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더워요. 친구들은 모두 흐물흐물 녹아버릴 것 같은데, 할머니가 있는 곳은 괜찮은가요?
이런 날 바다를 걸으면 꼭 온몸에 소금이 달라붙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맨날 할머니가 탁탁 털어주셨는데. 어쩐지 그 손길이 그리운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바다에 다녀와서 그럴까요?
맞아요. 얼마 전에 바다에 다녀왔어요. 원래는 갈 수 없는데 선생님이 아주아주 특별히, 살짝 보내주신 거라고 했어요. 그리워서, 기뻐서, 또 울어버릴 뻔했어요. 할머니. 세이라는 이제 바다의 파도에도 휘청이지 않고 깊은 곳까지 헤엄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할머니에게도 얼마나 수영을 잘 하게 되었는지 보여드리고 싶은데.
또 얼마 전에는 축제를 했어요. 제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할머니도 깜짝 놀라지 않을까요? 요정님 같은 옷을 입고 빙글빙글, 무척 즐거웠어요.
세이라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픈 곳도 없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할머니는 잘 지내고 있나요? 아픈 곳은 없고 밥은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하고 있어요?
세이라가 없어서 외롭진 않나요. ……내가 빨리 할머니 옆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할머니가 보리차를 끓이면 주전자를 찬 대야에 식혔다가 유리병에 담는 거, 언제나 세이라의 역할이었는데 지금은 누가 주전자를 차갑게 식히고 있을까요. 이 무더운 날에 화로의 부채질은 누가 다 하고 있지요.
이제 3년만 더 기다리면 된대요. 3년만 더 있으면 학원에서 내보내 준다고 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할머니. 어른이 되어서 이제 할머니 힘든 일은 제가 다 하면서, 편안하게 해드릴게요.
참, 같이 보낸 선물은 말이죠. 축제에서 친구들에게 산 거예요. 하나는 오르골이고, 하나는 로켓.
오르골은 세이라가 직접 노래를 부르며 멜로디를 넣었어요. 할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예요. 그리고 로켓은, 쏘아 올리면 보고 싶은 얼굴을 보여준다고 했어요.
세이라가 너무너무 보고 싶을 때에 써주세요. 아니면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
저는 언제 쓰면 좋을지 못 정해서 아직 아껴두려고요. 아직은 로켓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꾹 참고 조금 더 힘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치만 역시 보고 싶어요, 할머니. 아프면 안 돼요. 세이라가 갈 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있어주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