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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014-015. 오늘의 포켓몬과 친구

몰랑 씨에게 얻어온 꿀을 테리랑 둘이 살짝 맛봤어요. 테리는 물에 잘 녹여서 주었고 저는 우유에 녹여서 마시고, 둘이서 냠냠챱챱 맛을 본 결론은 오옷 이 꿀 엄청나잖아? 였어요. 우리집 꿀이랑 어디가 더 좋은지 굳이 그런 편 가르기는 하지 않을게요.그렇지만 체리베리 플라워샵의 꿀은 언제나 최상급이니 흥미 있으신 분은 (이하 전화번호, 웹사이트 주소, 택배 안내, 종류와 가격 등이 줄을 이었다. 늘 있는 일이다. 금세 자기 가게 어필을 해버리는 것은.) 이쪽으로 연락해주세요. 디모넵의 이름을 팔면 덤도 얹어 준답니다.꿀은 요즘 같이 감기가 유행할 적에 특히 몸을 따뜻하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일에도 좋고 먹는 건 물론 발라서 미용에 쓰기도 좋다고 하죠. 심지어 꿀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을 만큼..

012. 1월 4일 오늘의 일기

오늘은 캠프 사람들과 배틀을 하는 모의전이 있는 날이에요. 캠프가 지나는 길목의 다른 호프 트레이너와 겨루거나 야생 포켓몬과 겨루는 일은 몇 번 있었지만 캠프 사람들끼리의 배틀은 처음이네요. 캠프에는 엄청 호전적인 트레이너도 한 분 있는데요. 박사님의 허가 없이는 캠프 안에서는 배틀을 할 수 없어서 그 사람도 근질근질한 걸 오랫동안 참아온 것 같아요.그래요. 캠프는 말하자면 우리의 이동하는 마을이니까, 규칙을 지켜주어야겠죠!제 상대는 와이 씨와 노체 씨였어요. 노체 씨는 제 테리와 서로 상성 상관없이 대결하기로 해준 분이고 와이 씨는 그냥 제가 하고 싶었어요. 저는 자기 전에 미리 두 사람의 포켓몬을 조사했는데요.“노체 씨는 에나를 내보내겠지. 테리, 에나와 겨룰 거야. 괜찮지?”테리는 걱정 말라는 듯 ..

011. 1월 3일 오늘의 포켓몬

페어리 타입에 욕심이 있냐고 하면 특별히 그건 아닌데 말이죠. 가장 좋아하는 건 풀 타입, 그렇지만 다른 타입들도 차별 없이 좋아하고 물론 페어리 타입도 평범하게 좋아해요. 그러니까 특・별・히 페어리 타입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알고 있어요? 페어리 타입이란 제법 최근 분류된 타입이에요. 칼로스 지방의 어떤 학자가 새로 밝혀낸 분류법이라고 하던가요. 덕분에 기존의 페어리가 아니었던 타입들도 대거 새롭게 분류가 되고 우르르 새로운 책과 도감이 쏟아지고, 그러니까 페어리 타입이란 무엇인지 다른 타입에 비해 잘 모르는 만큼 관심을 갖고 있긴 했어요.서론이 길다고요? 그-러-니-까, 제, 제 말은 즉! 따, 딱히, 제가 페어리, 같, 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말이 아니었어요! 정말, 네버..

010. 오늘의 친구 1월 3일

: 프로키온 체리베리 플라워샵의 호객 포인트라면 역시 배달 서비스가 아닐까. 꽃향기마을엔 많은 꽃가게가 있지만 다른 마을까지 배달을 해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워낙 시골이기도 하고 이 마을의 주수입은 관광업으로 꽃가게의 존재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점에 가까웠다. 어딘가의 꽃가게는 커플이 세일즈 대상이고 어느 꽃가게는 가족단위, 어디는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들, 어디는 포켓몬 콜라보. 플라워 카페라고 해서 꽃차가 메인인 곳도 있지.그 사이에서 디모넵의 가게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표방하는 곳이었다. 즉, 찾아오는 관광객 대상이 아니라 꽃향기마을 바깥으로 뻗어가는 가게. 과거에는 아버지가 스쿠터를 끌고 하던 일이었고 10살 때 자전거 면허를 딴 뒤부터는 디모넵이 맡게 된 일이었다. 보통은 하루 전에 예약을 ..

009. 오늘의 일기 1월 1일

새해가 밝았어요. 아직 밝지는 않았지만요 정확히 표현을 하자면 헌 해가 저물고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밤이네요.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어쩐지 무슨 일이든 잘 풀리고 잘 해낼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확신에 차오르는 새해 버프 바겐세일인 거죠. 무려 3일간 특가! 같은 느낌으로요.저도 그런 기분으로 한참을, 한참을 포켓리스트에 저장된 두 글자 이름을 바라보고 머뭇거렸어요. 이 이름을 향해 전화를 걸까 말까.『엄마』그 두 글자가 말이죠. 저는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긴 것처럼 느껴져요. 예전에는 심술이 나서 엄마 대신 ‘달리아 씨’라고 저장한 적도 있었는데 그래봤자 엄마는 아무렇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그보다 아빠가 발견하면 슬퍼할 테니까요.……오늘 있잖아요. 린 씨가, 아 린..

008. 오늘의 친구 12월 31일

For. 쟈키 오늘은 점심도 저녁도 요리 교실이에요.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앞치마를 꺼내고 빵모자 대신 조리모를 쓰고 테리와 테비와 함께 조리대 앞에 서보았어요. 점심에는 다 같이 만들었지만 저녁은 아무래도 다들 탐험으로 바쁜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끝나고 와서 먹을 사람도 있을 테니까 이번엔 간단하게 내 몫이랑 쟈키 씨 몫을 만들기로 했어요.쟈키 씨는 눈색도 머리색도 말하는 것도 재미난 사람이에요. 무척 예쁘고 또 먹보인 미뇽을 데리고 있는ー그 사이에 새 친구가 둘 더 는 것 같아요─사람인데요. 말투는 되게 퉁명스럽고 틱틱대는 것 같은데 사실은 되게 사려 깊고 상냥한 사람이에요. 엄청 툴툴대면서도 결국 엄청 달달하고 맛있는 핫초콜릿도 만들어줬거든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제 사소한 잡담까지..

007. 오늘의 포켓몬 12월 31일

망키예요, 망키! 격투 타입 포켓몬! 제가 자꾸 이런 말만 하고 다닌다고 해서 상성과 배틀의 승리 여부에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결. 단. 코. 그건 아니에요. 그치만 이왕 한다면 최고가 좋고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은 건 당연지사잖아요. 저는 연약한 테리가 상성 나쁜 상대와 붙게 두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테리, 오늘도 최고야~!”꺄아아, 우리 테리는 오늘도 아주 멋지고 귀여웠어요. 망키의 할퀴기에 과즙이 튀도록 상처가 난 건 마음이 아팠지만 돌아오면 꼼꼼히 치료해줄 테니까요. 테리의 화려하고 센스 넘치는 몸통박치기로 여기 받히고 저기 받힌 망키는 지금 딱 적당히 헤롱헤롱 해보여요. 지금이에요.“받아라, 몬스터볼!”새 친구가 생길 때면 늘 고민하는 문제가 있죠. 이름을 뭘로 지어주는 게 좋을..

006. 오늘의 친구 12월 31일

: 니켈 “그… 니켈입니다! 하나지방에서 왔고… 포켓몬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답답하더라도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도와주세요!”니켈 씨에 대해서는 캠프 첫날 똑똑히 기억하게 됐어요. 다들 눈치만 보면서 서로 통성명도 하지 못하고 쭈뼛대고 있을 때 제일 먼저 이름을 말해준 사람이었거든요.그러니까 니켈 씨는 제 이름을 몰라도 저는 니켈 씨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첫날부터.‘포켓몬에 대해 아는 게 없다니, 그런 것치고는 엄청나게 까다로운 포켓몬이 친구인데요.’그 뒤로도 니켈 씨는 엄청 눈에 띄어서요. 그야 이 트레이너 캠프 다들 개성 강한 친구들이라서 한 명, 한 명 소란스럽고 아주 자기 어필이 대단했지만 그 사이에서도 툭하면 자기 포켓몬에게 화상을 입고 맨날 힘겨루기를 하고 씨름을 하고, 그러다 ..

004. 오늘의 기술 12월 30일

“강해질 수 있어. 풀 포켓몬만의 전략이 있거든. 약점은 많지만,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지.”과연, 초절정 멋진 베테랑 트레이너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에 저는 잠시 꿈에 취해버릴 뻔했어요. 할 수 있어, 테리. 우리는 할 수 있어!“하지만 너의 체리버…”라고 생각했는데 1초만에 그 생각이 깨지고 말았어요. 하지만이라니, 하지만이라니요 아무 씨. 그건 앞말과 반대되는 의견이 나올 때 쓰이는 말이잖아요. 앞에서 달콤한 말을 해준 건 모두 감언이설에 불과했나요. 신기루와 같았나요. 아아, 테리…….주저앉으려는 제게 아무 씨가 준 건 기술머신 ‘기관총’이었어요. 어라, 이거 우리 테리도 쓸 수 있었나? 기관총이라면 물론 잘 알고 있어요. 배틀에서 톳, 톳, 톳, 톳, 기관총처럼 단단한 ..

003&005. 오늘의 어드바이스 12월 30일

“어엇, 어어엇~? 테리. 어디 가?”테리는 풀 포켓몬이에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약육강식의 세계, 적자생존의 냉혹한 야생, 먹이사슬의 피라미드에서 상당히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에요. 네에~? 너무하지 않냐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내 소중한 포켓몬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냉혹히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해요. 마냥 내 포켓몬이 최고다, 세계 최강이다. 그런 입발린 말을 하는 건 테리도 바라지 않을 거라니까요.───아아앗, 테리. 그렇게 째려보지 마. 그 눈빛은 꼭 “알면 무리해서 배틀에 내보내지 말아요.” 같잖아. 그야 나는 테리가 아주 소중하고 테리를 사랑하지만 그러니까 내 파트너로서 우리 함께 강해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잖아? 어, 앞뒤가 모순된다고? 으흠, 흠, 크흠.아무튼 쭉쭉 잡아당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