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눈이 마주쳤을 때, 혹은 손끝이 닿았을 때, 동시에 입을 열 때, 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던 순간이 자리를 잘못 찾은 퍼즐처럼 호흡을 엇나가게 만든다. 어째서일까. 온화한 실내 공기 속에 요정이 몰래 간질간질해지는 가루라도 뿌린 듯 숨을 쉬는 것조차 어색해져 심장이 갑갑해져버리는 건.
──아니, 심장이 갑갑한 건 어색해서가 아냐.
‘으……, 물끄럼 쳐다보고 있어.’
언제부터일까. 그의 시선 속에서 다정함이나 부드러움만이 아니라 애정이라는 이름의 다른 색을 찾게 된 건.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그러자 에슬리.옷자락을 당기며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시선을 제자리로 되돌렸다. 돌아보면 여전히 그녀를 담은 눈동자에, 이상하기도 하지. 사람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보는 일이라면 특기나 다름없었는데 지금은 똑바로 볼 수 없어 손등으로 얼굴을 숨기고 만다. 눈가 주위가 묘하게 달아오른 듯한 그의 표정에서 그녀의 표정이 어떨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분명 같은 표정 하고 있을 거야.’
어느새 올라온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 쥐고 내린다. 표정을 숨기지 말아달란 그의 표현에 대신 팔을 뻗어 그를 끌어안아버렸다. 전보다 짧아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감싼 머리 위에 그녀도 기대듯 고개를 내렸다.
심장이 갑갑한 건 어색해서가 아냐. 그보다는, 너무 많이 두근거려서.
에슬리의 심장소리가 들려.
그의 팔이 허리에 감겨 조금 강하게 당겼다. 꼭 맞물려 틈이 사라진 곳에 피부 위로 전해지는 고동과 온기가 있었다. 시끄럽지 않을까. 우스꽝스러운 고민을 하고 있자 그가 얕게 고개를 젓는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문질러지는 머리카락이 간지러워 키득거리자 그도 따라 빙그레 웃는다.
시끄럽지 않아.
다행이다.
들려오는 말에 안심하며 몸의 긴장을 조금 더 푼다. 느슨해진 무게중심이 그에게 기울어 그녀에게도 박동이 들리게 되었다.
‘이상해.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아. 뭔가 달라. ……다른가. 다를 수밖에, 없나.’
하지만 싫지 않아. 간질간질거리는 공기도, 조금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도, 두근거림도. 싫지 않지만──,
“어쩌지, 루?”
“응, 왜? 에슬리.”
“전보다 더 좋아져서, ……더 아픈 것 같아.”
이보다 더 좋아질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심장에 과부하가 올 거야.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사치스러운, 그러나 진지한 고민을 하며 에슬리는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