 흥겹게 춤을 추고 퍼레이드를 하기 때문에 아토시티의 축제는 더욱 각별한지도 몰랐다.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날, 약속된 그날을 통해 사람들은 보다 자유롭고 또 즐거워지는 것이었다.
“레 언니에게도 이런 날이 필요할지 모르겠단 거지.”
자아, 이제 에스코트 없이도 잘 따라올 수 있지?
삐걱삐걱, 뚝딱뚝딱. 몸을 쓰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티가 여실히 나는 움직임이다. 팔을 뻗을 때 얼마나 힘을 주어야 할지, 다리는 어디로 향할지도 허둥지둥. 잘못 내딛다가 휘청거리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때마다 가볍게 잡아주고 세워주었지만 능란은 그 이상 들레씨의 자세를 고쳐준다거나 하지 않았다. 춤에 잘못된 건 없으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말고 몸 가는 대로 움직이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보지 말고, 스스로의 몸에 집중해서 그저 즐겁게. 즐겨!”
쌩쌩이의 깃털댄스가 흩날리는 행렬의 사이로 깃털과 닮은 두 머리가 빙글빙글 움직인다. 아래에서 아무리 뚝딱거리고 삐걱거려도 위에서 본다면 그저 동그랗고 하얀 것이 이리저리 위치를 옮길 뿐이 아닐까? 각도만 바꿔도 이렇게나 다르게 보인다.
누가 크고 작은지, 잘 추고 못 추는지도 보이지 않는 바둑판 위의 흰 돌과 같은 모양새. 이렇게 세상이라는 거대한 판 위에서 우리 모두 각자의 한 칸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러면 세상에게도 내게도,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지는 않을까.
“자꾸 잘하는지 못하는지에 집중하면 자연스럽지 못하게 되니까~ 아, 이거 줄게.”
갓을 덮은 하늘하늘한 천의 양 끝을 들레씨의 양손에 하나씩 쥐여준다. 그것을 머리 위로 넘기자 두 새 포켓몬의 바람에 꼭 낙하산처럼 부풀었다. 저 역시 천을 쥔 능란은 몸보다 기다란 천이 바람에 펄럭여 화려하게 퍼지도록 천이 꼬이지 않게, 떨어지지도 않게 움직였다. 연을 날리는 것과 비슷한 요령이다.
“천에 집중하면 다른 건 신경이 안 쓰일 거란 거야. 자아, 더 앞으로 가자.”
행렬이 석탑광장을 향한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떠오른 천이 빛을 받으며 알록달록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색색의 그림자가 사람들도 포켓몬도 물들인다. 능란의 푸른 천 아래를 기어가며 꼬시레도 파랗게 물들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고, 모두가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평소였다면 당장에 도망갔을 텐데 어쩐지 오늘은 숨고 싶지 않았다. 무슨 변덕이었을까.
트레이너가 만드는 푸른 그늘 아래에서 꼬시레는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어딜 보아도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사람도 포켓몬도, 음악을 따라 흥에 겹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안하고 두렵기만 하던 꼬시레였지만 지금이라면, 제 주위를 둘러싼 낯선 것들에 두려워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모든 것이 저를 괴롭히고 겁주려는 것만 같았던 세상이 조금 다르게 들어왔다. 동그랗게 뜬 눈이 세상의 모든 색채를 담듯 영롱하게 빛났다.
제 발 아래를 따라오는 꼬시레를 힐끔 본 능란은 그 표정을 보고 웃고 말았다.
샤샤와 서사 차곡차곡.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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