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에슬리는 폴짝 뛰어오를 듯 일어나 모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의 달리기에 가까운 경보였지만 아슬아슬하게 달리진 않은 몸짓에 교수석에 앉아 있던 선생 중 누군가는 표정을 찡그린다. 예의가 없어. 슬리데린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는 대놓고 질색인 표정을 내보였다. 저런 애가 우리 기숙사에 올 리는 없지. 어느 가문이야? 머글 출신이라고? 그새 슬리데린의 정보망으로 낡은 옷차림을 한 꼬마 계집에 대한 정보가 퍼진다. 한참 자기들끼리 수군대던 슬리데린은 곧 저 꼬마가 자기네 기숙사에 배정될 일이 없단 결론을 내리고 안심한 얼굴로 나란히 외쳤다. 저런 아이까지도 이곳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있다니, 멀린의 자비란!
래번클로의 학생들은 대부분 관심 없단 표정이었다. 저 아이가 우리 기숙사가 된다면 그 때부터야 관심을 가져줄 수도 있지만 아직 자기네 기숙사일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관심을 쏟을 만큼 낭비를 좋아하는 래번클로는 없었다. 후플푸프는 늘 그랬듯 온화한 얼굴을 하고 모든 신입생들을 편견없이 바라봐주었지. 마지막으로 그리핀도르 사이에선 숨길 생각이 없는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내 감이 말했어. 저 아이는 여기 올 거야!
그 모든 시선을 위축되지 않으려고 부러 더 가슴을 내민 채 받던 아이는 이윽고 의자 위에 앉았다. 그녀에게 편지를 직접 전해주러 왔던, 산타처럼 긴 수염을 한 노인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머리 위에 말하는 모자를 씌워준다. 모자를 쓴 순간의 기분은 굉장히 기묘한 것이었다고 후에 에슬리는 회고했다. 마치 있잖아. 누군가 내 머릿속의 책장을 후르륵 넘기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딱히 기분 나쁘진 않았지만 엑, 다 봐 버리는 거야? 같은.
끝나고 나서 들은 이야기지만 에슬리는 모자를 쓴지 1초가 지나기도 전에 모자가 우렁차게 그리핀도르를 외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 1초 사이에 모자는 에슬리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오. 아주 거대한 야망을 가진 아이로구나.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많은 사람들을 네 발 아래 두고 싶어 하고 있어. 그 오만한 이상은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바로 꿈꾸었던 것이지─이 때의 모자는 꼭 뱀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거칠게 긁히는 것처럼 낮고 쉑쉑거리는 기이한 목소리를─그리고 네겐 오만함에 걸맞은 자질도 있구나. 로웨나 래번클로라면 네 구멍 난 스펀지 같은 머리에 바라는 지식을 넘치도록 부어줄 거란다. 하지만 그래, 얌전히 지식의 잔이 부어지는 것은 날뛰는 말 같은 네겐 어울리지 않겠구나─로웨나 래번클로의 한숨이었을까. 푹 하고 정수리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온 기분에 에슬리는 잠시 갸우뚱하였다─헬가 후플푸프라면 어떨까. 내겐 전부 보인단다. 네 거대한 야망 아래에, 그보다 더 큰 소망이. 그래, 아이야. 너는 야망이나 지식 이전에 사랑을 바라고 있어. 헬가라면 분명 너를 따뜻하게 안아줄 텐데. 틀려? 이런, 인정하지 않겠다면 그것도 괜찮지─모자는 또 목소리를 바꾸어 아이를 어르듯 다정하게 답하였지. 분명 이 때 모자는 고개를 끄덕였을 거야. 모자에게도 목이 있다면 말야. 에슬리는 억울했지만 빨리 다음, 다음으로 재촉만 하였다─아아, 알고 있단다. 아까부터 고드릭 그리핀도르가 나를 재촉하고 있어. 어서 이 아이를 제게 보내달라고 말이야. 작은 아이야. 분명히 너는 커다란 야망도 갖고 있고 지식을 받아들일 재능도 갖고 있고 자애에 안길 준비도 되어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대담함고 용기를 지니고 있구나. 네 안에서 울부짖는 작은 짐승은 틀림없이 이곳에서 너를 바라는 것처럼 백수의 왕으로 만들어줄 거란다. 그리핀도르가 또 한 명 못 말리는 악동을 맡게 되겠군. 에슬리 챠콜, 그리핀도르!
배정과 동시에 조금 낡은 교복이 금과 적의 색으로 물든다. 모자를 휙 집어던진 에슬리는 좋아, 당연한 결과네. 하고 짐짓 콧대를 세운 채 그리핀도르의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리핀도르의 세 말썽꾸러기라 불리게 되는 운명의 친구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