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리에 도전하는 n번째 날이에요! 저 미지수는 뭐냐고요? 저도 몇 번째인지안 세고 있거든요. 언제까지 도전이란 타이틀을 붙일지 모르겠어요. 제게 요리가 도전이 아니게 되는 날까지 계속 이럴지도 몰라요.
왜 요리에 도전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냐고 하면은 제 요리가 아무래도 맛이 없다는 깨달음과 이대로 있을 순 없다는 자기반성 및 성찰을 거치고 각성하였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제 입에는 아무래도 괜찮은데 말이죠.
‘맛이 없어.’
‘맛이 안 나는데.’
‘맛없잖아.’
같은 얼굴로 먹는 상대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자극을 안 받을 수 없잖아요. 에, 리브 욕이냐고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게다아 제가 맛없는 요리를 만든 탓이죠.(쑻)
……이번 일기는 리브에게 들키면 안 될지도.
아무튼! 그래서 몇 번씩 요리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그게 이상하게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하지 뭐예요. 오히려 잘해보려고 긴장한 탓인 걸까요? 아니면 제 손에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손 탓이 아니라 그냥 네가…”
“조용히 해요, 폴. 분위기 파악이 안 돼요?”
“……미안.”
오늘은 폴이랑 둘이에요. 리브는 체육관에 나갔고요. 폴은 니켈이랑 여행 중인데요. 마침 도시에 도착했다길래 도와달라고 불렀어요. 부른다고 정말 와주는 폴은 정말 착한 친구라니까요.
“그거야 안 간다고 하면 네가 올 때까지……”
“폴.”
“아냐, 아무것도.”
머리 위에서 한숨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무시하기로 했답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폴은 따뜻하게 지켜봐주는 역할인 거예요. 제가 틀릴 때만 고쳐주고 먼저 도와주면 안 돼요.”
“알았어.”
“그럼… 녹화 버튼을 누르고~… 시작~”
유진 씨가 선물해준 귀여운 앞치마를 두르고 한 손엔 식칼을, 한 손엔 양파를 쥐고 지금부터 오므라이스를 만들 거예요.
녹화는 왜 하냐면은 유진 씨에게 보내주려고요. 요리 연습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매번 앞치마며 레시피며 이것저것 보내주거든요. 그런 유진 씨를 위해서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
“자, 그럼 우선 채소를 써는 것부터.”
양파, 당근, 피망, 호박, 대파를 자잘자잘하게 잘랐어요. 칼질은 자신 있어요. 맡겨만 달라고요~ 헤헤. 식칼은 리브가 날붙이를 무서워하니까 플라스틱 제품으로 샀는데요. 뭐라더라~ 여기 가운데 꽃모양으로 구멍이 뻥 뚫린 게 식칼의 유연성을 어쩌고, 힘이 더 잘 들어가게 저쩌고 해서 아무튼 좋다고 들었어요.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초보는 좋은 도구를 잘 구비해두어야 한다고 하니까 분홍 식칼, 초록 식칼, 파랑 식칼, 노랑 빵칼까지 용도에 따라 모아두기까지 했죠. 채소를 썰 때는 초록이에요.
“너무 과하지 않나…”
폴의 중얼거림을 배경음악 삼아 재료들을 잘게 다 썰어주었어요. 다음에는 볶는 건데요. 버터를 크게 잘라 넣고 녹길 기다렸다가 재료가 다 익도록 골고루 달달~ 하는 건데, ~~으음,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약불이면 불이 너무 약해서 잘 안 익을 것도 같고. 그보다 초보는 불 조절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약불로 하라니, 너무하잖아요. 저도 요리에 불 조절이 중요하단 건 안다고요. 어떨 땐 강불로 화끈하게, 어떨 땐 중불로 은근히, 어떨 땐 약불로 시간을 들이는 거 말이죠. 그러니까 여기선 불의 세기를 좀 높여서……
“케이가 뭐라고 해주지 않았어?”
“우.”
[알았죠, 디디? 무슨 일이 있어도 레시피대로. 일단 레시피를 전부 따라가는 게 중요해요.]
[일단 한 번 믿어보라니까요. 그거 다 하고도 이상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봐요.]
[꼭이에요.]
“그보다 폴, 제가 틀릴 때 도와주라니까요.”
“그래서 지금…… 아니다, 됐다.”
생각보다 익는 데 시간이 걸리네요. 음~ 버섯이라도 더 넣어볼까? 레시피대로라고 했지만, 버섯은 같은 채소니까 조금 추가한다고 해서 문제없잖아요. 그쵸? 맛있기도 하고. 그쵸그쵸? 양송이버섯을 잘라 넣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요? 응, 그런 것 같아요.
“딤, 불. 불! 탄다!”
“으악!”
이, 이럴 수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참 남은 것 같았는데. 허겁지겁 불을 끄니까 쪼끔 그을렸지만 이 정도는 불맛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버섯은 잘라둔 게 아까우니까 따로 익힌 다음에 밥이랑 섞기로 했어요.
영차영차 밥이랑 채소들을 다 섞고 난 다음엔 계란물을 만드는 거예요. 우유를 조금 넣고 소금도 조금 넣고 살살살살 잘 푼 다음에 프라이팬을 달궈서 붓는데요.
“저거 프라이팬 달구기 전에 기름 먹인 종이 한 번 닦아주는 게 좋은데. ……아니다, 됐다.”
이번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끈기 있게 약불로 살살살살 스크램블처럼 익혀서 프라이팬을 이렇게 기울인 다음에 통통통~
“무, 거워.”
“너 그거 놓친, 다.”
완전 놓칠 뻔했어요. 엎을 뻔했어요. 한 손으로 프라이팬 끝을 쥐고 통통 두드리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요리사들은 다들 힘이 엄청 센 걸까요? 폴이 잡아둔 덕분에 놓치진 않았지만 제 요령이 부족했는지 도저히 예쁜 오믈렛 폼은 나오지 않았어요. 속상해라.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처음치곤 잘했어.”
처음이 아니란 말은 하지 않았어요.
아무튼 이걸로 완성이에요. 볶음밥 위에 반숙 오믈렛, 여기에 곁에 구운 브로콜리와 토마토를 장식하고 위에는 소스를 뿌리고. 소스는 언제 만들었냐고요? 좀 전에요. 이 정도야 뚝딱이죠.
리브 몫으로 도시락을 싸두고 완성된 건 하나는 폴이랑 시식 겸 나눠먹기로 했어요. 계란요리는 언제나 무엇이든 완벽하죠. 포슬포슬하게 잘 익은 계란 끝을 잘라서 볶음밥이랑 한 입 쏙 먹는데.
“…어라?”
생각해보니 버섯 자르느라 볶음밥에 소금후추를 하나도 안 친 것도 같구……
“소스 맛은 왜 이러냐….”
조미료를 착각해서 넣은 것 같기도 하구……
“다 떠나서 이번에도 아무 맛도 안 나는데. 어떻게 하면……”
“그건 제 소관이 아닌 것 같아요.”
“어이.”
그치만요. 가끔은 노력으로 안 되는 영역이란 게 있는 법이잖아요. 그보다 이렇게 아무 맛이 안 나는 것도 나름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져서 전 괜찮은 것 같은데. 역시 내 요리는 내 입에 제일 잘 맞는다니까. 떠벌떠벌 잘났다고 말을 하고 있으려니 폴이 제 머리를 꾸욱꾸욱 눌러버렸어요.
“요리 잘하고 싶다며. 노력한다며.”
“우우…, 그치마안……”
해도 해도 안 되는 걸 어떡해요오. 침울하게 고개를 숙이자 폴은 누르던 것 대신 토닥토닥 머리를 두드리고 처음부터 다시 같이 해보자고 했어요.
이번엔 한 눈 팔지 말고 집중해서 해보자고요. 모처럼 집까지 초대한 폴의 말을 거절할 수 없던 저는, 이런 날을 위해 준비해둔 폴 용의 대형앞치마를 꺼내고 둘이 같이 오므라이스 n+1회차에 도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