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위위 진화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의 세계를 위위는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알속에서 조금씩 형체를 갖춰가는 동안 들려오던 수많은 이야기 덕분이다. 유난히 귀가 예민하도록 되어 있는 포켓몬이 기억하는 가장 첫마디는,
“──듬뿍 사랑해주도록 할게.”
따뜻하게 울리던 여자의 목소리였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주려는 걸까. 호기심이 일었다. 이 좁고 캄캄한 알속에서는 다 알 수 없는 바깥세상이 궁금했다. 그때부터 알속에 태동이 일었다.
드래곤의 알은 쉽게 깨지는 법이 없었다. 그 안이 좁고 갑갑해 어깨 하나 똑바로 펴지 못하고 접힌 발끝이 간질간질거려 쥐가 날 정도로 불편해질 때까지도 저를 가둔 세계가 열리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루종일 알속에서 바쁘게 꼬물거리는 일뿐, 그때마다 제 움직임에 반응해주는 목소리가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 녀석 대체 뭐가 태어나려고 이렇게 힘이 좋아.”
“밤에도 안 자잖아. 몽몽아~ 나 좀 재워주라.”
“으응?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어서 나와보든가.”
“으하핫, 벌써부터 수다쟁이의 기질이 보이는구만. 그래그래.”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답해주는 온기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그저 어서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싶었다. 만나고 싶었다.
열망은 곧 힘이 되었다. 열망이 알을 깰 힘을 주었다. 와작, 와그작, 틈새로 들어오는 빛을 더 크게 쥐고 싶어 발버둥을 쳤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던 순간, 주인이 짓던 표정을 보았다. 설렘, 들뜸, 기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애정과 환영. 이만큼 축복받으며 태어나는 포켓몬은 또 없을 것이다.
“──그래, 네 이름은 위위(爲爲)야.”
행복감에 젖어 태어난 포켓몬에게는 이루고 성취하고 위하라는, 큰 이름이 주어졌다. 누굴 위하기는커녕 누가 위해주는 것만 받아온 주제에 말이다.
이뤄야 할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포기하지 않기로 한 계기는 너야.」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트레이너는 갓 태어난 음뱃을 엔트리에 넣어 체육관에 도전했다. 도전했고, 졌다. 태어나자마자 겪은 것이 패배라니. 하지만 위위는 기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아, 절대 포기하지 않아! 오히려 몇 번이라도 도전해줄 각오와 열의에 불타올랐다. 알에서부터 트레이너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자란 포켓몬은 이미 모든 각오를 마친 채였다. 근성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늘봄을 지나 는개, 모아, 아토까지 3개의 체육관을 순례하는 동안에도 위위의 줏대는 꺾이지 않았다. 내가 져도 괜찮아, 팀이 이기면. 약한 건 속상해, 하지만 강해질 거야. 지금은 조금 약하고 작고 힘이 없어도, 나는 더 강해질 거야. 강해질 거라구. 틀림없이!!!
알 수 없는 자신, 영문 모를 맹목, 그럼에도 흔들림없는 확신. 트레이너의 포기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을 지키는 포켓몬으로서 단단한 각오가 있었다. 50번을 지고 100번을 무릎 꿇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마음은 절대 꺾이는 일이 없어. 아무리 상대가 태산같이 크고 험난해도 나는 더 강해져 이겨낼 거야.
호기심 많고 겁 없는 포켓몬은 그렇게 내내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날개를 펼칠 순간이 찾아왔다.
“준비가 됐어, 위위?”
작은 날개가 큰 폭풍을 일으키기 위해 힘껏 펄럭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녀석이 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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