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보드기마을 아르바이트
──이것은 우리가 아직 심지의 배후를 모르던 때의 이야기이다.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뭘 셋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느냐, 놀러 가더라도 내가 뭣하러 너희랑 가느냐 투덜거리는 비니 소년을 사이에 끼운 채 세 사람은 골갱이 산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이쪽에 가면 영역 싸움하는 롱스톤이 있냐는 거야.”
[그래. 인부들에게 제보가 들어와서 말이야. 보통의 개체보다 커다란 롱스톤 두 마리라고 하더구나! 평범하게 얼터코팅을 한 롱스톤일 수도 있지만. 인부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간을 영역으로 잡으려고 하는 롱스톤이라고 하니 빠르게 제지를 하는 게 좋겠더구나.]
“응. 우리 셋이면 충분히 진정시킬 수 있을 거예요.”
“뭐어, 저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지만.”
[하하하. 그럼 부탁한다? 채석장인 만큼 다들 조심하고!]
“맡겨두라구.”
로토무 통신은 금방 끝이 난 듯 화면이 전환된다. 자, 그럼 가보실까!
비포장 흙바닥에 보드는 최악이라고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소년의 보드는 앞을 쭉쭉 달렸다. 사람이 익숙해진 야생 포켓몬들이 숨을 죽인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잠깐 눈을 떼며 포켓몬의 움직임을 따라가려는 소녀를 챙기며 여자는 로토무의 내비게이션을 따랐다. 머지않아 롱스톤의 충돌로 생겨난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이야기는 들은 대로였다. 얼터코팅 한 롱스톤은 어서 강철톤으로 진화하고 싶다는 양 강철로 된 코팅을 덮은 채였다. 다른 개체보다 묘하게 크기도 큰 게 어디 심지라도 박힌 건 아닌지, 아니면 우리 안 보이는 곳에서 금속코트라도 달고 있는지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다.
보통의 롱스톤이라면 난폭한 성격은 아닐 텐데 두 녀석이 영역다툼을 하며 부딪치는 모습이 주변의 땅울림을 이뤄 이러다 천장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다행인 점은 이쪽은 강철 대비가 잘 되어 있다는 거야. 그렇지?”
하리뭉과 한바이트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냐는 거야. 저 녀석들, 역시 챌린저 배지 3개라니까. 짓궂은 말이 흩어진다. 하지만 모처럼 진화한 녀석을 활약시켜주고 싶어 능란도 볼을 던졌다. 몸길이는 롱스톤의 반밖에 되지 않지만 다태우지네는 그 몸을 불타는 바퀴로 만들어 한바이트의 발구르기로 다져진 땅 위를 달렸다.
부드러운 흙이 불에 달궈져 단단해져 간다. 그 지반을 딛고 하리뭉이 발경을 썼다. 땅이 뒤흔들렸다. 그러나 갈라지고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틱택 제법인걸, 아주 잘 고른 땅이야. 나지막하게 감탄하며 능란은 태태에게 굴의 내구를 신경 쓰라고 지시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롱스톤 두 마리가 정리되었다. 풀썩 쓰러진 녀석들의 얼터코팅이 풀리자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접근해 어디 심지가 박혀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냥 봐선 모르겠구만. 조사는 쿠로테츠 어르신들에게 연락해두면 된다고 했지?”
“귀찮은 일은 맡겨두고 얼른 가자. 아~ 배고프다.”
“금방 끝났네요. 셋이 오길 잘했어요!”
아무리 녹새랑 틱택이어도 혼자서 이 두 마리는 힘들지 않아? 슈가의 재잘거림에 녹새가 헹, 하나도 힘들지 않거든. 콧대를 세운다. 자, 자. 끝났으면 돌아가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을까. 두유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저번에 모아마을에서…. 그 사이에서 하등 상관없는 먹을 것 이야기를 하던 능란의 어깨에서 음뱃이 포르르 날아올랐다.
-위위?
트레이너의 부름에도 작은 포켓몬은 머리보다 큰 귀를 쫑긋 세운 채 굴 안쪽에 집중했다. 무언가에 푹 빠진 것 같았다. 인간의 귀로는 감지하지 못하는 소리가 포켓몬을 부르고 있기라도 한 걸까?
저기 뭐가 있어요? 소녀가 물었다. 인간인 채로는 답할 수가 없었다. 야생 포켓몬 아냐? 소년의 추측은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것일 테지만 클리셰라는 것은 대개 확률을 빗나가게 만든다. 굴 안쪽에서 수상한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그 녀석이 좋아하는 그런 거 아냐?”
“아~쨩? 고스트 타입인 걸까~?”
“박사님이 알려준 도감 목록에 고스트 타입은 없었는데….”
수상한 게 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중얼거리며 능란의 수신호를 보냈다. 명민하게 알아차린 모크나이퍼가 일렁이는 그림자를 향해 그림자꿰매기를 썼다. 하지만─ 놓쳤다. 엑? 트레이너가 얼빠진 사이 모크나이퍼는 놓친 그림자를 쫓아 움직였다. 아니, 나나. 앞서가지 말아 봐!
싸아아-한 바람이 불었다. 보통의 동굴에선 불어올 리 없는 냉기가 서린 바람이었다. 누가 얼어붙은바람이라도 쓰고 있나? 그럴 리가. 여긴 모래톱길이라고. 그때 아, 하고 능란이 작게 탄성을 냈다.
“그러고 보니 이몸, 채석장에 배달하러 오면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타이밍에 꺼낼만한 이야기냐, 그거?”
“달이 없는 밤이면 골갱이 산 안쪽에서 하얀 손이 나타난다는 이야기야.”
“괴담이에요?”
저 수상쩍은 곳을 안 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나나가 앞장선 굴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끔 바람이 불었고 돌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들 사이로 여자의 목소리가 드문드문 이어졌다.
“’귀시’라고 하지. 귀신들의 시장이라는 뜻이야. 본래 죽은 자는 산 자와 섞여서는 안 되고 죽은 자는 죽은 자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드물게 두 시간이 섞이는 날이 있다고 하지. 바로 귀신을 쫓는 달빛이 사라지는 그믐날이거든.”
오늘이 그믐이었나? 이 축축하고 캄캄한 안쪽에서는 확인할 요량이 없다. 흥이 난 여자는 두 사람의 반응도 모르고 계속해서 떠들었다.
“그날은 귀신들이 성대한 장터를 열어 산 사람들을 마구 유혹하는데, 글쎄 그곳에 잘못 휩쓸려 귀신의 물건에 손대기라도 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는 거야. 그런데 이 화랑지방에서 잘 알려진 귀신장터가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지. 이 안쪽.”
누가 지었는지 모를 사원이라고 했지. 사실 안쪽에 저승으로 가는 입구라도 있는 걸까? 그렇게 따지자면 사원을 지키는 포켓몬 석상도 이해가 가. 지옥문지기라는 거야.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실감나는 이야기 하나는 특기인 여자의 입담은 끝끝내 굴 안쪽에 있던 것이 단순히 노말 타입 포켓몬이라 그림자꿰매기가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까지 이어졌다.
▶ 세 사람은 무사히 의뢰를 완수했다!
마지막에 녹새가 떡밥을 재미있게 회수해줘서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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