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의 태동은 어느새 바깥에서도 선명히 들릴 정도였다. 두근두근하고 약동하는 표면 아래로 알이 느끼는 감정이 생생히 전해졌다. 기대와 기쁨, 설렘. 나는 이미 충분히 기다렸어. 너는 날 맞이할 준비가 되었어? 알에게서 느껴지는 메시지에 에셸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그 따뜻한 곳에 이마를 붙였다.
“그럼요. 준비가 되었고말고요. 만나러 와주세요, 러블링. 모두가 당신을 기다려요.”
후와링도, 냐미링도, 저글링도, 위키링까지도. 모두가 알의 탄생만을 기다렸다.
알이 깰 준비를 마치고도 잠시 부화를 미룬 건 위키링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파트너와 냉전 상태인 채로 그야 새 가족을 맞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에셸은 사실 불켜미가 그간 저를 많이 참아주었던 걸까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위키링은 새 가족이 늘어나는 일에 한 번도 질투한 적이 없었다. 캠프 사람들 중에는 종종 알에게 관심을 빼앗긴 포켓몬이 서운해하거나 토라지기도 한다는데 에셸의 불켜미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저글링이 동료가 되었을 때도, 냐미링이 동료가 되었을 때도 그렇구나. 그 정도의 반응. 사실 후와링이 처음 동료가 되었을 때도 아무 말 않았었지.
그래서 간과해버렸다. 사실은 가장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캠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대단히 늦게 위키링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새 포켓몬을 데려와도 되나요? 에셸의 뒤늦은 질문에 불켜미는 그걸 왜 물어보는지 되묻듯 쳐다보았다.
「위키링이 싫다면 더는 데려오지 않을게요.」
에셸은 진심이었다. 불켜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가 뭘 하든 싫어하지 않아. 싫어하게 되는 일은 없어.
나는 네가 좋아. 네가 하는 일이 뭐든 좋지는 않지만.
그것은 무한에 가까운 애정. 여전히 근간은 알 수 없는, 그럼에도 부정의 여지가 없는 애정이었다.
──다시 한 번 포켓몬들의 얼굴을 살피고 장갑 낀 손등이 똑똑, 알을 노크하듯 두드린다. 걱정 말고 만나러 와주세요. 알이 천천히 까딱거렸다.
전 기수에서는 고스트가 태어나면 어쩌지 바들바들 떨었는데, 이번 기수는 분명히 고스트였던 점이 재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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