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신은 저를 볼 수 있고, 저는 말할 수 있어요
: 타카하타 이노리 이삿짐 정리가 끝나면 휑한 내부가 조금은 채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방문한 그의 집도 여전히 살풍경하기만 해서, 세이라는 잔소리를 하는 척 한참 신이 난 기색으로 이곳저곳 구석구석 그의 집을 둘러보았다. 여기엔 이걸 놓고, 저기엔 그걸 두고, 이런 것도 괜찮지 않으려나. 자기 집이라도 되는 양 어딘가의 예술가처럼 팔짱을 끼고 턱을 짚으며 심각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제법 웃겼다. 답지 않게 움푹 팬 미간에 주름부터 말이다.“이노리 군 생각하기에는 이 칸에 액자를 두고 아래 칸에 화분을 둘까요. 아니면 아래 칸에는 인형을 두고 위 칸에…….”“으응, 잘 모르겠는데. 세이라 보기 좋은 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집주인의 고민은 그녀와 조금 달랐다. 지난번에 깨달은 건데, 겨울의 맨바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