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VIP는 두 말 할 것 없이 테토겠죠. 그러니까 테토가 이렇게 들뜨고 날뛰고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날뛰는 것도 다 받아줘야, ……아니 언제까지 어리광을 받아줘야 해! 하지만 맞아, 오늘은 너의 날이야 테토.
꿀단지를 테토에게 빼앗기고 두 손으로 냠냠 꿀을 퍼먹는 테토를 뒤로 하고 있으니 다른 아이들의 원망이 쏟아졌어요. 테리도, 테마리도, 테루테루도, 바로 오늘 진화한 테비까지도 얼른 진화하고 싶다고 강해지고 싶다고 이글이글한 눈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테마리야 그렇다 치고 너희 언제부터 그렇게 배틀이나 강해지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고 성을 내자마자 테마리 쪽에서 맞아, 맞아! 하고 펄쩍 뛰는 게 아니겠어요? 미, 미안해. 테마리. 이번에야말로 너의 자리라고 해놓고 칼라마네로가 에스퍼 타입인 탓에…… 손도 못 쓰고 당해버렸지. 기껏 기합을 잔뜩 넣었는데. 그래도 레파르다스를 쓰러트린 건 진짜 진짜 멋졌다?
테마리를 둥기둥기 하고 있으려니 다시 다른 세 마리에게서 시선이 쏟아졌어요. 아아, 정말. 내 손은 2개뿐인데 이를 어쩌지.
그 때예요. 알에서 풀내음이 난 것은. 까딱, 다시 또 까딱. 부지런히 혼자 움틀 준비를 하던 알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냄새가 풍겼어요. 이 냄새는 고향의 꽃가게에서 매일 맡던 싱그러운 생명의 냄새.
생명력이란 걸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어떤 것에서부터 아, 살아있구나. 하는 실감을 받을까요. 저는 꽃에서, 나무에서, 풀에서 그랬어요. 움직이는 것들에게서도 물론 생명력이나 생동감은 느껴지지만요. 움직이지 못하는 그것들에게서만이 전해지는 것이 있어요.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존재의 안도, 말없는 안정감, 부드럽게 스쳐 지나는 위로, 수많은 조용한 메시지들을 말이에요. 과묵한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다가가고 손 내밀고 몸을 굽혀야 하거든요. 그러다가 그 아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꼭 비밀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쑥스럽고 기뻐져요. 그리고 깨닫는 거죠. 이 아이들도 힘껏 살아가고 있구나.
방금 알에게서 느낀 것처럼 말이에요. 부드럽고 향긋하게 지나간 풀냄새는 호구마가 제게 들려준 메시지였어요. ‘나는 너의 친숙한 것이야. 나는 너를 겁주지 않아. 나를 기다려줘.’ 라고 말이에요.
알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고 있자 불만으로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졌던 아이들이 하나, 둘 제 곁으로 다가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함께 호구마를 둘러 감싸안고 누웠어요. 저는 테리의, 테비의, 테마리의, 테루테루의, 테토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고 마지막으로 호구마에게 뽀뽀를 해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