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리스트가 연결되자마자 제일 먼저 수도 없이 많은 아빠의 메시지와 부재중 연락이 쏟아졌어요. 빼곡히 저를 걱정하는 메시지에 하나하나 다 읽지 않아도 마음이 뭉클해질 것 같았지 뭐예요. 동시에 하나하나 다 읽기에는 너무 피곤해서, 괘씸하게도 읽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바로 아빠에게 괜찮다는 전화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발견한 거예요. 아빠의 연락 사이사이로 엄마의 메시지가 끼워져 있는 걸. 보자마자 눈을 의심했어요. 엄마가 왜? 한 번도 먼저 연락한 적이 없는데. 아빠가 엄마에게도 연락한 걸까요. 그래서…? 그렇다고 해도요.
엄마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할까요. 통화 버튼을 눌러볼까, 아빠부터 연락할까. 머뭇거리던 때였어요.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리고 제가 전화를 받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디모넵 씨…!”
“어, 엄마?!”
어떻게 여기까지 알고 온 걸까요. 제가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당황해서 굳어버린 제게로 엄마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달려와서는, 제 어깨를 붙잡고 힘껏 껴안아 왔어요.
“걱정했습니다.”
“……엄마…?”
그 순간에 우습게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혹시 가짜 아냐? 였던 걸 아세요? 그야 이런 행동 처음이었는걸요. 한 가지 더 우습고 재미있던 건 낯선 행동에 당황해서 굳어버린 저를 엄마는 다른 의미로 오해한 거예요. 괜찮으냐고 무사한 거냐고, 저를 품에서 놓고 여기저기를 살피는 엄마는 정말로 낯설어서, 동시에 엄마에게서 이런 ‘지극히 평범한 행동’을 발견한 게 신기해서 저는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어요.
엄마도 이럴 수 있는 사람이었네요.
그리고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어요. 우리 앞에 놓인 거리예요. 엄마가 걱정해준 것이 기쁘고, 좀 쑥스럽기도 했지만 엄마 앞에서 눈물이 나지는 않았거든요. 사실은 지금 좀 울고 싶은 기분인데 말이죠.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빙커 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디모넵 씨가 샛별시티에 간다고 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그 뒤로 뉴스에서 샛별시티의 사태를 전해 듣고. ……무사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걱정, 했어요?”
엄마는 그 말에 잠시 머뭇거렸어요. 눈썹을 가볍게 찌푸리고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모습이 과거의 저였으면 상처받았을 거예요. 지금은 이게 부정이 아니라 낯설거나 서툰 태도라는 걸 알지만요. 이런 것이 서툰 사람을 저는 이제 잘 알거든요.
한 박자 뜸을 들이던 엄마는 여전히 무표정한 낯을 하고 얕게 끄덕였어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과거의 저였다면 이 말에 무척이나 가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꼈겠죠. 엄마는 역시 날 사랑해주는 거야. 그런 확신을 새겼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요.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고마워요, 엄마.”
캠프에 온 뒤로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앞에 두고 덤덤히 웃는 지금의 제 기분을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는 아직 알 수 없었어요. 그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실감만이 선명했죠.
이렇게 한 걸음, 아이에서 멀어지게 된 거예요. 누구의 바람도 아닌 채.
생각도 못했는데 여기서 어머니와 서사를 마저 풀 수 있게 되어 기뻤다네요 후후.
그리고 원본이 마지막 문장이 잘려 있어서(복붙 잘못했는지) 허겁지겁 이미지 파일 찾으러 다녀왔다.(봇계에 올리고 다 삭제해서 봇계 다녀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