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포켓몬 배틀을 해봤느냐고 하면 당당하게 3년 경력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정확히 3년간 승부한 상대라고는 곤충채집 소년 1, 곤충채집 소년 2, 곤충채집 소년 3, 이하 등등등. 대개 마을 밖으로 나가면 ‘눈과 눈이 마주치면 배틀!’이라고 요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애어른 할 것 없이 있는 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생업에 바쁜 사람을 붙잡을 정도로 눈치 없이 구는 건 저 꼬마들 정도였어요.
그럼 매번 저 애들을 다 테리로 상대했냐구요? 에이. 쟤네들 대부분 테리랑 상성이 나쁜 포켓몬들을 데리고 다니는걸요. 꼬맹이들 전용으로 아빠에게 빌려온 몬스터볼이 늘 있었죠. 배틀은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시비 걸어오는 꼬맹이들에게 100원, 200원씩 받아내는 건 꽤 쏠쏠했어요.
그렇다고 한 번도 져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 가끔 체력 분배를 잘못하거나 허를 찔리거나 테리를 내보내거나 그 외에도 변수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러니까아…… 연속 2패가 막 그렇게 심각하게 충격적인 건 아니긴 한데요.
“애교부리기는 꽤 좋은 공격이라고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치, 테루테루? 네 애교는 세계최강인걸. 테루테루를 꼭 껴안고 턱을 긁어주자 테루테루가 골골골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려 와요. 이 아이의 애교에 껌뻑 죽지 않을 수가 없는데! 하고 저는 깨꼬닥, 죽은 척을 해보았어요. 우리 테루테루와 테토는 아직 이런 데 속아버리는 애기들이거든요. 금세 제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걱정하는 게 또 얼마나 귀여운지.
하지만 애교부리기만으로 상대를 쓰러트릴 수는 없는 거겠죠……. 저는 누워 있다 벌떡 일어나 테루테루를 무릎에 앉히고 나란히 이어폰을 꼈어요. 오늘도 공부 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